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끝없는 수수밭[모리셔스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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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8.03 09: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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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넓은 들판을 가득 메운 것은 대체 뭘까? 비행기 창밖으로 모리셔스를 내려다보던 승객들은 끝없이 펼쳐진 푸른 평원을 궁금해했다. 모리셔스는 섬 전체가 들판이었다. 게다가 번듯한 도심은 보이지도 않고. 나중에 만난 가이드는 대수롭지 않게 “그거 다 사탕수수밭”이라고 했다.

▲사탕수수밭
모리셔스 가이드북에는 바다빛깔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형형색색의 띠를 이룬 바다빛깔은 환상적이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처음 눈길을 끈 것은 사탕수수밭이었다.
공항에서 숙소로 가는 길. 고속도로는 아예 없었다. 남북이 65㎞, 동서가 45㎞인 제주도만한 이 섬의 남북을 횡단하는 길은 딱 하나다. 왕복 2차선. 길 양쪽은 모두 사탕수수밭이다. 모리셔스에 사탕수수를 처음 심은 것은 1835년. 영국인들이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승리, 섬을 지배하면서 인도인들을 대거 불러들였다. 중국인들도 흘러들어 왔다. 영국인들은 프랑스인들이 데리고 온 아프리카 노예를 해방했다. 대신 사탕수수를 심게 했다. 그때부터 섬은 사탕수수밭으로 변했다. 1865년까지 30년동안 들어온 이민자가 20만 명이나 됐다. 20세기 초반에는 인구가 37만명으로 불었고, 지금은 123만명이다.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처녀 가이드는 자신을 인도계라고 소개했다. 할아버지 때 건너왔다는 그녀는 “여기는 쌀은 다 수입하는데 예전처럼 사탕수수 농사가 잘 안돼 걱정”이라고 했다.
토박이들에게 사탕수수는 돈 안되고, 흔하디 흔한 작물이었지만 한국인 눈에는 어쨌든 장관이다. 상상해 보시라. 순천만이나 제주 산굼부리에서 봤던 억새나 갈대가 바다 끝자락부터 산봉우리 턱밑까지 펼쳐져 있다고. 가이드는 버스 지붕 위까지 올라가 사진을 찍어대는 한국기자를 더 신기해 했다.

