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연극, 깊어가는 ‘대학로’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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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4.30 09:2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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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늘 위기였다. 관객은 언제나 부족했고, ‘연극쟁이’는 예나 지금이나 배고픈 직업이다. 연극동네 대학로 중심부에는 뮤지컬 전문극장과 개그클럽이 자리잡은 지 오래지만, 신기하게도 새 공연을 알리는 연극 포스터는 사라질 줄 모른다. 연극인들이 생각하는 ‘지금 연극의 문제’는 무엇일까.
‘연극이 가벼워졌다’ ‘뮤지컬에 밀린다’는 비판 속에서 꾸준히 연극무대를 지켜온 이들의 고민을 들어봤다.
▲극단이 사라진다
2007년 4월 현재 서울연극협회에 등록된 극단 수는 185개다. 극단 관계자들은 이를 ‘허수’라고 지적했다. 연희단거리패 기획팀장 최영씨는 “소수를 제외하고는 이름만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지원금을 받는다해도 공연을 올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1년 내내 공연 한편 만들지 못하는 상황에서 단원들을 붙잡고 있기 힘들다”고 말했다. 연희단거리패처럼 밀양연극촌에 확실한 본거지를 두고 안정적인 레퍼토리 공연을 올리는 극단은 손에 꼽을 정도가 됐다.
올해 30주년을 맞은 연우무대의 유인수 대표도 “말이 극단이지 이름있던 극단들은 거의 다 망했고 사실상 대표 이름만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며 “연우무대도 1990년대 초 없애자는 얘기까지 나왔었다”고 말했다. 유대표는 “연기지도부터 출연, 개런티 문제까지 극단에서 책임져야 할 여러가지 부분이 비용문제로 해결되지 못하면서 단원들이 프리랜서로 뛰게 된다”고 말했다. 한 공연 기획자는 “지금 극단의 중심은 사람이 아니라 돈”이라는 비판도 했다.
배우가 되려면 극단에 들어가 허드렛일부터 배우며 차근차근 수업을 받았던 것은 이제 옛말. 점차 극단은 해체되고 필요할 때만 뭉치는 프로젝트 방식이 보편화되고 있다. 막내들의 몫이었던 포스터 붙이기도 점차 외주, 아르바이트에 맡기고 청소 등의 일도 선·후배가 함께 하는 분위기가 자리잡아가고 있다.
대학이 사실상 극단의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연극을 경험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스승과 제자, 선·후배로 이어지는 친밀한 관계가 공동체 생활을 하며 정신적 유대감을 이어갔던 기존 극단의 방식과 비슷한 효과를 내고 있다.
유대표는 “지금 극단은 과도기적인 상황”이라며 “연우무대의 경우 장차 아카데미를 만드는 방향을 염두에 두고 옛날 방식과 새 방식을 혼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극도 웃겨야 합니까
극단 ‘여행자’의 양정웅 대표는 다양성을 존중받지 못하는 분위기를 지적했다. “연극은 사람 사는 것과 같습니다. 모자란 사람도 살고 재미없는 사람도 살지 않습니까. 시대가 변하고 사람도 변하고 사람마다 다 고민이 다르듯이 연극도 다른 건데…너무 같은 잣대로만 평가합니다. 재밌으려고 만든 연극이 아닌데 왜 재미가 없냐고 하고, 이야기 구조보다 이미지에 더 중요한 극을 보고 이야기가 약하다고 하고…답답한 거죠.”
그는 “문화소비의 주 계층이 10~20대에 편중되어 있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연극 관객 대부분이 20대죠. 어느날 이벤트에 당첨돼 데이트하러 왔다가 심각하게 삶에 대해서 얘기하니까 실망하고, 오자고 한 남자친구는 여자친구에게 미안해하는 게 지금 관람 분위기예요. 이게 말이 됩니까.” 그는 “연극을 정말 이해할 수 있고 즐겨야 하는 세대는 인생을 어느 정도 산 중장년층”이라고 말했다. “유럽에 가면 여든, 아흔 되신 할머니가 휠체어를 타고 연극을 보러 옵니다. 연극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얘기하는 것인데, 자꾸 젊은 관객만 의식하다보니 중간중간 웃겨줘야 하나 고민하고 지루하다고 시간 자르고…이러니 엉망이 되는 겁니다.” 양대표는 “요즘은 작품에 대한 치열한 논쟁도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연극 ‘칠수와 만수’ 등을 만들었던 연우무대도 계속해서 현실풍자극을 만드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유인수 대표는 “그때는 모두가 현실의 문제를 얘기하는 것에 공감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 자체를 구시대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우무대는 지난해부터 뮤지컬과 가족극 제작에 나섰다. 유대표는 “돈 때문에 연극을 대충 만들 순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비교적 흥행이 되는 뮤지컬과 가족극으로 레퍼토리 공연을 만들고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연극에 투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공연의 생사는 모두 창작자 책임
수레무대 기획자 이동민씨는 “공연이 살고 죽는 문제를 모두 창작자에게만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시민회관, 문예회관 등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은 보다 다양한 형식의 공연을 지역민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는데 무조건 유명한 공연이나 스타가 출연하는 작품만 유치하려 한다”고 말했다. “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 티켓 수입만으로는 도저히 유치비용을 메울 수 없는 상황에서도 유명하다는 이유로 무조건 초청합니다.” 그는 외국의 예와 비교했다. “일본의 경우 자국 공연단이 나가면 일부러 티켓을 매진시키는 등의 이슈를 만들어 홍보를 합니다. 반면 우리가 외국에 나가면 외국의 관계자들은 극찬을 보내고 좋아해도 한국 영사관이나 대사관에서는 나와보지도 않습니다.” 그는 또 “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 방식이 가능성 있는 단체에 집중지원을 하기보다는 욕먹지 않기 위해 나눠먹기 식으로 지원하다 보니 이도저도 아닌 게 된다”며 “공연문화를 평가하는 것을 ‘매출수입’을 평가하는 일반기업 회계기준과 같이 하다보니 극단들이 거짓정산을 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영화·방송으로 가는 징검다리?
최근 연극무대 출신 배우들이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주연급 영화배우로 성장하면서 연극무대를 영화와 방송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이용한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하고 싶은 연극을 원없이 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영화를 하거나 자연스럽게 영역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 경력관리를 위해 정략적으로 연극무대에 발을 담그는 경우가 종종 생기고 있다. 한 연극 연출가는 “이제 좀 할 만하다 싶으면 떠나버리니 내가 연기 선생인가 싶기도 해 허탈했지만 무턱대고 막을 수도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조건 영화판으로 가서 기웃거리고만 있는 것을 보는 것도 답답하다”며 “한동안 한국영화시장이 붐을 이루면서 수요가 늘어났지만 제작편수가 줄어들면 다시 연극으로 돌아오는 인력들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기사·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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