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사람을 피하다 나를 돌아보다[잘 쉬는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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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7.25 09:16:35
  • 조회: 368
자, 빨간 색연필을 하나 들고 지난해 여름휴가 기억을 떠올려보자. 삼겹살에 생수까지 재어 넣다보니 김칫국물이 새어나온 아이스박스에는 (×), 졸음이 밀려왔던 꽉 막힌 고속도로 역시 (×), 이중주차로 차 대기 힘든 콘도 주차장 (×), 호객꾼들이 앞길을 가로막았던 떠들썩한 부둣가 횟집거리 (×), 물컹한 수박껍질이 박혀있던 백사장 (×)…. 어휴~. 휴가가 때로는 노동보다 사람을 지치게 한다. 전쟁 같은 휴가는 이제 그만두고 제대로 쉴 수는 없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올해는 ‘어디로’에 목매지 않고 ‘어떻게’를 생각하면 된다. 잘 쉬는 것, 이것도 노하우다.
▲틀어박히기
박성경 디자인하우스 출판팀 과장(35)의 휴가법은 빈둥거리기다. 지난해 여름휴가는 강원도 정선에서, 겨울 휴가는 강화도 펜션에서 보냈다. 좋은 숙소를 고른 것도 아니다. 강화도 펜션은 장사가 안될 것 같은 곳이라 사람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고, 민박집은 그저 마당이 넓어 좋았단다. 여름휴가 때 그가 챙겨간 것은 쌀과 라면, 그리고 책 10권 정도. 정독이 필요한 책 서너 권, 가벼운 소설책 서너 권, 만화책 두어 권. MP3와 디카도 가져갔지만 가방에서 꺼내지도 않았다. 김치는 동네주민에게 얻었다. 밥하기 귀찮을 때는 동네 식당으로 갔다. 민박집 평상이나 계곡에서 책을 읽거나 산책하는 게 전부. 저녁때는 동네 아이들이랑 이야기하며 놀았다. 물론 휴대폰은 꺼놓았다.
빈둥거리려면 집에서 놀아도 되지 않을까.
“집에 있으면 할 일이 많아요. TV도 봐야지, 친구들이 술 마시자고 전화하지, 그럼 또 나가줘야죠…. 쉬는 게 쉬는 게 아니거든요. 그런데 시골에 ‘짱박혀 있다 오면’ 정말 쉬었다는 기분이 들거든요. 여독이란 게 없어요.”
틀어박히는 그의 여행에도 노하우는 있다. 휴가장소로는 국도변이나 이름난 관광지는 피한다. 시끄럽기 때문. 또 러브호텔이 몰려있는 곳들은 사람냄새가 안나는 동네라서 제외한다. 동행은? 말수 적은 친구와 가거나 혼자 간다. 교통수단은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 시외버스, 군내버스도 시간만 맞추면 편하다. 운치도 있고, 여행가는 기분이 난다고 한다.
여행전문지 ‘도베’의 기자 정성갑씨(31)의 휴가법도 비슷하다. 그는 “휴가때 그냥 퍼져 쉰다”고 했다. 미리 봐둔 펜션을 두어 달 전에 예약한다. 4~5일 정도 머물며 책을 읽거나 낮잠을 자는 게 전부다. 책은 장편이나 시리즈물 단편을 적당히 섞는다.
▲되돌아보기
롯데월드의 박인선씨(28)는 지난해 여름 1박2일로 서울 정릉3동 성모수도회에서 피정 휴가를 보냈다. 피정이란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성당이나 수도원 같은 곳에서 묵상이나 기도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다. 피정의 집은 원래는 천주교 신자를 위해 운영되지만 일반인들도 참여할 수 있단다.
숙소는 대개 1인용. 책장과 탁상, 앉은뱅이 책상, 침대 등이 갖춰져 있다. 수도사들이 머무는 곳이라 정갈하다. 일정은 주로 상담을 통해 짠다. 새벽 미사, 산책, 독서, 묵상…. 박씨는 성직자와 대화시간도 가졌다. 기억에 남는 일, 슬펐던 일, 기뻤던 일 등을 종이에 적은 뒤 성직자와 함께 보면서 ‘마음속의 맺힌 부분’을 찾고 풀었다.
“사람이 고민을 하는 것은 자신에게 솔직해질 수 있는 시간이 없었기 때문일 겁니다. 이런 기회를 통해 자신을 정리하는 거죠. 3개월에 한 번씩 피정을 다녀오는 친구들도 있어요.”
앞으로 침묵피정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스님들의 묵언수행처럼 대화를 나누지 않고 스스로 성찰하는 것이다. 이외에 개인피정뿐 아니라 가족피정, 부부피정, 선택피정(20~30대 청년대상) 등 다양한 피정이 있단다.
템플스테이도 성찰 휴가의 한 방법이다. 오후 1시에 사찰에 도착한 뒤 간단한 예절교육을 받는다. 사찰마다 차이는 있지만 선체조, 참선체험, 발우공양, 다도체험, 등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일부 사찰에서는 유언장 쓰기 등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는 ‘마음 치료’도 병행한다.
▲밤마실가기
영어강사 박민영씨(38)는 올 여름 휴가 때 미술관과 박물관으로 밤마실을 다니기로 했다. 낮에는 집에서 푹 쉰다. 주말이면 미술관과 박물관도 북새통. 사람들에게 떼밀려 그림 한 점도 제대로 감상할 수 없다. 이에 반해 밤에는 의외로 호젓하다. 주변의 조경이나 시설도 좋아 산책하기에도 좋다. 국립중앙박물관 양희경씨는 지난 6월의 경우 “주말에는 하루 5000~7000명 정도가 방문했는데 야간개장(수·토요일 오후 9시까지)에는 약 200명이 찾았다”며 “토요일이 조금 많기는 하지만 관람하는 데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권했다. 평일 오후 10시까지 야간개장하는 서울시립미술관의 경우 야간 관람객은 주말의 5분의 1에서 10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한다. 서울역사박물관, 덕수궁미술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도 요일별로 야간개장을 실시하고 있다. 전국 11개 지방국립박물관도 7월1일부터 야간개장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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