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세계화에 내몰린 달동네의 세계화[슬럼, 지구를 뒤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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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7.18 08:5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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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허가 판잣집·노숙·쪽방뿐 아니라 반지하방·옥탑방·고시원·각종 쉼터 거주자들도 슬럼 주민에 포함된다. 돌아보면 이들이 외환위기 이후 급증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서울뿐 아니다. 멕시코시티·베이징·마닐라·카이로·델리·뉴욕 등의 도시를 여행해 본 사람이라면 이곳에서도 슬럼이 도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떠올릴 수 있다.
저자는 ‘세계 도시의 슬럼화’란 전지구적 현상의 구체적 풍경을 하나하나 조명한다. 세계은행도 21세기 우리가 맞닥뜨려야 할 가장 암울한 문제로 슬럼을 지적했다. 슬럼의 광범위성과 심각성을 세계 각 도시의 사례와 통계 수치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이 책은 이미 하나의 문제 제기를 하는 셈이다.
책은 또 슬럼의 원인과 효과를 추적한다. 슬럼화의 원인에 대한 분석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미국식 시장경제체제로 개발도상국을 구조조정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빈민과 슬럼을 증가시켰다.
내몰린 빈민의 현실은 1976년부터 1992년 사이 19개 채무국에서 146건의 IMF 폭동이 일어났다는 사실로 증명된다. 외부적 요인뿐 아니라 해당 국가내 탈식민 엘리트의 부패와 무능도 슬럼화를 부추겼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자신들이 누리던 계급적 특권과 독점적 공간을 반납할 생각이 없는 이들에게 구제금융은 자금을 확보하는 호기가 됐다. 탈세와 적은 세금 부담으로 빈민층보다 오히려 혜택을 많이 받는 ‘중간 계층의 가로채기’도 상황을 악화시킨다. 대형 NGO의 과시형 프로젝트는 세계은행 같은 국제기구의 전달자 역할만 할 뿐 슬럼화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들은 비정규직 도시 프롤레타리아트가 양산되는 결과로 수렴된다. 이는 고전적 마르크스주의나 신자유주의 이론 양자 모두가 포착하지 못한 새로운 현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제3세계 농촌의 몰락, 워싱턴 정치경제 권력의 비대화, 고실업 및 비정규직의 증가, 중산층의 탈정치화·개인주의화 등 신자유주의의 다양한 문제들과도 연결돼 있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낳은 괴물, 슬럼을 둘러싼 현실이다.
“후기자본주의는 이미 인간 선별 작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고 저자는 무섭게 말한다. “미래의 전투가 벌어질 지역은 전 세계의 붕괴한 도시들을 구성하는 길거리, 하수구, 고층 건물, 판자촌 등이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문명의 충돌’이다”라고 덧붙인다. 전지구적 슬럼화로 인한 파국을 피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강조의 표현이다. 남의 일이 아닌 것인 한국의 예가 책 곳곳에서 보인다.
한국은 국가별 슬럼 인구 순위에서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도시 인구 중 슬럼 인구 비율은 37%. 88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1987년 자행된 대규모 철거는 세계 슬럼 퇴거 사건 중 하나로 꼽혔다. 타워팰리스와 쪽방으로 상징되는 도시구조가 한국의 현실이다.
도시사회학자인 저자는 스스로 ‘국제 사회주의자’ ‘마르크스주의-환경주의자’라고 밝힌 바 있으며 사회학·역사학·생태학 등에 대한 통합적인 문제 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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