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나? 나우족! New Old Wo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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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6.26 09:08:23
  • 조회: 320
과거 40, 50대 여성들은 아내나 어머니 역할에만 충실했고 출산이 이른 이들은 손자를 돌보는 할머니였다. 뽀글뽀글한 파마 머리, 기미와 주름살로 대변되며 여성도 남성도 아닌 제3의 성으로 불리던 그들. 드라마에서도 중년 여성은 이모나 작은 어머니 등의 조연으로 머물며 “쥐약 먹은 것은 숨겨도 나이 먹은 것은 못 속인다”고 한숨 지었다.
21세기의 중년 여성들은 이런 규범과 편견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며, 아내와 엄마로만 살기보다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다. 성형수술과 각종 상품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젊고 섹시해지려고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자신에게 투자한다. 20대의 상징인 생머리에 청바지나 미니스커트를 당당히 입고, 훌라우프 돌리기나 동네 약수터 산책 대신 헬스센터나 재즈댄스클럽에서 몸매를 가다듬는다. 또 뜨개질 대신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고 주식투자 등 재테크로 남편에게 용돈을 주기도 한다.
40, 50대에도 여전히 젊고 건강하며 경제력이 있어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여성들, 나우족(NOW, New Old Women)으로 불리는 이들이 각 분야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유행 선두 주자인 이들이 다른 여성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크지만 남편·자녀까지 자신의 취향대로 바꾸는 특성이 있어 가족관계에까지 변화를 예고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트렌드 세터답게 새로운 신조어를 탄생시키고 있다. 새로운 시대의 나이든 여성들이란 나우족 외에도 아줌마면서도 신데렐라의 꿈을 꾼다고 ‘줌마렐라’, 그리고 영원한 젊음을 추구한다는 뜻에서 ‘샹그릴라족’, 또 와인처럼 숙성되어야 은은한 향기와 제맛이 난다는 ‘와인맘족’, 그리고 즐겁게 나이들며 건강하고 매력적이란 하하족(HAHA족, Happy Aging Healthy&Attractive), 젊고 유능한 여성을 뜻하는 알파걸들의 어머니란 뜻의 ‘오메가족’, 주부(Housewives)면서 고등교육(Educated)을 받고 인생 제2기를 재설정(Reengaging)하는, 진취적인(Active) 여성의 이니셜을 딴 헤라(HERA)족까지 끝도 없다.
나우족의 가장 커다란 특징은 ‘오늘의 내가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과 자신에 대한 아낌 없는 투자’. 과거엔 오로지 자식과 남편, 그리고 내일의 행복을 위해 희생하고 주름진 얼굴과 까칠해진 손을 훈장처럼 여기고 살았던 중년 여성들, 자신을 위해선 양말 한 켤레 사는 것조차 죄책감을 느꼈던 어머니 세대와는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올해 둘째아들까지 대학에 보낸 주부 김경란씨(48)는 최근 적금 탄 돈 700만원을 들여 처진 가슴을 올려 확대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효리처럼 섹시한 가슴을 원해서가 아니었어요. 친구들을 목욕탕이나 수영장에서 보면 헬스나 성형수술로 탄력 있는 처녀 몸매를 유지하는데 나만 늙고 처진 것 같아서 속상했어요. 수술비가 만만치 않았지만 그동안 두 아이 대학보내느라 고생한 나에게 내가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서울클리닉의 이민구 원장(성형외과 전문의)은 “가슴 성형의 경우 10년 전에는 20대가 70~80%였는데 이제는 중년 여성층이 70~80%”라면서 “보통 주부들도 자모회, 동호인서클 등 모임이 많아져 다른 여성들과 비교할 기회도 늘고 나이 들어도 성적 매력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중년 여성들의 가슴 성형 열풍을 분석했다. 레알성형외과 김수신 원장은 “자녀의 결혼식 때 사돈 부인보다 늙어보이는 게 싫어서 주름 제거 수술을 받는 50대 여성도 있고 해마다 성형수술을 받는 단골도 있다”고 전했다.
요가와 발레, 직접 만든 천연화장품으로 탄력 있는 몸매와 팽팽한 얼굴을 자랑하는 주부 박미정씨(51)는 “남보다 젊고 아름답게 보이는 게 삶의 목표”라고 말한다.
“우리 친정엄마는 지금 내 나이에 손자를 둔 할머니였지만 나는 대학생 딸과 같은 사이즈의 청바지를 입고 콘서트도 함께 가요. 아직 마음은 청춘이거든요. 노화를 두려워하기보다 적극적으로 가꿔 남들에게 젊고 예뻐보이려고 노력해요. 우리 엄마처럼 항상 자식들을 위해, 내일을 위해 아끼고 절약하느라 쭈글쭈글한 할머니로 늙긴 싫어요. 오늘 내가 누릴 수 있는 젊음과 즐거움을 위해 투자하는 게 뭐가 나쁘죠?”
심리학자인 최창호 박사는 “외모를 중시하는 ‘루키즘’과 무조건 어려보여야 하는 ‘젊음예찬시대’에 중년 여성들 역시 자신에게 투자해 정체성을 찾으려는 욕망, 인터넷과 매스컴을 통한 정보 획득으로 개개인의 의식의 지평이 넓어져 자신들도 세상의 중심에 서려는 욕구가 나우족의 탄생 배경”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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