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망치지 말자, 그들의 땅[윤리적 소비 - 책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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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6.08 09:05:55
  • 조회: 331
지난해 앙코르와트를 다녀온 김정선씨(32)는 여행을 돌이킬 때마다 찜찜하다. 수백년 된 인류의 문화재가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고, 아이들에게 돈을 쥐어주고 기념사진을 찍던 관광객들의 모습이 자꾸 떠올라서다. 고무 대야를 타고 다니며 구걸하던 톤레삽 호수 수상마을의 어린이들도 마음에 걸린다. 관광객 때문에 여행지가 망가질까봐 걱정스럽다. 김씨 같은 여행자들이 늘어나면서 최근 여행업계에서는 ‘책임여행(Responsible Toursim)’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여행을 통해 여행국가의 경제·자연·문화를 보존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다국적 체인 레스토랑·리조트 대신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식당과 숙소를 이용하고 현지인 가이드를 고용할 것을 권한다. 여행이 여행 국가에 이익이 되도록 하자는 것. 책임여행은 여행업계에서의 ‘윤리적 소비’다.

현지의, 현지에 의한, 현지를 위한 여행
영국의 리스판서블트래블닷컴(www.responsibletravel.com)은 2001년 세계 최초로 설립된 책임여행 전문 여행사다. ‘책임있는 여행자’와 현지 여행사를 연결해주는 한편 새로운 여행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앙코르와트 청소여행, 베트남 요리 배우기 여행, 프랑스 요가 여행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히말라야 트레킹의 경우 ‘가장 싸게 짐꾼을 구할 수 있는 여행사’ 대신 ‘포터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급하는 여행사’를 소개하는 식이다. 똑같은 리조트 여행도 대형 체인 리조트 대신 현지 주민이 운영하는 작고 친환경적인 리조트를 권장한다. 이 업체의 매출은 매년 4배씩 뛰고 있다.
책임여행은 2000년대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리스판서블트래블닷컴 외에도 슬로 트래블(www.slowtravel.com), 그린 글로브(www.greenglobe.org), 에티칼 에스케이프(www.ethicalescape.co.uk) 등의 여행사 및 여행관련 단체들이 책임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유럽의 대표적인 대형 여행사인 토마스 쿡, 마이 트래블 등은 현지 고용을 우선해 여행이 현지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한다는 ‘책임여행 정책’을 공고하고 있다. 힐튼·페어몬트 등 대형 호텔 체인에서는 1회용품 안쓰기, 타월 재활용 하기 등의 친환경 정책을 편 지 오래다. 미국에서도 윤리적 여행자(www.ethicaltraveler.org)라는 시민단체가 활동 중이다.

비행기를 타지 않는 여행
최근 책임여행계에서는 ‘비행기 여행하지 않기’가 새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비행기가 배출하는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시킨다는 것. 지난 4월말 주한 영국대사관이 주관한 한·영 환경운동가 세미나에서는 영국 환경운동가들이 굳이 비행기를 탈 이유가 없다고 통보해와 긴급히 화상회의로 대체되기도 했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내가 배출한 만큼의 탄소를 없애기 위해 나무 심기 등 탄소 줄이기 운동을 벌이는 단체에 기부하자는 프로그램도 생겼다. 클라이미트 케어(www.climatecare.org/responsibletravel/calculators)에서는 비행거리만큼 배출한 탄소의 양을 계산해준다. 서울~방콕 1인 왕복의 경우 810㎏의 탄소가 배출되고, 이를 없애려면 6파운드가 필요하다.
유럽 대형 여행사 크리스털 홀리데이는 최근 항공권을 구입할 때 비행거리에 따른 탄소 배출량만큼의 기부금을 내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리스판서블트래블닷컴은 ‘난 비행기 안 탈거야(I don’t want to fly)’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프랑스 남부 자전거 투어, 스코틀랜드 카약 여행 등을 소개하고 있다.

군부가 지배하는 미얀마 여행 반대
책임여행자들 사이에서는 군부독재가 지배하는 미얀마는 여행하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관광객이 쓰는 돈이 군부독재 유지에 쓰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전세계적으로 고립된 미얀마 군부에 관광객은 유일하게 외화를 획득할 수 있는 대상이다.
여행을 하더라도 군부가 운영하는 국적기나 국영업소 대신 비싸고 불편하더라도 외국 항공사와 사설업소를 이용한다. 배낭여행 전문여행사 엔투어 김신철 팀장은 “여행자 대부분이 군부가 운영하는 국영버스 대신 낡고 비싼 사설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버스표를 팔 때에도 ‘국영버스냐 사설버스냐’를 물어볼 정도”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무분별한 대형 리조트 건설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영국의 여행전문 시민단체 투어리즘 컨선(Tourism Concern)은 2005년 바하마 비미니 섬의 힐튼 리조트 건설 반대 시위를 벌였다. 골프장과 카지노가 포함된 새 리조트 건설이 자연을 훼손하고 지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 이들은 지난해 쓰나미가 휩쓸고 간 푸껫에 대형 리조트들이 잇달아 들어서는 데 대해 “수십만명의 이재민이 집 없이 떠돌고 있는 마당에 리조트 건설은 도덕적으로 옳지 못하다”는 의견을 펴기도 했다.

한국인 63% “책임여행에 돈 더 쓸 수 있다”
한해 출국자가 1200만명에 이르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책임여행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는 상태다. 국내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의 경우에도 쓰나미 피해 지역을 여행할 때 관광객들로부터 못 입는 옷을 기부받아 전달하는 정도다. 그러나 태평양지역관광협회(PATA)가 지난 2월 한국·인도·중국·독일 등 10개국 5050명을 온라인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한국인 응답자의 63%가 ‘현지의 문화와 환경을 보존하는 책임있는 여행에 여행경비의 25%까지 더 쓸 수 있다’고 응답했다. 기존 여행방식의 한계를 느끼고 있는 여행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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