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이 적 솔로 3집 ‘나무로 만든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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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5.08 09: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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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나 시의 재능은 젊은 날에 가장 화려하게 꽃핀다. 이적(33)도 그랬다. 그는 21세에 김진표와 함께 듀오 패닉의 데뷔 음반을 내놨다. 대중은 ‘달팽이’의 그윽한 멜로디에 매혹됐고, 평자들은 ‘왼손잡이’ ‘아무도’의 경쾌하면서도 삐딱한 감수성에 찬사를 보냈다. 일부에선 패닉을 두고 ‘포스트 서태지’라는 평을 내리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데뷔 후 10여년이 지났고, 음악 산업은 세상보다 더 크게 변했다. 이적은 최근 솔로 3집 ‘나무로 만든 노래’를 내놓았다. 스스로를 ‘적’이라고 칭하며 데뷔한 이 가수가 이젠 어쿠스틱한 분위기의 사랑 노래를 부른다. 여전히 1995년 데뷔 당시의 이적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나무로 만든 노래’가 낯설기만 하다.
“선언적 노래로 세상이 바뀌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노래 하나로 풀리기엔 세상의 문제가 너무 복잡하잖아요. 이번엔 ‘나 비판하고 있다’고 말하는 노래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제가 ‘이적’인데, 일간지에서 인용하기 좋은 가사를 써야하는 것 아닌가 생각도 했죠. 하지만 예를 들어 ‘이번엔 이라크전입니다’하고 말하는 건 오히려 마케팅 아닐까요. 결국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언제 다시 ‘뾰족한’ 노래를 만들지 모르지만, 아무튼 이번엔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2집의 ‘UFO’는 지금 들어도 괜찮지만, ‘혀’의 가사는 과잉인 것 같다는 얘기도 했다. ‘혀’에는 ‘소리없이 나를 때도 없이 나를/ 끝도 없이 쭉 빨아 너덜거리는/ 껍질만 남을 때 혀끝으로 굴려/ 변기통에 뱉겠지’라는 가사가 있다. 이번 음반의 ‘어느 저녁 노을 빛깔마저 변해버린 날/ 사랑은 어디로 떠났나’(사랑은 어디로)와 같은 가사와 확연히 비교된다.
이적은 ‘나무로 만든 노래’에 대해 “소극장 공연을 많이 했는데, 그에 맞는 악기 편성을 시도했다”며 “음반 전체가 가장 동일성 있는 음반이며, 앞으로 내 음악적 성장에 중요한 음반이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음반의 완성도와 상업적 성공은 날이 갈수록 무관해지고 있다. 이적은 단편집 ‘지문사냥꾼’으로 13만부를 팔아치운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는 “음반이 그 정도 팔리면 연간 차트 1위에 오를 것이다. 2년에 한번꼴로 음반을 내는데, 나올 때마다 상황이 달라진다”며 웃었다.
“음반 사는 일이 끝을 향해 달려가는 것 같아요. 단지 음악을 담는 매체만 바뀐다면 별 일 아니겠지만, 문제는 음악의 형식과 생산자, 수용자의 태도까지 바뀐다는거죠.”
패닉이 데뷔한 95년은 LP가 거의 퇴출된 직후였다. 이적은 ‘LP 마지막 세대’가 될 줄 알았는데, 결국 ‘CD 첫 세대’가 됐다. 그러나 LP건 CD건, 좋은 아티스트라면 음반을 하나의 유기물로 만들 수 있어야 했다. 싱글 시장이 없는 한국에서는 더욱 그랬다.
MP3 시대가 도래한 지금, 음반은 무의미해지고 있다. 이적은 “12곡을 큰 그림으로 보고 프로듀스했지만, 대중들은 타이틀곡 위주로 듣고 나머지 곡들을 듣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이적이 12곡을 만든다고 하자 주변에선 너무 많다고 말리기도 했다. 어차피 몇 곡 듣지 않으니 나머지 곡은 다 버리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래도 음악을 그만둘 수 없다면 어떻게 해서라도 대중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찾아야 할텐데, 이 점에서 요즘 어떤 가수들은 스스로를 옭아매기도 한다. 토크쇼에 나가 과거 연애담을 고백하고, 10대 후반 여배우들과 게임을 하기도 한다. “예능 프로에 나가면 절 잘 모르던 중학생에게까지 얼굴을 알릴 수 있겠죠. 그게 우리가 한때 좋아했던 선배들을 예능 프로로 이끄는 동력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런 인기가 공연이나 음반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입니다. 주위에선 찬반이 분분해요.”
이적은 최근 대중음악계의 ‘싱어송라이터 부재’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음악을 통해 자신의 세계관을 총체적으로 표현하고 주장하는 창작자가 없다는 것이다.
“가사, 노래, 랩, 춤 등 모든 면에서 분업화돼 있어요. ‘좋은 곡 있으면 받지’ 하고 생각하거든요. 젊은 세대들에게 음악은 더 이상 자기 표현 수단이 아니에요. 듣기 좋고 부르기 좋은 음악이면 좋다는 생각인 것 같아요. 90년대에는 서태지, 듀스는 물론 심지어 룰라까지 스스로 음악을 만들었잖아요. 요즘 그룹에선 멤버에 이상이 있으면 부품처럼 교체해요. 누군가 빠져도 아무 상관 없거든요.”
결국 예술가들이 자기의 세계를 주재하는 창작력이야말로, 스스로를 기계 부품이 아니라 인간이라고 증명하는 방법이다. 이적은 “재능에는 교집합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좋은 친구들이 영화, 게임, 광고로 빠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50, 60대가 돼서도 스타디움을 관객으로 가득 채우고 때론 놀랄만한 음악적 성취도 이루는 외국 음악인과 달리, 한국 음악인은 조로한다. 이적은 “이승환, 이승철, 김종서, 임재범 등 나보다 10살 위 세대들의 활약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트로트로 전향하거나 미사리 카페로 가지 않은 채 자신의 예전 감각으로 음악을 해나가는 첫 세대라는 것이다. 이승환 등의 활약 여부에 따라 이적 등에게도 롤모델이 생기는 셈이다.
이적은 올해 3가지 목표를 정했다. 음반, 책, 뮤지컬이다. 음반 발매는 이미 이뤘고, ‘지문 사냥꾼’보다 긴 호흡의 또다른 책을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렌트’처럼 가사와 곡을 모두 한 사람이 만드는 뮤지컬 창작에도 돌입할 계획이다.
경향신문 기사·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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