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통신] ‘우리’는 ‘나’보다 똑똑하다[위키노믹스]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5.11 09:02:29
  • 조회: 298
국내 인터넷 산업 초창기는 데이터베이스(DB)와의 전쟁이었다. 외국과 달리 제대로 된 DB가 구축되지 않았던 터라 인터넷 서비스업체들은 태생적으로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미 만들어진 DB를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온라인 장터를 만들어 사용자들이 DB를 만들어가게 한 것이다. 초창기에는 얼리어답터를 중심으로 한 공유와 개방이 이뤄지다 인터넷이 일반화하면서 일반인으로 확대됐다. 다음 카페나 네이버 지식인이 대표적인 서비스다. 쉽게 말해 서구에서 말하는 웹2.0이나 사용자제작콘텐츠(UCC)라는 개념의 정의가 나오기 전에 이미 몸으로 체험해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현상이 정의하는 용어내지는 철학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 인프라를 갖췄다고 하면서 그에 걸맞은 정신을 키우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 것을 서구의 용어를 빌려와 설명하고 있다. 당신들(서구)이 말하는 개념이 바로 우리(한국 인터넷산업)가 이미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해도 공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싸이월드가 마이스페이스보다 월등하고 위키피디아보다 네이버 지식인이 낫다고 얘기하지만 이것은 우리끼리 하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웹2.0, UCC 등을 가져다 이것과 저것이 비슷하다며 ‘매칭’시키는 데 열중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쏟아진 신개념 인터넷에 대한 책들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이 책 ‘위키노믹스’도 아마 이런 과정을 겪을 것 같다. ‘블루오션’에 열광했던 것처럼 한국의 위키노믹스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우리가 최근 겪고 있는 인터넷으로 촉발되는 산업의 변화를 보여준다며 ‘개념 수입’에 앞다툴 것이라는 예감이다.
위키노믹스는 집단 지성이 변화시키는 세계를 설명하고 있다. 이코노믹스의 시대에는 몇몇 사람, 기업, 국가가 상품을 만들고 정책을 결정하며 고급 지식을 가지고 경제 패러다임을 형성했지만 위키노믹스 시대에는 보통사람들의 집단적인 능력과 천재성, 이른바 집단 지성이 세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200년 역사를 가진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정보량을 5년 역사의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가 뛰어넘은 것이 한 예다.
우리는 이런 변화를 이미 겪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발전시킨 리눅스는 IBM이 자체 운영체제 개발을 그만두고 도입할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캐나다의 금광회사 골드코프는 지질탐사 자료를 공개해 1억달러 남짓한 실적을 내던 회사가 90억달러의 실적을 내는 거물로 올라섰다. P&G는 사내 연구원 7500명에 외부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의 인재 9만여명의 두뇌를 활용하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를 이용한 전지구적 협업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정착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변화에서 한발 떨어졌다는 느낌이다. 네이버 지식인으로 대변되는 우리의 집단 지성은 오락과 놀이에 치중돼 있다. 반면 나라 밖에서는 성장과 혁신의 도구로 활용된다. 인프라만 앞서고 그에 걸맞은 내용의 부재가 불러온 결과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씁쓸함이 앞선다.
경향신문 기사·사진 제공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글수정
  • 글삭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