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학살 위기속 파란만장 삶들[안개속의 고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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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8.24 09: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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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크리스마스 다음날 아침,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한 백인 여자가 처참히 살해된 채 발견됐다. 그녀는 산악고릴라 연구가 다이앤 포시. 침팬지의 제인 구달과 오랑우탄의 비루테 갈디카스와 함께 영장류 연구의 3대 대모로 불리던 사람이었다.
그녀는 왜 살해됐을까. 우리는 그로부터 2년 전에 저술된 이 책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녀가 15년간의 관찰을 통해 기록한 산악고릴라들의 삶은 그녀의 죽음만큼이나 파란만장하다.
포시는 6주짜리 아프리카 사파리여행 동안 만난 고릴라들을 잊지 못하고 3년 만에 아프리카에 돌아온다. 전설적 고인류학자 루이스 리키 박사의 후원으로 자이르(지금의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연구를 시작한 그녀는 쿠데타를 피해 르완다의 비룽가 화산지대로 연구지를 옮긴다. 카리심비산과 비소케산 사이에 연구센터를 짓고 67년부터 83년까지 멸종 위기의 산악고릴라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고릴라들과 친분을 쌓기 위해 온몸을 던졌다. 고릴라들을 더 자세히 보려고 나무 위로 올라가다가 오히려 그들의 구경거리가 되고 두 손과 두 발로 기어다니며 밀렵꾼들의 덫을 제거하다 2.5m 아래 함정에 떨어지기도 했다. 고릴라의 경로를 점검하기 위해 분변검사도 마다하지 않았으며 버팔로를 만나면 ‘통행우선권’을 양보하느라 수풀 속으로 머리를 박고 뛰어들기 일쑤였다. 밀렵꾼들이 그녀의 모습을 본뜬 흑마술 인형을 만들 정도로 팽팽한 긴장이 지속됐다.
그녀는 위협적인 킹콩 흉내 대신 트림소리 흉내를 시작하면서 고릴라들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산악고릴라 집단은 평균 열 마리 정도였으며 우두마리는 170㎏의 거대한 몸집에 은색등을 가진 성숙한 수컷이었다. 그녀는 장기간의 밀착 관찰을 통해 고릴라들이 영아살해, 동종 식육, 동성애, 자위행위 등 독특한 특성을 보인다는 것을 발견했다.
고릴라들에게 닥쳐온 가장 큰 시련은 사냥용 덫도, 관광객에게 팔기 위해 두개골과 손목만 잘라내는 밀렵도 아니었다. 동물원용 어린 고릴라 포획이 시작되면서 새끼 한 마리를 지키다 고릴라 집단 전부가 학살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도망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끼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수컷 디지트의 주검을 발견한 포시는 그의 죽음을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한다. 그녀가 설립한 디지트 기금(현재는 다이앤 포시 국제 고릴라 기금)은 지금도 산악고릴라 연구 지원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녀는 책을 통해 고릴라가 있는 현장을 관광자원화하여 밀렵을 막는 이론적 보전정책보다 직접 덫을 제거하고 그들이 총에 맞지 않도록 보호하는 즉각적 보전활동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고릴라들의 흥미로운 속성과 함께 저자의 낙천적 성격과 재치있는 문장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책을 읽은 뒤 98년 제작된 시고니 위버 주연의 영화를 찾아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최재천·남현영 옮김.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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