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전곡 한글가사 4년만에 4집 재즈가수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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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7.06 09:2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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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재즈 가수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담배 연기 자욱한 어두운 클럽에서 피아노 연주가 시작된다. 화려한 의상을 입은 가수는 천천히 입을 뗀다. 노래 가사는 물론 영어다.
4년 만에 4집 ‘지금, 너에게로’를 발표한 재즈 가수 말로(36)는 다르다. 지난 음반에 이어 이번에도 전곡이 한글 가사다. 가사는 여름, 물빛, 한강, 꽃, 침묵, 간이역, 메아리 등 쉬운 단어로만 쓰여졌다. 외래어 하나 찾기 힘들다. ‘무더웠구나 여름이여/쏟아지는 햇빛 아래 우린/어떤 괴로움도 없었네’(여름, 그 물빛), ‘머물지 못할 향기라면/그대 내 곁에 피지 말고/시들어버릴 사랑이라면/나의 가슴에 피지 마오’(꽃) 등 간결하면서도 아름답다.
“한국 사람이 한국어 노래가 어려워야 쓰겠습니까?”
말로는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한때는 그도 영어로 된 스탠더드 재즈곡을 즐겨 부르던 때가 있었다. 2집과 3집 사이인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이태원의 클럽을 전전하며 노래했다. 서양인과 한국인 청중이 섞인 곳이었다. 영어 가사의 노래 한 곡이 끝나면 서양인들은 “Bravo!”라고 외쳤지만, 한국인들은 영문 모른 채 묵묵히 앉아있었다. 말로는 기분이 상했다. “내가 한국 땅에 살면서 미국 사람 좋으라고 노래해야 하나.”
2집 얘기가 나오자 목소리가 높아졌다. 마스터링까지 끝내고 음반사에 가져갔으나 “가요 만든다고 해놓고 왜 재즈 가져왔느냐”는 얘기를 들었다. 결국 이 음반은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발매되지 못하고 사장됐다. 이후에도 여러 음반사에서 제의가 들어왔으나 “절반은 가요로 해달라” “‘Fly me to the moon’ 같은 스탠더드 곡을 꼭 넣어달라”는 요구에 응할 수는 없었다.
기자 출신 이주엽과의 만남이 3집으로 돌아온 계기였다. 이주엽은 지인을 통해 말로를 위한 가사를 수십 편 건네줬고, 말로는 기꺼이 곡을 붙였다. 멜로디보다 가사가 먼저 지어진 셈이다. “마음에 드는 가사를 골라두었다가 묵혀둬요.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요. 계속 보고 있으면 멜로디가 생각나요. 5분 만에 지을 때도 있어요. 가사를 ○○○어먹을 듯 봐야 해요.”
새 음반에선 드럼 대신 퍼커션을 사용했다. 피아노가 가급적 배제되고 기타가 전면에 나섰다. 어떤 곡은 팝같고, 어떤 곡에는 라틴 리듬이 사용됐다. 말로는 “드럼이 주는 리듬의 상투성이 싫었다. 우리나라 말에 스윙이 안 어울려 스윙도 뺐다. 가사에 맞는 리듬을 찾다보니 오히려 신선한 소리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놀이터’는 말로 혼자 5성부를 쌓아올려 만든 아카펠라 스캣곡이다. ‘여름, 그 물빛’에는 인도 퍼커션 우두가 사용돼 아련한 느낌을 전해주고, ‘먼 그대’는 베이스가 곡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미니멀하고 몽환적인 느낌의 곡이다. 한대수의 ‘바람과 나’가 리메이크돼 실렸다. 재즈 음반으로는 다소 많은 12곡이 실렸는데, 말로는 “오래 기다리신 팬들에게 죄송해서…”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창의력 있는 베이시스트 중 한 명인 모그가 프로듀서를 맡았다. 말로는 “굉장히 시원스러운 사운드가 나왔다. 의외의 연주자를 섭외해도 내 의도와 잘 맞았다”며 만족해했다.
4집은 지금보다 더 일찍 나올 기회가 있었다. 늦어진 이유는 말로의 갑작스러운 임신과 출산이었다. 4집을 위해 3곡 정도 작업을 했는데 덜컥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았고, 음반 작업은 중단한 채 임신 7개월째까지 공연만 했다.
말로는 “음악이 태교에 정말 좋다. 요즘도 아이가 음악만 들으면 조용해지고, 피아노 앞에 앉히면 그렇게 좋아할 수 없다”며 웃었다. 첫 곡으로 실린 ‘놀이터’도 다른 곡의 녹음이 다 끝난 상태에서 아이가 피아노 건반을 마음대로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영감을 받아 급히 만들었다.
말로는 “재즈는 음반보다 공연에서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음반은 녹음 당시의 감성을 담을 뿐이기 때문이다. 같은 가사, 같은 멜로디라도 연주될 때마다 다른 이야기를 전해준다. 그것이 ‘재즈 스피릿’이라는 주장이다.
말로는 추계예대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음악을 배우는 학생들에 대한 평가는 냉정했다.
“2000년대 이후 학생들은 열정이 없어요. 절실하지도 않아요. 발품도 안 팔아요. 음원 하나를 구하면 소중하게 닳도록 들어도 부족한데, 요즘 학생들은 누가 불렀는지도 몰라요. 두어 번 듣고 마음에 안 들면 컴퓨터에서 삭제해버리죠. 10명 가운데 2~3명만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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