▲바다, 그리고 리조트
본론은 지금부터다. 사탕수수밭이 장관이기는 하지만 모리셔스를 제대로 즐기려면 좋은 바다를 찾아가야 한다. 바다가 아름다우면 고급 리조트가 들어서는 법이다. 게다가 주민들은 영국과 프랑스의 지배를 받아 영어와 불어 모두 잘 한다. 최근에는 두바이 등 아랍에서도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연간 관광객이 70만명이나 된다.
안내책자에는 세계에서 3번째로 긴 산호지대라고 쓰여 있다. 하지만 환초의 길이가 얼마나 되는지는 현지 가이드도 몰랐다. 모리셔스 정부 홈페이지에도 산호지대에 대한 얘기는 없다. 주민들 말로는 섬의 남쪽을 제외하고는 모두 산호초로 둘러싸여 있다고 했다. 환초로 둘러싸여 있다면 지형은 타히티의 보라보라와 비슷한 셈이다. 산호초가 자라서 둑처럼 파도를 막아주기 때문에 바다는 잔잔하다. 대신 다양한 산호의 빛깔이 햇살에 반사돼 바다색이 화려한 것이다.
물빛이 가장 고왔던 곳은 일로셰 섬이다. 일로셰는 사슴섬이라는 뜻. 일로셰 한쪽 바다는 몰디브처럼 투명한 바다를 끼고 있고, 다른 한쪽은 타히티처럼 산호대에 따라 다양한 푸른 빛이 띠를 이룬다. 일로셰는 아이들과 함께 놀기 좋은 구역이 있고, 서핑을 즐기기 좋은 파도가 센 지역도 있다. 그래서 섬에는 관광객들이 많다. 많아도 백사장을 빼곡 메울 정도가 아니다. 넓은 해변에 관광객은 200~300명 정도다. 아일랜드 호핑투어처럼 생각하고 들러볼 만한 곳이다.
일로셰의 물빛은 흔히 세계적인 다이버들이 세계 최고로 꼽는 팔라우 공화국이나 태국의 시밀란 섬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몰디브와 비교하면? 몰디브는 대개 연푸른 색이지만 모리셔스는 지역에 따라 다르다. 타히티의 보라보라보다는 못하다. 르 투쓰록 리조트에서는 무료 셔틀도 운영된다.
리조트마다 전용비치가 있다. 가장 해변이 아름다운 리조트는 르 프레스킬이다. 녹색에 형광물질이 섞인 것같이 독특하다. 그렇다고 값이 비싼 리조트는 아니다. 키치 스타일이라고 할 만한 실속형이다.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라면 고급 리조트보다 르 프레스킬이 낫다.
연인이나 허니무너로 하룻밤쯤 고급 리조트에 묵고 싶다면 르투쓰록이 괜찮다. 섬에 다리를 놓아 개발한 호화 리조트다. 리조트 앞바다에 산호지대가 발달돼 있다. 대부분 객실은 창문을 열면 곧바로 바다가 보이게 돼 있다. 산호가 부서져서 만들어진 것 같은 해변의 모래는 까칠한 편. 연안의 물빛은 연하고 중간쯤엔 옥색을 띤다. 바다 한가운데 큼지막한 선탠베드와 파라솔이 놓인 부유물을 띄워 놓았다. 고급 리조트답다.
허니무너를 위해서는 이름이 새겨진 ‘나만의 메뉴판’을 준비해 줄 정도로 서비스도 일품이다. 저녁을 먹으며 공연을 즐길 수도 있다. 주니어 스위트룸의 경우 베드 바로 뒤편에 대형 욕조를 놓아 창문을 열고 바다를 보며 목욕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벨마플라주는 호텔형과 방갈로형으로 나뉘어 있다. 호텔형 리조트는 호텔 앞에 수영장을 배치해 놓아 고급 수상 호텔(오버워터 방갈로) 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 주니어 스위트급의 방갈로형 숙소는 깔끔한 편. 태국 크라비의 라야바디 스타일과 비교할 만하다. 라야바디가 단독형이라면, 이곳은 10여개 객실이 들어 있는 복합형이다. 아기자기하다. 벨마플라주의 스테이크 하나는 일품이다.

▲포트 루이스
아무리 휴양지라 해도 도시를 구경하는 재미는 쏠쏠하다. 신기한 것은 국제공항과 수도인 포트 루이스가 한참 떨어져 있다. 공항은 섬의 동남단, 수도 포트 루이스는 북서쪽에 있다. 리조트들은 주로 동쪽 해안에 몰려 있다. 우리로 치면 인천쯤이 수도이고, 포항쯤에 공항이 있는 셈이다.
프랑스인들이 모리셔스에 정착할 때는 인도로 가는 뱃길의 중간기지로 생각했기 때문에 도시를 건설했을 것이다. 당시엔 뱃길이 더 중요했다. 공항은 아마도 영국군 점령시절, 군수물자 보급에 편리한 곳이나 군사요충지와 가까운 곳에 만든 것 같다. 프랑스인들은 섬을 차지한 뒤 이름을 일 드 프랑스(Ile De France), 즉 프랑스 섬이라고 했다. 포트 루이스(Port Louis)도 루이 14세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다. 하지만 영국인들이 프랑스로부터 뺏은 다음 다시 모리셔스로 바꿨다. 네덜란드 왕자의 이름인 모리셔스는 괜찮아도 프랑스 왕 이름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포트 루이스는 아담하다. 영락없이 유럽의 소도시다. 인도계 흑인들, 프랑스인과 흑인의 혼혈인 크레올로 넘쳐나는 것이 재밌고, 묘하다.
오렌지 주스 대신에 사탕수수를 으깨어 파는 사탕수수 주스 노점상도 있다. 맛은? 설탕물 같지는 않고 달콤한 나무 수액쯤 된다. 이제 100~200년 정도 되는 건물로 둘러싸인 도심은 아프리카 문화, 유럽 문화, 인도 문화가 어우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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