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다큐의 파괴·혁명’[EBS ‘시대의 초상’ 책임 PD 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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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6.13 09:2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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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하기보다 보여주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본인의 입을 통해 듣는 진실한 말이 갖는 힘이죠.”
EBS 인물 다큐멘터리 ‘시대의 초상’의 책임 프로듀서 김현 교양문화팀장(41·사진 아래)은 ‘보여주기’를 강조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TV 다큐멘터리는 보통 ‘설명하기’의 방법을 사용한다. 직접 찍은 화면이나 자료 화면들 위에 기본적으로 내레이션이 깔린다. 내레이션은 시청자를 TV 앞에 잡아두는 힘은 갖고 있지만, 생각할 ‘틈’을 허용하진 않는다.
“내레이션의 기능은 ‘설명’입니다. 설명을 해주다 보면 제작자의 생각을 주입하게 돼요. 그게 하나의 양식처럼 굳어지다 보면, 시청자들은 내레이션 내용이 진리나 사실인 것처럼 인식하게 될 우려가 있습니다. 그러나 보여주면 생각할 여유가 보다 많아지죠. 그게 다큐멘터리의 기본 정신이기도 하고요.”
‘시대의 초상’에는 실제로 내레이션이 전혀 없다. 기존의 TV 다큐와 크게 다른 점이다. 오죽하면 프로그램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다시보기’ VOD를 구입한 한 시청자가 “원래 내레이션이 없는 건가요? 잘못 올리신거 아닌가요?” 하는 글을 올려놨다. 많은 시청자들은 이미 내레이션에 길들어 있다.
지난 2월 방송을 시작한 ‘시대의 초상’은 한 인물의 삶을 통해 시대를 보는 프로그램이다. 1980년대 이후 현재까지 다양한 분야에 족적을 남긴 사람들이 직접 출연해 그들의 목소리로 시대를 증언한다. 지금까지 이문열, 한대수, 한비야, 권인숙, 김부선 등 10여명이 출연했다. 방송 이후 “다큐의 새로운 시도다” “한 사람의 몰랐던 면을 잘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방송계에서도 이미 ‘괜찮은 프로그램’이라고 소문이 자자하다. 한 방송관계자는 “형식도 신선해 재미있고, 내용 또한 시대의 이면을 잘 짚어냈다”며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고 했다.
“인터뷰가 갖는 힘, 진실한 말이 갖는 힘을 보여주는 데 가장 초점을 뒀어요. 인물 구성도 기존에 ‘선생님’이라고 ‘모셔야’ 하는 분들보다는 보다 솔직하게 그 시대를 증언할 수 있는 사람들이 나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본인의 입을 통해 다 털어놓지 않으면 만들기 어려운 프로그램이기 때문이에요.”
내레이션을 배제한 대신 새로운 형식을 곳곳에 배치했다. ‘시대의 초상’에는 TV 다큐에서 습관적으로 흘러나오는 식상한 뉴에이지나 클래식 음악이 아닌 인디밴드의 록음악이 종종 등장한다. 때론 인터뷰어가 화면 속으로 개입하기도 한다. 자료화면은 물론 이해를 돕기 위해 애니메이션, CG, 특수효과 등을 사용하는 데는 경계가 없다.
지난 4월 방송된 ‘역사와 나, 그 경계의 삶-권인숙’ 편에는 이 모든 것이 집대성돼 있다. ‘부천 성고문 사건’의 전모를 권인숙 자서전을 바탕으로 한 랩과 애니메이션으로 재구성해 보여줬다. 소제목이 들어가는 부분에선 그래피티도 등장했다. 재판 장면은 스티로폼 인형으로 모형을 만들어 재연했다.
김현 PD는 ‘남들이 안하는 것’을 하고 싶다 했다. 그는 “인터뷰나 영상자료를 보여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며 “인터뷰하는 사람의 친한 친구를 돌발적으로 화면 안으로 밀어 넣고 그 반응을 살핀다든지, 가령 광주와 관련된 다큐라면, 유리벽으로 둘러싸인 차를 타고 하루종일 광주 일대를 돌면서 인터뷰를 하는 형식이라든지 하는 등의 새로운 시도들을 더 하고 싶다”고 말했다.
2005년 등장한 EBS의 ‘지식채널 e’라는 5분짜리 프로그램은 TV 다큐에 일대 혁명을 일으켰다. 음악과 그림만으로 5분 동안 사람들의 시선을 단단히 붙들어 매는 흡입력이 있었고, 신파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시청자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공감하게 하는 것이 ‘시대의 초상’과 비슷하다 했더니 이 프로그램 역시 김현 PD가 책임지고 있다.
“웹 2.0시대에 맞는 다큐는 시청자와 상호작용하는 것”이라는 그는 시청률에서도 너무 자유로워지면 안된다고 경계한다. ‘시청률 자유 지대’ EBS에서 일하는 PD 치곤 욕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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