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휴대전화 반드시 켜놓으세요”[첫 디지털극 ‘신타지아’ 연출 구본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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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7.03 09: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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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연의 ‘관람 예절’은 조금 낯설다. 휴대전화는 반드시 켜놓아야 하고, 극이 진행되는 동안이라도 기분내키는 대로 소리를 질러주는 게 좋다. 객석이 자리마다 다른 감정으로 떠들어준다면 그날 관객은 ‘최고의 매너상’을 받을지도 모른다. 23일부터 고양 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시작한 디지털 플레이 ‘신타지아(Syntasia)’의 얘기다.
‘신타지아’는 고양문화재단과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이 공동제작한 ‘디지털 극’이다. 2040년 디지털 기술을 잃고 혼란에 빠진 한 소녀와 마법사의 이야기를 50여 분간 대사 없이 무용과 마임, 영상으로 보여준다. ‘소녀’는 미래의 이동수단인 ‘휴보웨이’를 타고 등장하고 영상 속 아바타와 함께 춤을 춘다. ‘마법사’는 즉석에서 다른 장소에 있는 사람과 화상으로 연결해 함께 연기를 펼치고, 관객들은 마법사가 보여주는 영상 퍼즐 게임을 즉석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로 즐길 수 있다.
‘신타지아’의 연출을 맡은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구본철 교수(47·컴퓨터 음악)를 지난 24일 공연장에서 만났다. 구교수는 ‘새로운 게 있었는지’부터 물었다.
“새로웠습니까? 아 다행이에요. 그래도 부족하죠. 하고 싶은 10단계 중에 이제 1단계쯤 한 것 같아요.”
그는 “과학과 예술 모두가 중심이 되는 시도”에 대해 강조했다. “고양문화재단 박웅서 대표가 그러셨어요. ‘아날로그 공연에 기술을 접목시켜 디지털 공연으로 진화시킬 것인가, 아니면 디지털만이 갖고 있는 것으로 별도의 공연을 만들 것인가의 문제에서 후자를 시도했다’고요. 없던 것을 해내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구교수는 공연에 앞서 마이크를 들고 관객들 앞에 서기도 했다. “이런 공연 처음이시죠? 준비한 저희도 처음입니다. 지금부터 공연에 대한 고정관념은 버리시고 새로운 것을 찾아나가는 과정으로 생각해주세요.” 낯선 공연에 대한 거리감을 줄이기 위해 매번 무대에 선다는 그는 “좀더 길게 얘기하고 싶지만 너무 나서는 것으로 보일까봐 줄였다”고 했다.
“기술을 접목한 공연은 많이 있었어요. 랩탑 컴퓨터로만 연주를 하는 ‘랩탑 오케스트라’도 있었고, 컴퓨터로 만든 ‘곤충 퍼포먼스’도 있었고. 그렇지만 스토리가 있는 ‘디지털 극’ 형태로 완성한 건 저희가 처음이에요. 예술적 완성도보다는 새로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봐주셨으면 합니다.”
공연 내내 관객들은 배우뿐만 아니라 제작진의 모습도 지켜볼 수 있다. 구본철 교수를 비롯해 연주와 기술적인 조율을 하는 8명의 제작진의 자리가 무대와 객석 중간에 오픈돼 있다. 관객은 제작진의 손 동작, 배우와 영상을 따라가는 눈동자까지 읽을 수 있다. 구교수는 “경계를 허물기 위해 일부러 무대 앞에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신타지아는 관객과 배우의 경계뿐 아니라 제작진도 무대의 일부라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모든 경계를 허무는 거죠.”
기술이 중심이다 보니 배우들의 연기 실수보다는 네트워크 혼선 등의 기술 고장에 더 신경이 쓰인다. 8개의 프로젝터가 돌아가면서 마찰을 일으키지 않고 객석에도 눈이 부시지 않도록 조정해야 했다. 망사망으로 입체감을 살리긴 했지만 구조적으로 조합을 이루는 것도 쉽지 않았다. 구교수는 “예정된 28번의 공연 동안 고장 없이 공연이 끝났다면 그것만으로 꽤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 새 기술이 관객에게까지 전달되지 않는 점도 있다. 제작진은 ‘지향성 스피커’를 이용해 객석마다 다른 소리를 듣고 다양한 희로애락을 느끼도록 기획했다. 계획대로라면 객석 여기저기서 다른 반응이 터져야 하지만, 아직까지는 조용하다.
“계속 연구중이에요. 어떻게 하면 관객의 참여를 유도할까, 어떻게 하면 좀더 재밌게 할 수 있을까. 관객들에게 ‘작은 자극’이라도 주고 싶거든요.”
제작기간 내내 잠을 거의 못 잤다는 그는 벌개진 눈을 하고도 벌써 다음 공연에 대한 구상을 얘기했다.
“다음번엔 3D 기술을 좀더 적극적으로 활용해보고 싶어요. 홀로그램을 무대에 세워볼 수도 있고. 하고 싶은 것, 보여주고 싶은 게 정말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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