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땜질 처방·정책’정말 위험하다[선택의 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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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6.11 09:10:36
  • 조회: 347
사람들은 살면서 부딪치는 문제들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구하지만 삶이란 간단치가 않다. 알렉산더 대제처럼 복잡하게 얽힌 매듭을 단칼에 베어 풀어버리면 좋다. 그런데 매듭을 푸는 목적이 그것을 가지고 다른 것을 만들어야 한다면 칼로 베어버린 매듭은 또다른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문제’라는 것은 하나를 풀면 또다른 하나가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할수록 다른 문제들이 쏟아져 더 복잡하게 만든다.
예컨대 독일 북부의 한 도시는 교통량과 소음, 대기오염을 해결하기 위해 시장은 시민운동단체, 시의회와 함께 자동차의 속도제한을 시속 30㎞로 낮추기로 했다. 그러나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 속도를 줄이자 자동차 소음은 더 시끄러워졌다. 배기가스도 더 많이 배출되고 20분이면 충분했던 쇼핑시간도 30분으로 늘어났다. 짜증이 난 시민들이 쇼핑을 하지 않게 돼 교통량이 줄긴 했지만 소음과 공해는 여전했다. 시민들은 거주지를 외곽으로 옮기고 가까이 있는 대형상점에서 물품을 일주일치씩 한꺼번에 사기 시작했다. 결국 작은 가게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으며 경기침체로 이어졌다.
이집트에서는 정부가 부족한 전기를 충당하기 위해 아스완댐을 만들기로 했다. 전기는 에너지가 될 뿐 아니라 산업시설을 세우고 많은 사람을 고용하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막상 아스완댐이 건설되자 댐 아래 나일강에는 진흙이 더이상 쓸려 내려오지 않았다. 농지에 진흙물이 넘치는 일은 사라졌지만 농토에 거름이 쌓이지 않게 됐다. 결국 인공비료를 사용해 밭에 양분을 공급해야 해 농사비용이 많아지고 물이 오염되기 시작했다. 농지로 가지 않는 진흙이 댐 아래쪽으로 흘러 해안침식을 가속화시키며 나일강 삼각주에 사는 정어리들의 수도 줄었다.
문제의 해결책이 다른 문제를 부른 좋은 예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상호작용하는 여러 하부구조들로 이뤄진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이라고 정의한다. 불교식으로 보면 화엄경에 나오는 ‘인드라망’과 비슷한 얘기다. 제석천에는 무수한 구슬로 이뤄진 그물(인드라망)이 있다. 구슬에는 우주 삼라만상이 투영된다. 삼라만상이 투영된 그물은 서로 서로 다른 구술에 투영된다. 각각의 구슬이 단독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구슬과 연결돼 전체를 이룬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갑작스럽게 발생한 사태를 해결하는 순간 다른 문제가 연쇄적으로 일어나게 마련이다. 부수적인 현상과 장기적인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당장 급한 불을 끄다보면 사태는 점점 악화된다. 1986년 유럽 전체를 핵공포에 떨게 했던 체르노빌 핵발전소 원자로 폭발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원자로 연구원들은 다들 전문가로 잘못 처신한 사람은 없었지만 실험을 위해 ‘땜질처방’을 강행하면서 쌓인 실수가 엄청난 재앙을 불렀다.
저자는 이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복잡한 상황 파악하기, 목표 다루기, 모델을 설정하고 정보 모으기, 상황 변화를 예측하기, 구체적인 계획 세우기, 바람직한 의사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복잡한 현실에서 한 가지 요인만을 염두에 두고 문제를 해결하는 건 불가능하고 여러 특성을 모두 고려하고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눈 앞의 실적에 급급하거나 땜질처방에 익숙해진 정부 관계자들에게는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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