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그의 길을 내가 따라서[오지여행, 여행서 3권으로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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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8.28 09:2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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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멀리 갈 필요 없다. 소파 깊숙이 몸을 구겨넣고 먼 나라에서 돌아온 이들의 여행기를 펴든다. ‘안락의자 여행자’에겐 좀체 가기 힘든 나라, 웬만해서는 겪기 힘든 경험일수록 좋다. 올 여름 쏟아진 여행서적 가운데 머나먼 오지를 독특한 방법으로 다녀온 여행기 3권을 골랐다.
산악잡지 사진기자 남영호씨는 지난해 5월2일 자전거에 몸을 싣고 중국 톈진을 출발했다. 베이징 찍고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달려 파키스탄을 넘고, 이란과 터키와 불가리아를 차례로 거쳐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달려온 그의 자전거가 포르투갈 로카곶에 도착한 것은 그해 12월27일이었다. 230일 동안 1만8000㎞를 달렸다. 중국에서 만난 여성 자전거 여행자와는 ‘엄마’ ‘아들’이 되었고, 파키스탄에선 외국인을 달가워하지 않는 아이들의 돌팔매질을 피해 다녔다. 이란에선 하필 금욕·금식하는 라마단 기간이어서 몰래 배를 채워야 했다. 자전거 여행에서 가장 힘든 것은 ‘자신과의 싸움’이 아니라 ‘오르막’이며, ‘쫓아오는 개’와 ‘돌 던지는 아이들’도 만만치 않게 무섭다는 사실을 배웠다. 4명으로 출발한 원정대가 포르투갈에 도착했을 때 대원은 남씨 1명으로 줄어 있었다. 대신 길 위에서 만난 일본인 자전거 여행자가 그의 곁에 있었다.
‘상상만으로도 허기지고 목이 마른 그런 고행’을 왜 택했을까. 여행의 끝에서 그가 얻은 답은 ‘만남’이었다. 13개 나라의 국경을 넘었고, 다른 사람들을 만났으며, 자기 자신을 만났다.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좌충우돌 여행기는 ‘자전거 유라시아 횡단기’(살림·316쪽·1만3800원·사진)로 묶여 나왔다. 사진기자 출신답게 눈부시게 황량한 풍경들이 책장을 채운다. 유라시아 여행정보는 기대하지 말 것. ‘들고 떠나는’ 여행서가 아니라 ‘읽고 꿈꾸는’ 여행책이다.
‘트레킹-세계의 산을 걷는다’(휴먼 앤 북스·450쪽·3만5000원) 역시 ‘꿈’을 키워주는 여행서다. 트레킹 전문 여행사를 운영하는 채경석씨가 10여년간 오른 세계 곳곳의 트레킹 코스 56개를 모았다. 히말라야 코스만 11개. 중앙아시아의 파미르 고원, 중국 티베트, 일본 후지산,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의 화산들, 킬리만자로, 알프스 북벽, 남미 잉카 트레일과 뉴질랜드 밀포드 트레킹까지 한번쯤 들어본 트레킹 코스는 모두 실려 있다. 이 정도 돼야 ‘세계의 산’이란 제목을 붙일 수 있을 것이다. 서정적인 여행기보다 건조한 백과사전에 가깝다. 각 코스의 방문 시기, 체류 일수, 지도, 날짜별 권장 일정 등이 실려 있다. 분량의 한계로 각 코스의 세밀한 정보는 담지 못했지만, 세계 대표 트레킹 코스에 대해 전반적인 감을 잡을 수 있도록 했다. 저자 역시 머리말에서 ‘새로운 꿈을 갖고 싶을 때 이 책장을 넘기라. 마음을 정했으면 그만 책을 덮고 떠나라’라고 썼다.
마더 테레사, 요한 바오로 2세의 발자취 등을 찍어온 종교 사진가 김경상씨가 아프리카 잠비아에 다녀왔다. ‘라이언 부시’(세상의 아침·159쪽·2만원)는 잠비아의 오지마을 탐부와 무푸리라의 일상을 담고 있다. 평균 수명 33세, 5명 중 1명이 에이즈 환자,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 잠비아에서 그는 천사 같은 아이들을 만났다. 엄지손가락에 감춰지는 몽당연필을 쥐고 글을 쓰는 아이들, 주일 미사가 끝난 뒤 나눠준 삶은 계란을 먹지 않고 집으로 가져가는 아이들의 눈빛은 거룩하다. 그는 ‘아프리카 지도의 잠비아 부분을 쓸 때마다 손톱 끝에 가시가 박힌 듯 아팠다’고 썼다. 아이들은 웃고 있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마음이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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