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져/여행] 회·무침 ‘군침도는 유혹’[제철 맛여행 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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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4.20 08:5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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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여행이 부쩍 잦아지는 계절이다. 서해안 서천 부근부터 목포, 순천, 해남, 남해, 충무, 거제, 부산 기장 등 한반도 아랫동네의 ‘U자 존’이 봄꽃 축제로 시끌시끌하다. 꽃구경이라는 게 그저 꽃이나 보고 돌아오는 것은 아닐 터, 무언가 제철 음식을 함께 맛볼 수 있다면 더욱 즐거운 나들이가 될 것이다.
3월부터 5월은 멸치가 제철이다. 멸치는 사계절 잡히는 생선이지만, 특히 지금이 가장 많이 잡히고 맛과 영양도 좋을 때이다. 멸치 어항에서는 주로 멸치쌈, 멸치회, 생멸치튀김, 멸치 코스 요리 등 그야말로 제철 멸치를 제대로 맛볼 수 있다. 도시에서 먹는 멸치는 거의 100% 말린 멸치이다. 멸치잡이 어선에서 멸치를 잡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삶아 나무 건조 상자에 넣고, 항구로 돌아와 말리고, 불순물을 제거한 후 시장으로 나가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멸치젓. 멸치젓은 6월에 담가 주로 김장철에 사용된다. 하지만 멸치젓을 좋아하는 사람은 멸치젓, 다진 양파, 다진 고추, 다진 부추, 다진 마늘 등을 넣어 만든 멸치젓쌈장을 만들어 1년 내내 먹기도 한다. 특히 요즘 같은 봄철에는 뜨거운 밥을 촉촉한 다시마, 물미역, 신선한 상추에 올리고, 그 위에 멸치젓 쌈장을 살짝 얹어 한 입에 먹으면 기분이 좋아짐은 물론 잃었던 입맛이 금세 되돌아온다. 봄만 되면 식욕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 ‘강추’할 만한 음식이다.
우리가 흔히 먹는 마른 멸치는 그냥 먹거나 고추장을 찍어 먹기도 하며 볶음과 조림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그냥 고추장이나 쌈장에 찍어 먹을 때는 멸치 대가리를 따고, 똥을 뺀 후 먹는 게 보통이지만, 칼슘을 생각하면 통째로 먹는 게 좋다. 흔히 똥이라 불리는 시커먼 부위는 멸치의 내장으로, 쌉쌀한 냄새가 나기는 하지만 영양이 뛰어난 부위이므로 같이 먹어주는 게 좋다.
멸치는 널리 알려진 대로 두부, 우유에 이은 칼슘 덩어리이다. 칼슘의 양으로만 치면 멸치를 따라올 식품이 없지만, 아쉽게도 멸치에 들어있는 칼슘은 체내 흡수력이 떨어져 두부와 우유에 밀리는 것이다. 그래서 멸치의 칼슘을 조금이라도 더 섭취하고 싶다면 칼슘 흡수력을 높여주는 연어, 밤, 말린 표고버섯, 무말랭이, 요구르트, 달걀 노른자 등 비타민 D가 듬뿍 들어있는 재료와 함께 먹으면 좋다.
멸치의 조리법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4월의 멸치는 산지에 가서 실컷 맛볼 것을 권한다. 제철 멸치 맛 여행의 ‘빅스리’는 통영과 거제도, 남해다. 통영은 지방 시대가 열리면서 문화 콘텐츠를 대폭 강화, 예전의 한가롭게 보이던 어촌의 풍경이 감소된 아쉬움이 있지만, 여전히 인기 여행지의 명성을 누리고 있다. 통영 시내 여행지로는 ‘전혁림미술관’(055-645-7349 www.jeonhyucklim.org), 통영 전통 생활 소품을 볼 수 있는 ‘통영전통공예관’(055-645-3266 www.tiart.or.kr), 용화사, 충렬사, 청마문학관, 남망산조각공원 등이 있으며 용남면에 가면 ‘명품진주전시관’(055-646-6092 www.gnty.net/jinju)을, 산양읍에서는 ‘통영수산과학관’(055-646-5704 www.tongyeong.go.kr/ty/mc), 연명예술촌 등을 볼 수 있다. 정량동 ‘멸치마을’(055-645-6729)에 가면 멸치로 만든 모든 음식을 경험할 수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집안 사업으로 밝혀지면서 유명해졌던 거제도 멸치는 지금도 외포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장목면에 있는 외포항은 가덕도 방면에 있으며 근처에는 농소몽돌해수욕장 등 관광지가 있다. 거제도는 섬 전체가 여행지라고 보면 된다. 장승포항은 어항의 전형을 보여주는 낭만적인 곳이며 외도, 해금강, 갈곶, 학동몽돌해안, 구조라, 포로수용소유적지 등등 육지 해상 할 것 없이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할 만한 곳이다.
역시 멸치 여행에 적합한 또 한 곳으로 남해를 빼놓을 수 없다. 남해 미조항은 그 아름답기가 우리나라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평화로운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남해에는 팥칼국수, 물메기찜, 갈치회, 생선미역국 등 독특하고 풍성한 먹거리가 많은 곳으로도 이름나있는데, 멸치 제철을 맞아 멸치회, 멸치쌈, 생멸치찌개 등 다양한 멸치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미조항 일대에는 당연히 많은 식당들이 몰려있어서 손쉽게 맛있는 멸치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당신이 ‘호기심쟁이’라면 창선면에 있는 죽방렴에 가보시라. 죽방렴이란 원시어업 형태로 물살이 빠른 지족해엽에 Ω자 모양의 대나무 정치망을 만들어 고기를 잡는 형태를 말한다. 길이 10m 정도의 참나무 말목 300여 개를 수심이 얕은 갯벌에 박고 주렴처럼 엮은 그물을 물살 반대쪽에 벌려놓으면 빠른 물살을 타고 들어온 고기들이 갇히게 된다. 여기에서 잡은 멸치, 개불 등은 특히 담백하고 쫄깃하다. 원시적인 어업 형태도 구경하고 맛있는 멸치 고기도 먹을 수 있는 기회다.
아쉽게도 산지가 아닌 서울 등 대도시에서 멸치회를 맛보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멸치회나 무침을 먹고 싶은 사람은 단골 횟집에 전화를 걸어 주문을 해 먹을 수 있으며, 막회집에서 제철에만 메뉴로 내놓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꾸준하게 제철 멸치 요리를 제공하는 집도 있다. 서울 압구정동의 ‘충무상회’(02-515-6395)가 그곳. 이 집은 통영에서 올라오는 멸치를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들여온 양만큼 판매하는데, 고추장 양념과 반찬 맛이 기막히다.
경향신문 기사·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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