• [꿈/이야기] “기계의 ‘의미’ 속엔 미학·욕망·삶이”[‘항공기’번역 이영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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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9.04 09: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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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기계 마니아, 항공 마니아는 많습니다. 모형 비행기 만들어 날리고, 현장에서 비행기 조립·정비하는 직업인도 있죠. 하지만 이들에게 없는 게 바로 ‘의미’의 영역입니다. 비행기의 의의는 인문학적 영역에서 작동하기 때문이죠. 역사, 철학, 사회학, 예술까지 모두 기계와 맞닿아 있지만 기계와 별도의 영역에서 작동하니 파악할 수가 없어요. 기계에 대해 알고 있는 일면적 지식을 확장해야 합니다.”
기계평론가 이영준 교수(계원조형예술대 사진과)가 사진가 김우룡씨와 함께 번역한 책 ‘항공기’(홍디자인)는 그의 말대로 항공기라는 기계의 의미를 넓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고정 날개를 가진 동력 비행 장치, 항공기를 기술적 관점에서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공학의 기적으로서, 군사적 야심을 이끌어낸 장치로서, 속도에 대한 욕망이 만들어낸 산물로서 항공기의 의미를 찾는다.
책은 우선 19세기부터 21세기까지 항공기 발전을 역사적 순서에 따라 훑는 형식으로 돼 있다. 이교수는 “기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제일 흥미로워 하는 부분이 새로운 기계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새 기계가 나오는 것 자체가 드라마입니다. ‘라이트 형제가 동력 비행에 성공했다’ ‘금속으로 된 최초의 동체가 만들어졌다’ ‘제트 엔진이 처음 나왔다’ ‘음속의 벽을 넘었다’ 등에 매료되는 것이지요. 기계에 대한 영화, 회화, 시가 나오는 것도 그런 감동 때문입니다.” 항공기는 특히 하늘을 나는 기계만이 갖는 매력을 갖고 있다. 공기를 뚫고 지나가기 위해 필요한 유선형의 매끈한 형태와 빠른 속도는 그 자체가 미적 감흥을 일으킨다. 또 시공간을 도약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은 감각의 차원을 다른 수준으로 옮겨 놓는다. 이교수는 “극단적으로 말하면 항공기의 세계는 지상에서 우리가 느끼는 것과 완전히 다른 세계입니다”라고 강조한다.
각각의 내용별로 항공기와 관련된 영화, 예술작품, 역사적 사실 등이 언급되면서 항공기의 의미는 본격적으로 넓어지기 시작한다. “미국 공군의 B-52가 베트남전 때 많이 사용됐습니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강한 폭격기였죠. 엄청난 힘의 상징이었습니다. 이 중 한대가 베트남 하노이에 추락한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데 웅덩이의 물은 썩고 주변은 피폐해졌죠. B-52는 찬란한 근대 문명의 산물인데 이것이 엉뚱하게 하노이에 추락해 처박혀 있는 아이러니한 모습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항공기는 첨단 기술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재난의 역사이기도 하다. “원래 날 수 없는 인간이 날려고 하니 당연히 사고가 났다”는 것. 그 과정에서 항공기와 관련된 스토리가 생기고 쌓여 의미를 만들어 낸다. 이교수는 “근대 문명을 상징하는 거대한 기계들의 의미를 찾다보면 삶의 모습 또한 발견할 수 있다”면서 기계를 기계 이상으로 보려는 시도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 책은 지난 100년 동안 인류가 이룬 문화적 성과 가운데 큰 획을 그은 디자인 아이콘을 선정해 그 역사와 의미를 탐구해 보자는 취지의 시리즈 ‘오브젝트’(영국 출판사 리액션북스)를 번역한 것이다. ‘항공기’와 함께 ‘공장’이 이번에 출간됐으며 앞으로 ‘모터사이클’ ‘학교’ ‘댐’ ‘교각’ 등도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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