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달밤 메밀꽃 향기’ 온몸에 사르르[제철 맛여행 … 봉평 메밀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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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8.07 08:53:24
  • 조회: 413
무한꽃차례란 말이 있다. 꽃이 피는 순서가 아래에서 위로, 가장자리에서 가운데로 향하는 뜻이다. 꽃눈이 끝없이 올라오는 특징이 있다. 봉평이 아름다운 것은 바로 무한꽃차례로 피는 메밀꽃 때문이다. 달밤에 메밀꽃이 가득한 들판 풍경은 한 편의 시요, 수묵화 그대로다. 첫서리가 내리기 전에 파종하는 가을메밀이나, 메마른 봄에 파종하는 여름메밀이나 모두 음기 가득 머금은 열매를 맺는다. 봉평의 메밀은 게다가 해발 5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파종되고 불과 2주 만에 꽃눈이 뜨기 시작하며 석 달이 채 되기 전에 수확된다.
그렇게 성급한 일생을 보낸 봉평 메밀은 봉평의 메밀방앗간으로 모여 메밀가루로 가공된다. 원료가 부족하므로 평창 인근 등 타지역 메밀을 수매하기도 하며 최종 가공 단계에서 밀가루를 섞어 봉평메밀면이 탄생한다. 메밀국수를 한 젓갈 입에 넣으면 차갑고 까끌까끌한 스킨십을 느끼게 된다. 면발은 부드러우나 찰기를 잃지 않고 있다. 메밀국수의 향기는 독특하다. 입으로 들어가는 순간에는 메밀 향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 면을 ○○○기 시작해야 비로소 콧등을 자극하기 시작, 순식간 온 몸에 메밀 향을 퍼트린다.
지금 봉평에 가면 관상용으로 조성된 메밀밭과 함께 봉평의 전통 메밀국수 맛을 즐길 수 있다. 크고 작은 메밀국수집이 열 댓 곳 있는데, 원조격인 식당으로는 현대막국수, 진미막국수, 봉평막국수 등을 들 수 있다. 40년 전부터 봉평 5일장터에서 국수를 말아 팔기 시작했던 집들이니 그 역사는 인정해 줄 만하다. 지금의 주인들은 40년 전 그들은 아니지만, 조리법을 그대로 전수한 사람들이므로 오래된 내공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메밀국수의 또 다른 묘미는 바로 국물과 양념. 이 식당들의 국물은 육수가 아니다. 사골이나 고기는 전혀 들어가지 않고 사과, 배, 양파 등을 갈아서 국물을 만들며, 메밀비빔국수에 사용되는 양념 역시 위의 재료에 고추장, 꿀, 주스, 고춧가루 등을 넣어 만든다. 정확한 비율을 공개하지는 않지만, 대략 비슷비슷한 맛을 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맛있는 메밀국수는 그 영양 성분 또한 탁월해서 성인들이 먹으면 더욱 좋다. 비타민P로 불리는 황산화 물질 루틴이 풍부해서 혈관 속 찌꺼기를 제거해주는 역할을 하며, 풍부한 불포화지방산은 해로운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낮춰주고 혈관의 노화 속도를 늦춰주기도 한다. 뛰어난 섬유소 식품으로 소화를 촉진하며 변비 예방에도 좋다. 여름 내내 일주일에 한번 메밀국수를 먹는다면, 어느날 당신은 몸이 한결 가벼워진 것을 느낄 것이다. 메밀에는 이 밖에도 철분, 마그네슘과 미네랄 등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성분들도 많이 들어있다.
메밀로 해먹을 수 있는 음식은 오늘의 주인공인 메밀국수 외에도 메밀전병, 메밀만두, 메밀돼지고기말이, 메밀묵말이, 메밀꽃술, 메밀꽃동동주 등이 있다. 메밀국수는 메밀가루:밀가루:옥수수전분의 비율을 1:3.5:0.25로 섞어 거기에 소금과 물을 넣어 반죽한 다음 30분 정도 숙성시켜 칼국수 썰듯이 썰어두면 된다. 국물은 무, 양파, 대파, 맛술, 진간장, 고추를 넣고 30분 정도 끓인 다음, 취향에 따라 배, 사과, 키위 등 과일을 넣고 15분쯤 더 끓여준 뒤 냉동실에 넣어 차갑게 만들어 준다. 준비된 국수를 끓이고 찬물로 찰삭찰삭 헹궈 물기를 쏙 빼서 국물에 넣고, 거기에 고추장, 청양초, 식초, 깨소금, 채 썬 배를 넣으면 봉평메밀막국수 완성.
메밀 고유의 맛과 영양을 고스란히 섭취하고 싶은 사람은 국수보다 묵, 묵사발을 만들어 먹으면 된다. 국수에는 밀가루, 전분 등이 들어가 메밀의 맛과 영양이 분산 또는 상호보완되는 효과가 있지만, 묵은 그야말로 메밀가루와 물만 갖고 만들기 때문에 밀가루 국수에 비해 완전식품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메밀가루와 물을 섞어 은근한 불에서 되직할 때까지 저어주며 익힌다. 되직해 지면 소금으로 간을 하고 원하는 틀에 넣어 굳혀주면 된다. 메밀묵이 다 굳으면 꺼내서 썰어 양념과 함께 먹으면 된다.
물론 메밀 요리가 봉평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주 천서리막국수, 실로암막국수로 유명한 강원도 양양과 입암리의 막국수, 춘천막국수 또한 각자 우리나라 최고의 맛을 자부하고 있다. 또한 여주에는 도자기마을과 남한강, 양양에는 설악산과 푸른 동해, 춘천에는 중도, 의암호 등 인기 있는 여행지들도 많아서 가족 여행을 겸한 먹거리 나들이를 할 만하다.
서울에서도 오리지널 봉평메밀국수 맛을 볼 수 있다. 강북삼성병원 근처 경희궁 옆 먹거리골목 안에 있는 봉평현대막국수(02-737-6606)가 바로 그 집. 이 집 사장은 봉평에 있는 현대막국수의 20년 단골인데, 2년 전부터 서울에 현대막국수를 차리기로 작정, 봉평 사장에게 부탁하여 그 집에서 일하며 맛의 비법을 전수, 최근에 오픈했다. 메밀막국수, 메밀전병, 메밀부침, 메밀묵사발, 메밀묵무침, 메밀꽃막걸리 등 봉평에서 맛볼 수 있었던 모든 메뉴를 만날 수 있다. 이태원 유진막국수(02-797-2307)는 춘천스타일의 막국수를 파는 집인데, 맛도 좋고 양도 많아서 단골 많기로 소문난 집이다. 일산 평양막국수초계탕(031-901-8844)은 북한식 음식점인데, 메밀 함량이 높은 막국수를 제공하고 있다. 분당의 그옛날손두부막국수(031-758-3313)는 강원도 토속음식 전문점으로, 쟁반막국수 인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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