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세상에 ‘할 말’있다[‘퍼블릭 액세스’운동 벌이는 시민제작자 모임 ‘닫힌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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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7.24 09: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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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는 누구의 것일까? 방송사들은 TV가 시청자의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TV는 한번도 ‘우리’의 것인 적이 없다. 시청자는 TV 앞에 앉아 있을 뿐, 그 안으로 들어가진 못한다. 온갖 미디어들이 창궐하는 뉴 미디어 시대라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전파’가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권리는 여전히 생소하다. 공공의 자산인 전파를 몇몇 소수의 방송사들이 독점한 탓이다. 세상에 ‘말하고’ 싶은 우리의 이웃들은 제 목소리를 낼 창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퍼블릭 액세스(Public Access, 미디어 접근권)’ 운동은 바로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한다. “저 땅 끝의 어부와 도시 변두리의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서로 소통하고 직접 자신의 얘기를 할 수 있어야” 하며, 그 얘기들이 세상에 전달될 수 있는 창구가 충분히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류 미디어가 공급하는 한정된 계층의 목소리만이 세상에 소통되는 것은 위험합니다. 다양한 목소리들이 자유롭게 오고가야 해요. 상업미디어 천국인 상황에서 공영방송이 중심을 잡는 것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시민제작자 모임 ‘닫힌 채널’은 이런 권리를 찾기 위해 지난해 7월 결성됐다. 당시 70여명이 모여 인터넷에 ‘닫힌 채널’ 카페(cafe.naver.com/shutchannel)를 만들었다. ‘닫힌 채널’은 좁게는 지상파 유일의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 KBS ‘열린 채널’의 정상화를 주장하고, 넓게는 공영방송의 인식 자체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열린 채널’은 시민들이 제작한 영상을 방송하는 ‘시청자 액세스’ 프로그램. KBS는 2000년 개정된 방송법에 따라 매월 100분 이상 시청자 제작 프로그램을 편성해야 할 의무가 있다. ‘닫힌 채널’의 미디어 활동가 김이연심(이하 막심)과 김이찬(이하 꿈돌·‘닫힌 채널’ 대표) 감독은 ‘열린 채널’이 ‘닫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열린 채널’은 많은 시민 제작자들에게 ‘꿈의 방송’이에요. 공중파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노출할 수 있는 유일한 프로그램이잖아요. 그런데 ‘열린 채널’은 ‘닫혀’ 있어요. 그 때문에 많은 이들이 마음을 ‘다쳤’죠. ‘다친 채널’이기도 하고, ‘닫힌 채널’이기도 하고 그래요.”
KBS 2개 채널의 연간 방송 시간은 1만5000시간. 이 가운데 시민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간은 고작 20시간이다. 4700만 시민들의 1인당 방송 시간으로 치면 0.001초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 0.001초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열린 채널’이다.
이들은 심의 선정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막심은 지난 3월 이주노동자 국제결혼 가족을 다룬 ‘우리 안의 다문화 가족’이란 작품을 열린 채널에 접수했다. 그러나 열린 채널 측에선 일정한 기준도 제시하지 않은 채 분량을 줄이라고 요구하거나, 동의 없이 한 인터뷰 장면을 자르기도 했다.
이런 경험은 막심의 것만이 아니었다. ‘우리는 일하고 싶습니다’(2005) ‘우리 모두가 구본주다’(2005) ‘국가보안법과 한총련’(2004) 등도 방송 연기·보류 및 불방 사태를 맞은 바 있다. ‘재벌’이나 유력 정치가들과 관련된 사안을 언급할 때 시민제작자들은 종종 이런 판정을 받곤 했다. 이들은 현재 ‘선정 심의-자체 심의’의 이중구조로 돼 있는 열린 채널의 심의 구조를 바꿀 것과 편성 시간의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KBS 열린 채널 측은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의 편성시간은 제한돼 있는데 공급은 많기 때문에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KBS 측은 ‘퍼블릭 액세스’를 보편적 권리로 보기보다, 경쟁사회에서 이뤄지는 일종의 상업활동으로 보는 것입니다. 신청하는 제작물이 많아 골치가 아프니, 시청자들도 프로들처럼 경쟁을 해야 한다는 거예요. 심지어는 (열린 채널을 만듦으로 인해) ‘방송사의 편성권을 시민사회에 어쩔 수 없이 징발 당했다’는 말도 합니다. 근본적 철학의 차이를 절감했어요.”
꿈돌은 이들이 그간 미디어 독점구조 속에서 배제돼 온 소수자들의 자기 표현 기회를 공공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퍼블릭 액세스의 취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꿈돌에 따르면 퍼블릭 액세스는 “기존 방송의 권위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소통되는 미디어 제작물을 만들 수 있었던 계층은 고학력의 안정된 직장을 가진 ‘이성애자인 중년 남성’이었다. 이들의 발언은 ‘물리적으로’ 편향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러나 사회적 지위도, 돈도, 기술도 없는 사람들도 세상에 할 말은 있다. 상업 미디어의 개입에 의해 ‘보여지는’ 게 아니라, 그들의 입으로 ‘직접 말하는 것’. 그것이 “남의 얘기를 착취하지 않고” 동시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소통이다.
‘Embrace all(모든 것을 보듬어 안아라).’ 공영방송의 ‘모범’, 영국 BBC의 철학이다. 방송, 특히 다원성과 공공성을 지켜내야 할 공영방송에는 각계 각층의 여러 목소리들이 모순적으로 뒤엉켜 있는 게 맞다. 우리 사는 세상의 모습이 그렇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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