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아이들의 뜨거운 웃음 갯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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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7.04 09:20:21
  • 조회: 375
쿵, 엉덩방아를 찧어버렸습니다. 하필 돌 하나가 박혀 있을 게 뭐랍니까. 우리의 ‘갯벌택시 2호’는 막 갯벌로 들어서는 중이었습니다. 앞은 경운기, 뒤는 트럭 짐칸. 택시는 드르륵, 드르륵, 털털거리며 갯벌 위를 엉금엉금 달렸습니다. 마을에서 갯벌체험장까지 1㎞ 정도를 달리는 갯벌택시는 전북 고창군 심원면 하전리 명물입니다.
변산반도 끄트머리, 곰소만에 들어앉은 하전리 갯벌은 끝이 없어 보였습니다. 바지락을 캐는 어민들은 4㎞를 달려 나간답니다. 물이 빠져나간 갯벌은 뛰어다녀도 될 만큼 단단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뭡니까? 달걀 흰자들이 뒹굴고 있었습니다. 하전갯벌체험장의 이문길 사무장이 피식 웃었습니다. “민챙이 알이에요. 진흙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게 민챙이고요.” 민챙이는 껍질이 없는 고둥이랍니다. 체험학습 나온 아이들이 민챙이를 손끝으로 건드려보더니 뒤로 움찔 물러섭니다. “느끼한 느낌이 나요!” “젤리포 같아요!”
“자, 밀가루 반죽처럼 말랑말랑한 곳이 있죠? 거기 바지락이 살아요. 갈퀴를 갯벌에 박고 땅을 들어 제껴주는 거예요, 이렇게. …하나, 둘, 세마리가 나왔죠? 바닥을 긁으면 안돼요. 이 아래 사는 조개나 게가 위협을 느끼니까요.”
하전리는 우리나라 최대의 바지락 산지 중 하나입니다. 한해 4000t이 납니다. 갯벌체험은 2004년 시작했습니다. 바지락 어장 10만여평 가운데 1만평을 체험장으로 만들었지요. 바지락을 실어나르는 경운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갯벌 택시도 만들었고요. 서해안 모퉁이마다 갯벌 체험장이 있지만 경운기 타고 ‘원정’ 나가 체험하는 곳은 하전리 일대뿐일 겁니다.
가장 많은 것은 물론 바지락입니다. 삼각형 조개는 바지락, 동그스름한 조개는 가무락(모시조개)입니다. 연필로 뚫어놓은 것 같은 동그란 구멍은 칠게집 입구예요. 깊이가, 놀라지 마세요, 70~80㎝나 된답니다. 칠게는 겨우 손톱만한데도요. 고둥들이 그린 그림은 또 어떻고요. 움직인 자국이 갯벌에 기하학적인 무늬로 남는답니다. 갯벌 땅그림이라고나 할까요. 아, 방금 뭐가 지나갔는데요? 워낙 순식간에 지나간 것은 새끼손가락만한 말뚝망둥어였습니다. 헤엄도, 달리기도 명수랍니다.
갯벌에서의 시간은 짧습니다. 밀물이 오기 전 빠져나와야 합니다. 물이 밀려오면 지렁이와 따개비가 기지개를 켜며 게·조개와 임무를 교대할 겁니다. 게·조개는 썰물 때 뻘을 먹고, 지렁이·따개비는 밀물 때 바닷물 속의 플랑크톤을 먹거든요. 두어 시간 갯벌에서 놀았을 뿐인데, 발을 내려놓기 미안해졌습니다. 운동화 자락에 얼마나 많은 게와 조개, 지렁이가 밟힐까요. 이제 ‘갯벌의 경제성은 농토의 9배’ ‘우리나라 갯벌은 세계 5대 갯벌의 하나’라는 거창한 이야기보다 ‘갯벌은 앞으로도 곧잘 걷는 내 친구 밤게의 집’이란 구체적인 기억이 남을 겁니다. 갯벌 체험을 한번이라도 제대로 해 봤다면 갯벌을 막아 농토로 만들겠다는 계산은 하지 않을 거예요.
올 여름 휴가, 갯벌로 다녀오시는 게 어떨까요? 칠게와 숨바꼭질하고, 말뚝망둥어와 달리기 시합하고, 고둥들의 퍼레이드를 지켜보는 겁니다. ‘새끼 생선’ 대신 ‘말뚝 망둥어’, ‘소라게’ 대신 ‘집게’, ‘올챙이’ 대신 ‘민챙이’라고 또박또박 이름을 불러주면서요. 갯벌은 자연의 거대한 테마파크입니다. 자, 서해안 모퉁이마다 갯벌 휴가지가 박혀 있습니다. 오늘은 갯벌, 내일은 해수욕장. 방학 숙제하러 박물관도 가 볼까요? 트래블팀이 준비한 올 여름 바캉스 스타일, 제1탄은 갯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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