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윤리적 소비’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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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6.05 09:10:51
  • 조회: 361
“내 돈 내가 쓰는데 누가 뭐래!”라고 외쳐도 하등 이상할 것 없는 세상, ‘최소 지출, 최대 만족’이라는 자본주의 기본 원칙이 확고해진 세상이다. 이 와중에서 소비에 ‘윤리’니 ‘도덕’이니 하는 무거운 단어들을 갖다 붙이는 게 타당할까. ‘상도덕’이란 말은 익숙해도, ‘소비도덕’이란 말은 아직 낯설다.
‘윤리적 소비자(Ethical consumer)’라는 말을 들어 보셨는지? 자본주의가 가장 먼저 싹튼 서유럽은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도 가장 빨랐다. 1950~60년대 유럽에서 태동한 ‘공정 무역(Fair trade)’ 운동은 그 일환이다. 이는 제3세계 노동력을 착취하지 않고,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무역 활동을 말한다. ‘윤리적 소비’는 이같은 공정 무역 운동을 포함한 개념의 소비자 운동이다.
서구의 윤리적 소비자 운동은 이미 탄탄한 기반 위에 놓여있다. 인간, 동물, 환경에 해를 끼치는 모든 상품을 불매하고, 공정 무역에 기반한 상품을 구매한다. ‘모든 구매행위에는 윤리적 선택이 개입된다’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신념이다. 아동 노동으로 만들어진 아디다스 축구공, 인도 수자원을 착취하는 코카콜라, 현지 소작농에게 헐값에 커피 원두를 사오는 스타벅스 등이 보이콧 대상에 오른 바 있다. 동물 실험 반대, 환경 보호 등의 가치를 내세워 한때 인기를 얻었던 더바디샵도 세계적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에 넘어간 뒤 입방아에 올랐다. 더바디샵의 가치가 유지된다 하더라도, 운동가들은 더바디샵에서 나온 이익이 로레알의 동물 실험에 사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같은 윤리적 소비주의는 여행 국가의 경제, 자연, 문화를 보존하자는 ‘책임 여행’에까지 이르는 등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다. 일부에선 관광 수입이 군사 독재 정권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미얀마 관광을 보이콧하기도 한다.
이미 서구의 대기업들은 윤리적 소비자 운동을 의식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1800만 파운드의 공정 무역 커피를 구매했다. 이는 스타벅스가 지난해 구매한 원두의 6%에 해당한다. 네슬레, 미츠비시 등도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압력에 손을 들었다. 오히려 이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차원에서 공정 무역을 지원하고 회사 이미지 개선에 이용하는 추세다.
한국에서도 2000년대 초반부터 윤리적 소비자 운동이 싹텄다. 2004년 두레생협이 필리핀 네그로스 섬의 마스코바도 설탕을 팔기 시작했고, YMCA, 아름다운 재단, 여성환경연대도 커피, 의류 등의 공정 무역 제품을 내놓고 있다.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 못지 않게 소비자 입김이 강하다. 이같은 토양이라면 윤리적 소비주의가 쉽게 뿌리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섣불리 결론 내리기 힘들다. 동아시아연구원과 매일경제가 최근 실시한 ‘한국의 윤리적 소비주의’ 조사 결과는 한국 소비자의 이중적인 태도를 잘 보여준다. 응답자의 72%가 ‘소비자 개인이 기업의 CSR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답했지만, ‘기업의 사회책임활동으로 10% 이상의 가격 인상분을 부담할 용의가 있는지’ 물어본 결과 44%만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뜻은 알겠지만, 돈을 쓰기는 싫다’는 뜻이다.
윤리적 소비주의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구조적 변화를 개인의 윤리적 결단에 맡긴다’는 지적부터 ‘윤리적 소비주의는 근본적으로 반민주적’이라는 말도 나온다. 진정 민주주의 사회라면 1인 1표를 가져야 할 텐데, 돈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윤리성을 발휘할 수 있는 윤리적 소비주의는 1인 1표 원칙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공정무역, 윤리적 소비주의가 한국에선 웰빙, 로하스처럼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어렵다고 좌시할 순 없다. 한국도 이주 노동자의 인권, 아시아 국가와의 관계에 대해 관심을 갖는 등 ‘이타적 국가’로 조금씩 거듭나고 있다. 나의 손짓, 발걸음, 숨결 하나가 영향 미치지 않는 곳 없는 세상에서,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소비자는 윤리적이어야할 의무가 있다. 지금이야말로 자유무역(Free trade)이 아닌 공정무역, 이기적 소비자가 아닌 이타적 소비자를 꿈꿔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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