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지도는 역사·철학 담긴 ‘특수 이미지’[지도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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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8.23 09:07:22
  • 조회: 402
‘낸시 챈들러 그래픽스(Nancy Chandler Graphics)’에서 만드는 지도는 독특하다. 태국 관련 지도, 카드 등을 만드는 이 회사는 붓에 물감을 묻혀 그린 듯한 도로, 강, 건물에 손글씨체로 상가나 거리 이름 등을 기록해 놓았다. 이 지도의 쓰임새는 특정 위치를 찾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지도를 펼쳐 놓으면 예쁘고 화사하게 그려진 회화 작품 같다. 해외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지도도 여행객의 미적 감수성을 만족시켜 줄 수 있는 형태로 변화한 것이다.
‘지도박물관’은 이처럼 제작 목적과 사회적 배경에 따라 형태와 내용이 달라질 수 있는 지도의 여러 모습을 보여준다. ‘역사상 가장 주목할 만한 지도 100가지’를 골라 그 지도가 담고 있는 이야기를 설명해주고 있다. 지도는 지리적 정보만 담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당시의 세계관, 철학, 이데올로기, 상상력 등을 담고 있는 특수한 이미지임을 새삼 일깨워 준다.
망원경이 발명된 1610년 무렵 이후에는 천문학에 대한 관심이 늘어 천체도가 많이 만들어졌다. 19세기 중반 콜레라로 많은 사람들이 사망할 때는 병이 전염되는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사망자의 통계를 나타낸 콜레라 지도가 제작됐다. 현실 권력의 이해관계에 따라 지도가 만들어진 사례도 많다. 제국주의자들은 식민지 지배를 위해 열심히 지도를 만들었다. 책에 수록된 인도 대측량 지도와 아프리카 지도 등을 보면 복잡했던 지배와 피지배 관계, 수탈의 역사가 읽힌다. 국경선이 모눈종이처럼 반듯한 아프리카 지도 한 장은 그 어떤 역사책보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고대 지도에서부터 탐험시대의 지도, 군사지도, 국경지도 등 책에 실린 다양한 지도들은 아름다운 색감과 모양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고대인들이 흙판이나 동물 가죽에 새겼던 지도부터 세밀한 표현으로 예술작품 같은 지도까지 다양하게 실려 있다. 책장을 넘기며 마치 명화 감상하듯 지도를 보면 된다. 지하철 노선도가 ‘추상미술의 절정’으로 해석되고, 앤디 워홀이 그린 군사지도는 전쟁에 반대하는 미술 작품이 되는 등 지도의 예술적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지도는 과학이며 동시에 예술’이 되는 것이다. 또 판타지와 풍자, 허구의 세계와 관련된 지도를 수록한 것도 재밌다. ‘잃어버린 대륙 아틀란티스’가 지도에는 어떻게 그려져 있는지, ‘반지의 제왕’을 쓴 돌킨이 작품에서 언급한 ‘중간계’는 어디인지에 대한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은 훌륭한 지도 그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한 반면 글 읽는 재미는 찾기 어렵다. 내용이 기대만큼 치밀하지 못하고 어색한 문장도 종종 있다. 텍스트보다는 이미지가 돋보이는 책이다. 장점과 단점을 포함해서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동안 정보를 읽어내기 위해 지도를 봤던 것과 달리 지도를 ‘감상’하는 자기만의 방식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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