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新일본식 ‘무사도 경영’뜬다[‘경기회복의 반동인가, 저력의 회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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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5.10 08:5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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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거품 붕괴 뒤 일본 침몰의 근원으로 취급받았던 ‘일본형 경영’이 일본 경제 부활과 더불어 복권되고 있다. 용어도 한 단계 진화한 ‘무사도(武士道) 경영’으로 재탄생했다.
요즘 일본 기업 경영자들의 표정에는 여유가 넘친다. 거품 붕괴 이후 10년 이상 지속된 암흑기를 완전히 벗어났다는 자부심 때문이다. 실제로 실적 발표시즌을 맞은 일본 기업들은 요즘 앞다퉈 사상 최고 수익 경신을 밝히고 있다. 최고기업으로 평가받는 도요타자동차는 지난 1~3월 판매대수에서 미 GM을 제치고 세계 최고 자동차업체로 등극하는 등 경이의 실적을 보이고 있다. 정밀 기기분야에서는 캐논이 수년째 계속 최고 순익을 경신하고 있고, 철강업계도 신닛데쓰(新日鐵), JFE 등도 수익 증가에 함박웃음이다. 이들 기업은 한결같이 일본식 전통 경영을 고집해온 기업들이다.
과거 일본형 경영의 대표 표현은 종신고용, 연공서열, 기업내 조합이었다. 실제로 경영자들은 과거 일본형 경영의 장점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인재를 육성한다 ▲시간이 걸려도 끈기있게 제품을 개발한다 ▲단기적인 판단 대신 장기적인 성과를 본다 ▲노동조합이 회사의 경영에 협력한다는 점을 들어왔다. 다만 최근의 무사도 경영은 전통적인 일본형 경영과는 모습이 조금 다르다. 거품 붕괴 과정을 거치면서 새롭게 진화한 셈이다. 경제 저널리스트인 아베 가즈오는 “종신고용 같은 온정주의는 분명 많이 사라졌지만 사람, 물건, 돈에 대한 절약은 크게 변하지 않고 계속되는 등 예전에 비하면 경영모습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꼽는 일본 기업의 첫번째 강점은 인적자원 양성이다. 도요타 자동차에는 ‘도요타 공업학원’이라는 기술자 양성소가 있다. 이곳 졸업자들은 대부분 도요타의 제조 현장에 투입된다. 이들은 생산뿐 아니라 노사협상에서도 회사측에 가깝다. 영어사전에도 등록된 가이젠(개선)이 이들의 힘에서 비롯됐다. 사측은 사원들의 제안을 통해 업무를 개선하고 보상금도 지급한다. 반면 미국의 자동차 회사에는 이같은 사원 양성소가 없다. 혼다자동차 역시 ‘피플 컴퍼니’를 자처하고 있다. 혼다 관계자는 “직원들이 힘을 결집해 ‘토털 파워’를 낼 수 있는 게 혼다”라고 강조한다. ‘톱 다운’ 방식의 미국식 경영에 비하면 ‘보텀 업’인 셈이다.
두번째는 제조 방식이다. 캐논은 99년 생산방식을 과거의 벨트 컨베이어식에서 셀 방식으로 바꿨다. 셀은 세포란 뜻으로, 혼자 혹은 수명이 팀을 이뤄 생산하는 방식이다. 벨트 컨베이어 방식은 익숙한 사람은 빠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쉽지 않아 효율성 면에서 문제가 있었다. 물론 셀 방식 도입 직후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적응되지 않은 생산방식에 근로자들이 애를 먹은 것이다. 이 때문에 회사측은 한때 셀 방식 포기도 고려했다. 그러나 그때부터였다.
10여명의 여성직원들이 작업이 끝난 뒤 다품종 소량생산 개선 방식을 논의했다. 부품이나 공구의 설치 위치를 바꾸는 등 작업 상황이 개선됐다. 다른 팀들도 뒤를 따랐다. 결국 과거의 절반 인원으로 과거와 똑같은 제품의 생산이 가능해졌다. 캐논의 미다라이 후지오 회장은 “생산현장의 노력이야말로 기업을 이끄는 요소”라며 “자발, 자치, 자각이라는 ‘3자(自)’ 정신이 창업 이래의 캐논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사외이사제 도입 등 미국형 경영 방식을 어느 곳보다 일찍 도입했던 소니 등은 요즘 일본에서 별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물론 소니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영화, 보험, 카드, 증권 등 사업을 확장하면서 본업인 제조 부문을 소홀히 한 데서 비롯됐지만 미국식 제도 도입도 크게 평가받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소니는 2005년 실적이 악화되자 이데이 노부유키 회장이 사외이사들과의 협의를 통해 미국인 하워드 스트링거를 새 회장으로 영입했다. 외견상 사외이사제가 제대로 기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실제로 소니의 사외이사를 맡았던 한 관계자는 “소니의 인사나 내부 사정은 전혀 모른다. 결국 집행부의 설명대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해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는 점을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회사를 모르는 사람을 불러들여 인사나 급여를 결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내부 인재를 육성해 사외이사나 집행임원을 맡기는 게 더 낫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일본 상장기업 가운데 사외이사제를 도입한 기업은 70여곳에 이르지만 최근 들어 경원시하는 분위기다.
한때 2조엔이 넘는 채무로 빈사상태에 빠져있던 닛산자동차는 99년 르노사의 카를로스 곤이 사장으로 취임한 뒤 대규모 구조조정 등으로 닛산을 위기에서 구했지만, 신차 개발 등에 힘을 기울이지 못해 요즘 다시 곤혹스러운 처지다. 2006년의 경우 미국, 일본 등에서 자동차 판매대수가 급감했고, 수익은 급격히 떨어졌다.
성과주의에 대한 불만도 급증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거품 붕괴 뒤 인건비 절감을 위해 구조개혁을 명분으로 성과주의를 앞다퉈 도입했다. 성과주의 도입으로 외견상 인건비는 줄었지만 잃은 것도 적지 않았다. 당장 사원 중에는 평가에 불만을 표명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부하의 평가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상사들도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들은 완전 성과급제보다는 기본급을 유지하면서 직무급제를 병행하는 곳이 늘고 있다. 캐논의 경우 2001년부터 정기승급을 없애는 대신 관리직에 모범직무급제를 도입했으며, 2002년부터는 전 직종으로 확대했다.
물론 일본형 경영의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가족형 대기업들에서는 전횡과 독단에 따른 기업스캔들이 계속 불거지고 있다. 요즘 일본 기업들은 이같은 내부 불상사를 막기 위해 외부인을 초빙해 감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제도를 확충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임명권자는 사장이어서 결국 사장의 뜻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경제저널리스트인 아베 가즈오는 “일본형 경영이 평가받기 위해서는 내부의 감사기능을 강화해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기사·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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