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팬과 저널의 중간… 음반을 해부하다[인터넷 음악평론 집단 ‘음악취향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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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5.29 09:05:54
  • 조회: 917
차트는 시비(是非)가 아니라 호오(好惡)의 표현이다. 후자임을 인정할 때는 건전한 토론이 이뤄지지만, 전자에 집착하면 상스러운 싸움판이 벌어진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음악평론가, 마니아들의 집단인 ‘음악취향 Y’(cafe.naver.com/musicy)는 애초부터 자신들의 기준이 절대적으로 옳지 않음을 인정하고 있다. 이름에 ‘취향’이란 단어가 들어간 것도 그 때문이다.
취향은 객관적이진 않지만 각자의 이유를 가진 여러 취향이 모였을 때 거대한 모자이크를 만든다. 대학원, 한국대중음악연구소 등에서 활동했던 김영대씨(30), 조일동씨(32) 등이 “프로, 아마추어 할 것 없이 음악으로 소통하는 채널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모임을 가졌고, 여기에 음악에 대한 식견과 취향을 가진 블로거들을 영입해 오늘날의 음악취향 Y가 탄생했다.
현재 인원은 모두 14명인데, 괜찮은 필자가 있으면 회원 투표를 통해 가입시킨다. 물론 비회원도 자유게시판을 통해 글을 쓸 수 있다.
이들은 최근 ‘한국대중음악 명반 100선’을 발표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돈을 받지도 않았는데 모든 선정위원이 5차례에 걸쳐 만나 밤을 새며 토론했고, 후보에 오른 330장의 음반을 일일이 체크했다. 최종 선정된 100장의 음반에는 각기 원고지 5장가량의 성의있는 해설이 덧붙여졌다.
음악취향 Y가 뽑은 한국 대중음악 최고의 명반은 ‘어떤날 2집’(1989)이었다. 선정위원들은 “세련됨이라는 말로는 그 깊이를 온전히 드러내기 모자란 우아함과 명징함” “재즈와 포크, 록의 언저리에서 독특하게 구현한 지극히 한국적이고 꽉찬 퓨전 사운드”를 이 음반의 강점으로 꼽았다.
격론이 오간 것은 3위로 선정된 ‘들국화 1집’(85) 때문이었다. 이들은 들국화가 한국대중음악 ‘순수의 시대’를 대표한다고 말하지만, 결국은 ‘지난 시대의 총합’이었다고 결론내렸다. 그러나 ‘어떤날’은 ‘이후 시대의 출발’이었기에 들국화보다 앞자리에 놓았다는 것이다.
다채로운 취향의 집합체를 강조하는 이들답게 차트에는 다른 평론가들이라면 뽑지 않았을 이름도 눈에 띈다. 박정현, 윤종신 등 발라드 가수들이 새롭게 평가됐고, 노이즈같은 일렉트로니카 댄스그룹도 이름이 올랐다. 아울러 배호, 덩키스, 애드훠 등도 시대를 대표하는 음반으로 꼽혔다.
반면 이들은 신해철을 상대적으로 과대평가된 아티스트라고 꼬집었다. 신해철은 시대를 읽는 논객, 청년문화의 상징으로서 의미가 충분하지만, 흔히 말하듯 서태지와 함께 90년대를 대표하는 음악인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이런 판단은 “음악의 역사는 사건의 역사가 아니라 음반의 역사”라는 음악취향 Y의 주장과 이어진다. 김영대씨는 “음악을 사회적 영향력, 의미가 아니라 음악성 자체로만 판단한 사실상 첫 시도”라고 자평했다.
음악취향 Y는 한국 대중음악의 황금기를 80년대 후반~90년대 중반으로 잡고 있었다. 100장 중 40장의 음반이 이 시기에 나왔다. 김영대씨는 “대중음악이라는 존재 자체가 서구에 빚지고 있다고 봤을 때, 이 당시의 작곡 체계와 노하우 등이 서구 음악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설명했다. 최지호씨(32)는 “아티스트의 독창적인 음악이 대중에게도 잘 팔리던 독특한 시기였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최근 대중음악 시장 부진의 원인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조일동씨는 “한국이 미국식 근대화를 따라잡으려고 노력하다가 결국 따라잡았기 때문”이라며 “이전엔 장사꾼과 작가의 구분이 모호했는데 이젠 확연해졌다”고 말했다. 그만큼 작가와 대중의 거리가 멀어졌다는 뜻이다. 김영대씨는 “최근 음악이 예전보다 뒤떨어지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보통 4, 5집은 내야 음악성이 만개하는데 요즘엔 3집까지 내기조차 힘들다”고 지적했다.
음악취향 Y는 스스로를 ‘팬과 저널의 중간’으로 보고 있다. 누구에게도 편집권이 없고, 회원은 한달에 2회만 자기 글을 업데이트하면 된다. 기획사와 자본이 야합한 소비문화에 매몰됐던 음악에 대한 진지한 논의들이 이곳에선 활발하게 진행된다.
출시된 신보를 놓고 회원들끼리 찬반 격론이 벌어지고, 비판받은 뮤지션이 스스로 반론을 보내거나 인터뷰를 요청해오는 일도 있다. 김영대씨는 “골방에 숨은 음악 마니아들을 끌어낼 만한 공동체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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