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도시에서 받은 상처 시골에서 치유”귀농일기 ‘몸살’ 펴낸 한승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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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8.29 09: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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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적응이 좀 되냐”는 질문을 여전히 받는다. “계속 살 거냐”는 질문도 빠지지 않는다. 서울에서 출판사를 운영하다 2001년 충남 홍성으로 가 농사지으며 살고 있는 한승오씨(47)의 이야기다. 주변의 이런 질문은 도시생활을 접고 시골 농부가 된 그의 삶을 뭔가 독특한 선택으로 보는 듯한 뉘앙스가 담겨 있다. 그가 이에 대답하는 듯한 책 ‘몸살’(강)을 냈다. ‘한승오의 농사일기’다.
“사람들은 제가 ‘전원생활한다’고도 말하는데, 제가 사는 곳은 전원은 없고 고생스러운 농사 일밖에 없습니다. 농사 지으면서 애 키우는 삶이라는 게 근근이 살아가는 거죠. 생활의 고비를 어렵게 넘어가는 모습은 똑같습니다. 4000평 정도 농사짓는데, 축구장보다 넓을라나, 그걸 일일이 김매고 풀매고 하는 게 얼마나 중노동입니까. 머, 독을 품고 했을 수도 있고요. ‘이거 그만두면 어디 가서 무슨 일을 할 것인지…’ 하는 심정으로 계속하는 것도 있습니다. 의지로 하는 거죠.”
도시생활에서 몸과 마음이 점점 피폐해지는 것을 스스로 두고볼 수 없어 선택한 길이 ‘고생스러운 중노동’이라니. ‘중노동’을 기록해 책으로 내기까지 했다. 스스로 선택한 중노동, 농사가 주는 의미가 있지 않고서야 이러지는 못할 것이다. “농사는 근본적으로 흉작일 수밖에 없습니다. 농사의 결과는 날씨, 즉 자연에 기댈 수밖에 없거든요. 사람이 개입해 인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니 한편으론 절망스럽습니다. 농사를 지으면 내가 범접할 수 없는 어떤 아득함에 항상 부딪히죠.”
자아가 강해 ‘어쩔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직도 힘들지만 역설적으로 이것이 그로 하여금 농사를 짓게 하는 힘이 되고 있다. “농사 스트레스는 시간이 지나면 지워지는 스트레스입니다. 농사는 다음해가 또 있거든요. 쌀 한 알 건질 수 없는 흉작일지언정 내년에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이 농사입니다. 비가 안와 논이 쩍쩍 갈라질 정도가 되면 안절부절 난리가 나지만 소낙비 한 번 내리고 나면 아무일 없다는 듯이 깨끗이 정리됩니다. 이런 면에서 도시의 스트레스와 다르죠.”
처음 서울을 떠날 땐 “왜 가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고 한다. “잡은 거 놔, 빨리 가게” “왜, 시골에서 살면 안되냐”라며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등돌려 하는 말만 툭 뱉고 말았던 것이다. 7년째 농부로 살며 돌이켜보니 이제야 이런저런 이유가 정리되더라는 것. “아마 사람은 땅으로 돌아가려는 본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도시생활 하면서 문득 시골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그 이유인 것 같고요. 사람도 생명인데요. 농사는 자연으로 돌아가는 통로인 것 같습니다.” 주변에 귀농한 사람들을 봐도 그렇다고 한다. “서로 ‘왜 내려왔냐’고 묻지는 않지만 시골로 내려온 사람들은 몸이든 마음이든 상처가 있어 그것을 치유하러 온 사람들입니다. 저도 그런 모습이었고요.”
그래서 앞으로는 귀농이 더 이상 특이한 선택이 아닌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이 될 것이라고 그는 짐작하고 있다. 갈수록 사람을 몰아치는 자본주의가 귀농이든 예술이든, 한번쯤 자기 인생을 돌아보고 방향을 바꾸게 하는 계기를 만들게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평생 농사 짓고 계신 분들을 보면 뒷짐지고 지켜보는 것을 잘합니다. 큰 일이 생겨도 성급하게 움직이지 않아요. 안달한다고 해서 어쩔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아는 거죠.” ‘자포자기’와 ‘느긋함’을 섞어놓은 듯한 진짜 농부의 아우라를 그도 언젠가는 갖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기 전 거쳐가는 과정이 ‘몸살’임을 스스로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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