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여기가 그때… ‘선비’를 배우다[아빠와 함께가는 여행 담양 ‘소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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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6.25 08:5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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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소쇄원은 늘 가보고 싶은 여행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조성한 ‘한국 정원문화의 진수’라는 찬사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인근에 식영정, 송강정 등 정자와 누각도 많다. 호남 선비들이 모여들었던 누정에선 가사문학이 영글었다. 게다가 메타세쿼이아 길도, 대나무숲도 예쁘다.
과연 초등학생 아이들도 소쇄원의 의미를 알까. 아이들과 함께 소쇄원에 다녀왔다. 초등학교 5학년 은기와 1학년 준서다. 노트에 소쇄원을 ‘소새원’으로 쓴 아이들에게 뭘 보여줘야 한담…. 처음부터 고민스럽다.
쭉쭉 뻗은 소쇄원 들머리는 언제나 시원하다. 대숲에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아이들은 대나무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달려간 것은 역시 광풍각 앞을 흐르는 자그마한 계곡. 계곡 위로 놓인 담장(오곡문)과 외나무 다리를 보더니 신기해했다. 아이들이 관심 있는 것을 쉽게 풀어줘야 하는 게 체험여행의 포인트.
“왜 다리를 넓게 만들지 않고 위험하게 외나무 다리를 놓았을까, 계곡 위로 담장을 쌓은 이유는 뭘까.”
“내가 보기엔 외나무 다리도 위험하지는 않은데….”(은기·초5)
답은 ‘정신 똑바로 차리게 하기 위해서’다. 송명숙 문화유산해설사에 따르면 글 공부 하는 선비의 집에 가는 데 마음가짐을 다듬게 한다는 의미로 외나무 다리를 놓았다는 것. 방문할 사람의 대문 앞에서 옷매무시를 다듬어보는 것과 같은 이유다. 또 하나, 다리 넘어 세상은 현세가 아닌 이상세계를 뜻한다. 주자의 무이구곡을 형상화한 것이다. 선비들이 고고하고 깨끗하게 산다는 뜻이다. 오곡문도 무이구곡 중 5곡을 암시한다.
주자 얘기가 나오자 아이들은 고개를 홱 돌렸다. 이해가 안되는 눈치.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지었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같으면 포클레인으로 계곡에다 콘크리트 놓고 쇠다리를 얹었을지도 모르잖아. 한데 옛날엔 계곡을 하나도 훼손하지 않고 좋은 정원을 만든거야. 저기(광풍각)에 앉아있으면 집에서도 산에 놀러온 것처럼 보이잖아.”
“허걱! 이게 정원이었어?”(준서·초1)
소쇄원엔 노랑꽃창포도 화려하게 피어 있었다. 아이들에게 창포 얘기 한 토막을 풀었다. 창포잎은 향이 좋아 단옷날(6월19일) 창포잎을 삶아낸 물로 머리를 감았다는 얘기다.
“옛날엔 아홉마디 줄기가 있는 창포가 있었대. 그걸 먹으면 오래 산다고 해서 끓여 마셨단다. 요즘으로 치면 네잎클로버처럼 행운을 가져다주는 거야. 창포물에 머리도 감았고 향기도 좋아.”
아이들은 신기하다는 듯 코를 들이대고 냄새를 맡았다.
사실 창포도 소쇄원을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다. 하서 김인후가 지은 소쇄원 48영에서 ‘세찬 여울가에 피어난 창포’(激湍菖蒲)도 들어 있다. 당시는 노랑꽃창포가 아닌 석창포였을 것이다. 꽃창포 바로 옆에 대나무를 반으로 쪼개 만든 홈대로 물이 졸졸 흘렀다. ‘나무 홈대를 통해 흐르는 물’(고木通流) 역시 소쇄원 48영 중 하나다. 홈을 타고 샘 줄기 흘러내리어(委曲通泉맥)/ 높고 낮은 대숲 아래 못이 생겼네(高低竹下池).
소쇄원과 가사문학관, 식영정은 약 1㎞ 떨어져 있다. 식영정은 가사문학관 주차장 옆 언덕에 있어 풍광이 좋다(아래쪽에 있는 것은 부용당이다). 식영정은 김성원이 장인 임억령을 위해 지은 정자. 당시 임억령, 김성원, 고경명, 정철 네 사람이 각 20수씩 식영정이십영(息影亭二十詠)을 지었다. 과거 고교 교과서에 단골로 나오는 ‘성산별곡’(정철)도 여기서 나오게 된 것이다.
“옛날 선비들은 여기 모여 앉아 시를 지었대.”
“우린 여기서 그림 그리면 좋겠다. 시원하고 좋잖아.”
원림의 진수라는 담양 소쇄원 일대. 거기엔 편히 앉아 쉴 수 있는 누정이 많다. 소쇄원 광풍각은 누워 한 숨 잘 수도 있다. 다 개방돼 있다. 아이들과 함께 가려면 스케치북을 갖춰 그림을 그려보게 하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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