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절벽을 걷다[울릉도의 숨은 비경 좌안해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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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6.25 08:5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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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에 가면 꼭 봐야 할 필수 코스가 있다. 독도 투어, 유람선 해상투어, 성인봉이 전부가 아니다. 돈도 들지 않고 쉽게 볼 수 있는 필수코스는 바로 좌안해안도로다. 소요시간은 걸어서 왕복 1~2시간. 멀리 있지도 않다. 바로 선착장 뒤편이 입구다.
좌안도로는 절벽 산책로다. 도로라고 불리지만 찻길이 아니다. 해안 절벽에 굴을 뚫거나 다리를 놓아 길을 만들었다. 계단을 올라서 방파제 철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좌안해안길이다. 철문을 달아놓은 것은 파도가 높거나 강풍이 불면 위험하기 때문에 관광객을 통제하기 위해서다.
해안길은 높낮이는 있지만 대체로 평탄하다. 도동항에서 왼쪽 절벽을 끼고 돌아가게 돼 있다.
해안 절벽길 초입. 벽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 파도에 할퀴어 팬 자국이다. 자연환경이 척박해서 울릉도 사람들은 ‘말도 마이소’라고 하지만 관광객에겐 그것도 장관이다.
길은 절벽 사이 암굴로 들어갔다가 다시 벼랑을 탄다. 물빛도 지역에 따라 달라진다. 흔히 에메랄드빛이라고 하는 바닷빛을 볼 수 있고 먹물이 짙게 밴 검푸른 바다도 보인다. 단지 바다의 깊이에 따라 물빛이 다르진 않을 터이지만 토박이들도 쉽게 이유를 대지 못했다.
입구에서 10분 거리에 해녀가 한창 물질을 하고 있었다. 길에서 불과 10m도 떨어지지 않은 바다에서 홍합을 따고 있다. 저렇게 가까운 해안에서 조개가 잡히나? 주변 바위를 보니 성게가 더덕더덕 붙어있다. 50~60줄의 이 해녀는 홍합바구니 좀 건져달라고 했다. 남자 3명이 주먹만한 홍합이 가득찬 바구니를 겨우 들어올렸다. 해녀는 고맙다며 주먹만한 소라 열댓개를 건넸다.
“회로 먹어도 된다니까. 뭍에서는 구경조차 못하는 것이니 빨리 가져가.”
해녀의 목소리는 카랑카랑했지만 속정은 깊었다.
해안길 중간쯤 절벽 아래에 ‘고무다라이’ 2개가 놓여 있다. 일종이 샘이다. 석간수를 받기 위해 놓아둔 것으로 관광객들이 마실 수 있다. 화산섬의 물맛은 대개 담백하다. 쓰지도 달지도 않다. 뒤끝에 남는 게 없다. 개운하다. 울릉도는 2500만년전 화산폭발로 바다에서 솟구쳤다. 화산 폭발시 탄화된 돌덩이들이 탄소필터 작용을 하는지 물맛이 깔끔하다.
거친 벼랑에는 이끼같은 식물들이 붙어산다. 40분쯤 가면 해안길 끝이다. 여기서 나머지 구간은 공사를 하고 있다. 내년쯤에야 행남등대 앞까지 길을 뚫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는 내륙으로 파고들어 400m만 가면 행남등대다. 행남등대에서 좌안해안도로 대신 숲길을 타고 돌아올 수도 있다. 울릉도는 행남등대 앞까지 길을 뚫을 작정이다. 새 길은 내년쯤은 돼야 개통된다.
마지막 해안길 끝자락 소나무 아래는 머위처럼 생긴 식물이 가득 붙어 있다. 토박이들은 생김새만 머위인 ‘너도 머위’라고 했다. 머위처럼 잎으로 쌈을 싸먹을 수 없어 ‘개머우’라고도 한단다. 너도머위 외에도 엉겅퀴, 애기똥풀 등 야생화들도 많이 피어 있다.
해안도로는 어렵게 만들었다. 바위벽에 구멍을 뚫고, 다리를 놓았다. 다 만들어놓은 코스 중 일부는 태풍으로 유실돼 다시 만들기도 했다.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다보면 좌안해안도로는 놓치기 일쑤다. 돈 안되는 코스라 일부 여행사에서 잘 알려주지 않는다. 선착장 바로 뒤편에 있지만 입구가 방파제에 올라서야 볼 수 있어 여행자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래도 이만한 해식단애를 울릉도 아닌 다른 지역에서 보기 힘들다. 만지면서 걷기는 더 어렵다. 단언컨대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 산책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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