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뜰정보] 삼삼한 봄날, 꽃이 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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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4.23 09:14:46
  • 조회: 269
>> 제철 맛여행 … 화전
앞산에 진달래라 했다. 봄이면 지천에 보이는 게 진달래라 하여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4월19일 오늘은 음력 삼월삼짇날이다. 삼짇날은 여인네들이 예뻐지는 날이다. 앞산에 꽃이 흐드러지기 시작했고 봄볕 실은 산들바람이 여인의 얼굴에 ‘부비부비’ 스킨십을 하더니 사라진다. 봄꽃에 홀린 처자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뤄 산 개울로 들어가서는 쪼그려 앉아 맑은 물에 머리를 감는다. 삼짇날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일년 내내 흐르는 물을 닮는다 했다.
머리 감기를 끝낸 그들은 진달래 꽃밭을 거닐며 실눈을 뜬 채 호랑나비, 노랑나비를 찾는다. 삼짇날 처음 본 나비가 호랑이나 노랑이면 모든 소원이 이뤄진다 했기 때문이다. 실눈을 뜬 것은, 흰나비를 보면 부모가 돌아가신다 했으므로, 하얀 기운만 보여도 두 눈 질끈 감아버릴 요량이었음이다. 여인네들은 진달래 꽃잎을 조심조심 따서는 보자기에 싸 집으로 돌아간다. 삼짇날 음식인 진달래화전을 해먹기 위함이다.
우리 어머니 할머니들의 꽃순이 시절 이야기다. 진달래 화전은 예뻐진 여자들이 자신의 흥분된 마음을 정성으로 표현하는 삼짇날 별미다. 동그란 떡에 진달래 꽃잎을 붙여 살짝 지져 달콤한 설탕물을 바르고 꿀물을 두른 접시에 올려 내면 봄여인을 닮은 화전이 완성되는 것이다. 진달래 화전은 지금도 삼짇날을 중심으로 하는 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즐겨 해먹는 우리의 음식이다. 세계 그 어느 곳에서도 이렇게 예쁜 먹거리를 구경할 수 없다.
진달래 화전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진달래꽃이 필요하다. 그리고 4인분 기준으로 찹쌀가루 20큰술을 준비한다. 뜨거운 물도 20큰술쯤 필요하며, 소금 1/2 큰술, 설탕 2큰술, 설탕시럽과 꿀 약간, 포도씨기름 또는 올리브기름 등을 준비한다.
진달래꽃은 수술을 떼어낸 다음 흐르는 물에 슬슬 씻어서 물기를 빼준다. 찹쌀가루는 고운 체에 한번 더 걸러주고 소금을 넣은 물로 익반죽 해준다. 익반죽이란 가루에 끓는 물을 넣어가며 하는 반죽을 말한다. 찹쌀반죽을 먹기 좋은 크기로 뚝뚝 잘라 둥글납작하게 빚어둔다.
그리고 프라이팬에 올리브기름 또는 포도씨기름을 두르고 약한 불로 달군다. 팬이 적당히 뜨거워졌다 싶으면 준비한 납작 반죽 덩어리들을 올려서 지져낸다. 이때 반죽 색깔이 너무 노릇해지면 꽃잎 색깔이 살지 않으니 프라이팬에서 눈을 떼서는 안 된다. 그리고 개나리꽃을 전에 올려주는데, 이 부분에서 요리하는 사람에 따라 꽃을 올리는 포인트가 달라진다. 어떤 사람은 팬에 납작 반죽이 올라가 있는 상태에서 꽃을 올려 설탕 시럽을 한번 둘러준 다음 꿀물을 두른 접시에 내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다 익은 전을 접시에 담고 꽃잎을 올리기도 한다.
모두 무리없는 방법이지만, 진달래꽃 특유의 예쁜 색깔을 그대로 살리려면 접시에 담은 뒤 꽃을 올리는 게 더 좋다. 방금 프라이팬에서 내려온 전에는 뜨거운 열기가 남아있고, 꽃잎은 그 열로 제대로 익는다. 게다가 꽃이 익으면서 색깔이 더욱 진해져 보는 맛을 더해주니, 요리를 하는 사람의 마음은 흥분의 절정에 이르기에 충분하다. 진달래화전을 담는 그릇은 가능하면 하얀색 무지 접시가 좋다. 순백의 도자기에서 붉은 진달래가 더욱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진달래 화전은 재료준비, 조리법이 워낙 간단하고 쉽다. 오늘 같은 날 남편이나 아들이 퇴근길에 꽃집에 들러 진달래 서너 다발을 사고, 마트에 들러 찹쌀가루와 설탕시럽만 준비해 집에 가서 나름의 솜씨를 발휘해준다면, 이어지는 주말에 사랑받는 남편, 아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기분을 이어 주말에 진달래꽃 동산으로의 여행은 어떨까. 부담없는 산행 코스로는 강화도 국화리의 고려산을 들 수 있다. 고려산은 봄에 진달래, 가을에 억새능선으로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아름다운 산이다. 코스도 야트막해서 가족끼리 올라가기에 딱 좋은 곳이다. 고구려 명장 연개소문의 고향이기도 한 이곳에는 백련사, 석모도, 강화화문석시장 등 리빙 투어를 겸할 수 있어서 특히 권할 만하다.
진달래 명산은 이밖에도 춘천의 오봉산(해발 779m), 가평과 포천을 아우르는 운악산(936m), 이천의 설봉산(394m), 충청도 청양의 칠갑산(561m), 대구 달성의 비슬산(1,084), 창녕의 화왕산(767m), 마산의 무학산(767m), 장흥의 천관산(723m), 요즘 세계박람회 유치 열기로 뜨거운 여수의 영취산(520m) 등이 있다.
그러나 진달래는 역시 우리동네 앞산의 진달래가 최고다.
경향신문&연합뉴스 기사·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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