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매콤 새콤 시원 입맛 확 살리네[제철 맛여행 ‘김치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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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5.21 09:08:38
  • 조회: 297
아버지가 버럭 화를 내신다.
“간나 시키, 지금이 무스그(무슨) 김치말이 계절이란 말인가 말이다!(말이냐) 그거이(그것을) 올케(제대로) 먹으려면 꽝꽝 얼어재낀 날 밤에 먹어야 제격이지비(제맛이다)!!!”
김치말이는 북한의 겨울음식이었다. 특히 황해도와 평안도 사람들이 즐겨먹던 야식이었다. 김장김치를 담가 장독에 넣어 마당 한쪽을 파 그 안에 김장독을 묻어놓고 끼니 때마다 손을 얼려가며 한 포기씩 꺼내 먹던 그 옛날에, 배가 출출한 밤이면 흔히 해먹던 음식이 바로 김치말이인 것이다.
그러나 김치냉장고 덕분에 김치말이는 사계절 음식이 되었다. 특히 더위가 시작되는 5월, 김치말이는 잃었던 식욕을 되살리고, 첫 더위를 이겨내는 최고의 음식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다. 그러니 5월 제철요리를 김치말이라고 하는 아들에게 북한이 고향인 아버지가 버럭 화를 낼 만도 하다.
10년 전만 해도 김치말이는 경기도 포천과 양평, 그리고 실향민이 많이 사는 강원도 속초, 부산 등지에나 가야 맛볼 수 있었다. 그 식당들의 주인은 모두 북한이 고향인 사람들 또는 그런 집으로 시집을 간 며느리들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김치말이를 메뉴로 내놓는 집이 굉장히 많아졌다.
김치말이는 차가운 멸치 육수에 김칫국물을 섞고, 거기에 소금, 식초, 설탕 등으로 간을 해서 냉동실에 넣어 살짝 얼린 뒤 먹는 음식이다. 살얼음이 덮인 김칫국물에 얼음을 더해 넣고, 거기에 국수를 삶아 말아먹으면 김치말이 국수가 되고, 찬밥을 말아먹으면 김치말이 밥이 되는 것이다. 요새는 김치말이도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서 라면을 삶아 넣으면 김치말이 라면, 칼국수 면을 삶아 넣으면 김치말이 칼국수가 된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조리가 취미인 사람들의 실험적 메뉴일 뿐, 정말 맛있는 김치말이 음식은 면발이 가는 국수를 삶아 찬 물에 찰싹찰싹 헹구어 물기를 쪽 뺀 뒤 말아먹거나 일부러 밥을 차게 만들어 말아먹는 것이다.
김치말이는 이대로 먹어도 맛이 있지만, 북한식 전통을 재현해볼 생각이라면, 김칫국물에 메밀묵을 길쭉길쭉하게 채를 썰어 넣고, 거기에 참기름과 깨소금을 뿌려 먹으면 더욱 맛있다. 간식으로 먹을 때는 여기까지가 무난하다. 그러나 배불리 먹고 싶은 사람은 여기에 또 다시 빈대떡을 잘게 썰어 넣기도 하고, 양념한 닭 가슴살을 데쳐서 얇게 썰어 올려먹기도 한다.
김치말이는 황해도와 평안도 음식이니 아직은 북한식 김치, 북한식 김치말이를 먹기 위해 여행 가방을 꾸릴 수는 없다. 그나마 그 전통적 조리법을 유지하며 김치말이를 메뉴로 내놓는 집들이 서울과 전국 곳곳에 있다는 게 다행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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