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빗소리 음악삼아 ‘빈대떡+동동주’[제철 맛여행 빈대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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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7.19 09:08:03
  • 조회: 373
빈대떡을 생각해낸 것은 입이 아니라 몸이다. 비 오는 날 빈대떡이 먹고 싶어지는 이유는 그저 춥기 때문이다. 여름철이라고 매일 더운 것만은 아니다. 단 일 초도 해가 나오지 않는 장마에 우리 몸은 식어간다. 따뜻한 빈대떡을 기억하고 있던 몸이 빈대떡으로 체온을 유지하고 싶은 것이다. 비가 오면 빈대떡만 생각나는 것은 아니다. 걸쭉한 칼국수가 생각나고 매콤한 짬뽕도 생각난다. 대부분 녹두나 밀가루를 주재료로 하는 전분 음식이다.
우리는 하루라도 햇빛을 보지 못하면 마음이 가라앉으며, 하루라도 햇볕을 쬐지 못하면 당장 피부가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다. 마음이 우울해지면 혈당이 떨어지고, 전분이 혈당을 높여준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는 우리 몸이 뇌를 자극, 따뜻한 밀가루 음식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빈대떡은 빈자떡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원래 제사상이나 교자상에 기름으로 부친 고기를 올릴 때 그 고기의 받침으로 사용되던 게 빈대떡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 고기 받침을 양반 부자들이 먹었을 리는 없다. 부엌일을 도우러 온 사람들과 마당의 일꾼들이 나눠먹었을 터이고, 또한 제사나 잔치가 벌어지는 양반댁 솟을대문 주변을 기웃거리던 유랑인들에게도 전해졌을 것이다. 빈자(貧者)가 먹었다는 빈대떡. 백운학 작사, 양원배 작곡, 한복남 선생이 노래했던 ‘빈대떡 신사’ 노래말 가운데,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먹지’도 빈대떡이 빈자떡에서 유래되었다는 작은 근거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빈대떡이 빈·대·떡·이·나 라고 말할 정도로 간단한 음식은 결코 아니다.
녹두 2컵(지름 20㎝ 8개)을 4~5시간 불려야 하고, 손으로 비벼 껍질을 벗기고 체에 걸러 물기도 빼야 한다. 그리고 불린 쌀(종이컵 1컵)과 함께 믹서에 넣어 물과 함께 갈아야 한다. 반죽의 주 양념 재료인 고사리, 숙주, 돼지고기 등에 필요한 양념도 각각 간장, 소금, 다진파, 다진마늘, 참기름, 깨소금, 후추 등을 섞어 준비해야 한다. 고사리는 4등분 해서 양념과 버무리고, 숙주는 끓는 물에 소금을 넣어 살짝 데친 후 물기를 빼고 양념한다. 돼지고기는 매우 잘게 썰어 양념하고 양파는 잘게 다져 소금에 잠깐 절여야 하고, 쑥갓과 씨 뺀 붉은 고추도 다져야 한다.
이렇게 양념한 재료들을 녹두 반죽에 섞어 소량의 소금을 넣으면 빈대떡을 만들기 위한 준비가 끝난 것이다. 준비가 끝나면 뜨겁게 달군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반죽을 올려 보기 좋게 펴준다. 그 위에 때깔 좋은 다진 붉은 고추 또는 실고추와 쑥갓을 올려 노릇노릇하게 될 때까지 지진다. 빈대떡은 프라이팬에서 나오자 마자 바로 먹어야 제 맛이 난다.
빈대떡은 초간장에 찍어먹어도 맛있지만 어리굴젓, 조개젓과 함께 먹으면 더욱 맛있다. 빈대떡 한 조각을 앞 접시에 놓고, 그 위에 어리굴젓 한 점을 올려 함께 먹으면, 장마로 가라앉아있던 심신이 상승되고도 남는다. 이렇게 맛있는 빈대떡을 맨입에 먹는 것은 마음도 몸도 좋아하지 않는다. 기름에 둘러 먹는 음식이라서 첫 맛은 고소하고 바삭하지만, 계속 먹다 보면 느끼해지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래서 빈대떡을 먹을 때 밑반찬으로 시큼한 물김치와 저린 양파 소스 정도는 기본으로 나와야 한다. 어른들은 막걸리나 동동주를 곁들이면 더 좋고, 아이들에게는 탄산수를 함께 주는 것도 소화에 도움을 준다. 탄산수는 동네 마트나 인터넷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녹두빈대떡도 맛있지만, 바다향 그윽한 해물파전, ○○○는 맛이 기름진 동태전, 산뜻한 호박전, 담백한 감자전, 매콤한 고추전과 부추전,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도는 신김치전 등은 쉽게 해먹을 수 있는 장마철 별미들이다.
빈대떡이나 부침개는 집에서 해 먹는 게 제일 맛있다. 가족 끼리 먹는 것도 좋지만 재료를 넉넉히 준비해서 오랜만에 부모님이나 처가 어른들 또는 이웃을 초대해서 쏟아지는 빗소리를 음악 삼아 하하호호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지.
장마라는 단어 앞에는 주로 지긋지긋한, 눅눅한, 지겨운, 우울한, 불편한, 위험한 따위의 부정적 꾸밈씨가 붙지만, 안전 대비만 잘 한다면, 장마라는 우기는 사계절의 섭리 속에 사는 우리가 모처럼 감성을 찾아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시인 정호승은 ‘소월로에서’라는 시에서 빗소리를 4·4조 운율로 들었고, 주요한은 ‘몰래 지껄리는 병아리’(빗소리) 같다 했다. 기형도는 비가 ‘하나뿐인 입들을 막아버린’(가는 비 온다)다 했으며 조병화는 ‘비 많이 쏟아지는 밤’(오히려 비내리는 밤이면)이 살아가기 좋은 풍토라 표현했다. 비 오면 누구나 시인이 되고 음악가가 된다. 촉촉한 그대로 먹고 즐길만한 계절 속의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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