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범죄 VS 농담 … 男도 女도 “잣대 몰라”[성희롱 인식 극과극 시각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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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7.09 09:10:50
  • 조회: 386
“조명발, 화장발 운운도 성희롱 아닌가요?” “살빠졌다며 자기가 안아보면 얼마나 빠졌는지 안다고 팔을 벌리기에 자리를 피했어요. 이것도 성희롱이죠?” “낮에는 사무실에 (여자)팀장과 저만 있는데 툭하면 엉덩이를 더듬고 온몸을 훑듯 봅니다. 그런데 둘밖에 없는 동안 일어난 일이니 증거가 없어도 신고 가능한가요?”
전문상담기관이 아니라 인터넷 지식검색에도 성희롱 관련 질문이 쏟아지고 이에 답하는 이들의 의견도 각각이다. 꼭 여성과 남성이 피해자와 가해자로 나뉘어 성 대결을 펼치는 것도 아니다. 회사 동료끼리 마음에 둔 여직원을 두고 ‘약이라도 먹여서 어떻게 하지’라고 한 말을 건네 전해들은 것도 성희롱이란 판결이 나자 여성들조차 “우리도 휴게실에서 농담삼아 별 말을 다하는데 이런 해석은 오히려 사내 분위기를 해치고 여직원들에게도 불리하다”는 주장이 일었다.
최연희 의원 사건도 젊은 여성들은 “아무리 술취했다고 해도 술집 여주인인줄 알았다며 가슴을 만지는 것은 명백한 성추행”이라는 의견이 다수인 반면, 중년 부인들 가운데는 “심야까지 술자리에 어울린 여기자도 문제”라고 나무라는 이들도 있었다. 모기업 부장은 “서로 인격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평소에는 ‘부장님, 맥주사줘용~’하며 팔짱을 끼고 매달리면서 술자리에서 옆에 앉으라는 말에 ‘여성 비하’라고 발끈하면 솔직히 여직원들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성희롱’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의 입장에서 얼마나 성적으로 수치심을 느끼고 모멸감을 받았느냐가 중요하지만 남존여비, 유교사회에 익숙한 남성들에게는 평소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부드러운 농담’이나 ‘어른으로서의 걱정과 꾸지람’이 21세기에는 명백한 성희롱으로 자신이 범죄자가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것 같다.
“학생이 왜 그렇게 화장을 진하게 하냐, 스커트도 너무 짧구나”란 말도 대학 교수 입장에서는 아끼는 제자에게 애정 어린 충고일 수 있지만 받아들이는 여학생이 ‘나를 성적 대상으로 본 성희롱’이라고 주장하면 성희롱에 해당된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여대생들이 손에 꼽는 교수들의 성희롱 발언은 ▲내가 이렇게 열심히 가르쳐도 여자들 시집가면 쓸데없지 ▲외모도 수준 이상인데, 한번 발표해 봐 ▲군대에 다녀온 사람들은 알겠지만…▲여성의 몸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쭉쭉빵빵” “방뎅이” 운운하는 것 등이었다. 가해자가 성희롱의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피해자가 성희롱으로 느꼈다면, 행위의 상습성·반복성·집요함이 없는 일회적인 행위만으로도 성희롱으로 간주될 수 있다.
서울대 성희롱·성폭력 상담연구소 전문위원이며 ‘남녀 대학생의 성희롱 인식 차이 분석을 통한 상담 방안 연구’란 박사 논문을 쓴 하혜숙씨는 “남녀 대학생들의 성희롱에 대한 잣대가 화성인과 금성인처럼 너무 다르다”면서 “남학생은 신체적 접촉 여부를 뜻하는 행위 유형을 성희롱 판단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겼으나 여학생들은 반복성이나 관계 유형도 중시해 시각의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지속적인 양성 평등과 성희롱 예방교육을 통해야 이런 차이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성희롱 피해자가 어렵게 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고 해도 성희롱은 모두에게 상처를 남긴다. 국내에서 ‘성희롱’을 공론화하는 데 혁혁한 기여를 한 우조교는 잔 다르크 대접을 받기는커녕 “조교에 재임용되지 않아 치사한 방법을 선택, 멀쩡한 서울대 교수를 파멸시켰다”는 비난도 받았다. 신모 교수 역시 오랜 재판 과정과 인민 재판 끝에 재판 비용으로 재산도 잃고 건강도 악화되었으며 부인 역시 우울증으로 외부 출입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수치와 불이익을 무릅쓰고 신고를 해도 사내에서 “괜히 문제를 일으킨다”고 따돌림을 당하거나 상대방으로부터 명예훼손이나 무고죄로 고소당하는 경우도 많다. 또 별 생각없이 쉽게 던진 말과 가벼운 손길이 수십년을 쌓아온 경력과 인격,가정의 행복조차 한꺼번에 무너뜨리기에 성폭행 등에 비해 가볍게 여겨지는 성희롱이 더 큰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성희롱은 파렴치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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