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절절한 우리 얘기 남이 대신 못하죠”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7.26 09:10:22
  • 조회: 305
‘대변(代辯)’에는 한계가 있다. 미디어 속 장애인은 대개 ‘시혜의 대상’이거나 눈물 겨운 ‘인간 승리’의 주인공이다. 그러나 그 안에 ‘진짜’ 장애인의 목소리가 들어 있는지는 의문이다.
서준호씨(31)는 “내 얘기, 우리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 말은 지금까지 미디어에선 ‘우리 얘기’를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는 말과도 같다. 그는 대구 장애인 인권단체 DPI에서 간사로 활동 중이다. 그 스스로가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지체부자유 1급 장애인이기도 하다. 그의 성토가 이어졌다.
“언론이나 대중매체는 장애인에 대해 편향된 시각을 갖고 있어요. 예컨대 영화 ‘말아톤’의 포스터에는 ‘5살 지능의 20살 청년’이라는 문구가 써 있어요. 철저히 비장애인의 시각이죠. 제도화된 아이큐 테스트에서 밀릴 뿐이지, 이 사람이 다른 능력에서도 떨어진다는 건 아무도 장담할 수 없어요.”
그가 이런 생각을 구체화할 수 있었던 건 2005년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에서 진행하는 대구 동구 지역의 ‘찾아가는 미디어교육’에 참여하고부터다. 캠코더 사용법부터 편집 기술까지 영상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기술들을 배우고, 최종적으로 개인 작품을 만들어 상영해보는 과정이었다.
“캠코더를 다루는 것은 전문가들만 하는 걸로 알고 있었어요. ‘빨간색 버튼을 누르면 녹화된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던 나에게는 신선한 경험이었죠.”
교육에 참여하기 전부터 장애인 인권운동을 해왔던 서씨는 이전엔 “갑갑했다”고 했다. 얘기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미디어나 영상은 ‘받아들이는 것’으로만 생각했다. 자신이 그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한번도 안해봤다. 카메라 다루는 방법을 알고, 영상을 찍고 나서부터는 “이런 말하기 방식도 있구나!” 하고 무릎을 쳤다.
“여성의 삶은 남성들이 잘 모르잖아요. 그것처럼 장애인의 삶을 비장애인들이 알기는 어려워요. 물론 장애인과 관련한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얘기’를 단지 알릴 수 있기만 해도 의미는 충분합니다. 꼭 대단한 것을 시사하거나 진지하지 않더라도 내가 생각하는 것, 나의 삶을 보여주면 되는 것이거든요. 말 할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해요.”
그는 자신의 의사소통 능력을 확장한 것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대구DPI ‘장애청년 학교’에서 열린 ‘2006 세상과 또다른 소통-디카, 이제 내가 주인이다!’ 강좌를 기획했다. “나만 아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런 경험을 하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기획이다. 캠코더는 아직 역량이 안된다 싶어 디지털카메라 강좌로 수준을 낮췄다. 이 강좌는 ‘기술’을 가르쳐주는 것 외에도 ‘장애인에 대한 비판적 미디어 읽기’ ‘이미지로 보는 장애 이데올로기’ 등 미디어 읽기에 중점을 뒀다.
서씨는 “처음 왔을 땐 다들 ‘내가 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며 “안해봐서 그렇지 누구든지 방법만 알면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 위로 “처음, 아무것도 모른 채 강의를 듣던 내 모습이 겹쳐졌다”고 했다.
얼마 전 서씨는 자신이 속해있는 소모임 ‘십시일반’과 함께 ‘미션 임파서블(에피소드 1)’이란 단편 영화를 만들었다.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을 패러디한 극영화다. 설정은 이렇다. 대구의 한 지하철 역 승강장에 폭탄이 설치돼 있고, 그 폭탄을 제거하기 위해 요원이 파견된다. 이 요원은 전동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다. 요원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탓에 4개의 리프트를 타고 가다 결국 미션 수행에 실패한다. 장애인 이동권 문제에 대한 재치있는 지적이다.
요즘은 ‘무장애도시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휠체어가 오르내리기 힘든 ‘턱’이 있는 건물들 사진을 찍고 있다. 함께 사진 찍으러 다니는 사람들 중에는 서씨가 지난해 기획했던 교육에 참여한 이들도 있다.
“사고의 전환이에요. 수동적이었던 내가 주체적으로 내 얘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완전한 사고의 전환이에요. 미디어를 통해 나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매력적입니다.”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글수정
  • 글삭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