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늘, 새길 떠나는 ‘유목민’[팝 프로젝트 음반 낸 재즈가수 나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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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4.18 09:2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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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가수 나윤선(38)은 욕심쟁이에 고집쟁이다. “욕심은 없지만 고집은 있다”고 본인은 주장하지만, 그의 행보를 살피면 단정적인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그가 데뷔 이후 처음으로 팝 프로젝트 음반 ‘메모리 레인’을 내놨다. 2장의 CD로 구성됐고, 각각 같은 노래의 한국어, 영어 버전이 담겨있다.
먼저 욕심쟁이라는 단정에 대해. 그는 최근 신보를 낼 때마다 각기 다른 음악적 색깔을 선보였다. 2004년작 ‘So I am’은 전통적인 재즈 문법으로는 해석하기 어려운 현대 음악에 가까웠다. 흔하디 흔한 스탠더드 넘버를 배제하고, 창작곡으로 미지의 영역에 도전했다. 일렉트로니카 밴드 리프렉토리와 손잡고 낸 ‘Nah Youn-Sun with Refractory’에선 아예 힙합의 한 흐름인 트립합을 선보였다.
“먹어보지 않고 어떻게 음식맛을 알겠어요. 한 장르에 국한하지 말고 이것저것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는 자신의 음악적 욕심에 대해 “재즈란 원래 다양하게 아우르는 음악”이라고 강조한다. 이제 한 장르에 진득하게 머무를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묻자 “아직은 아니다”라고 손을 젓는다. “새 것을 하기 싫어지는 시절이 안올지도 몰라요. 새 것을 할 때 오는 즐거움은 옛 것을 계속 하는 즐거움과 비교할 수 없어요.”
나윤선의 다채로운 음악 여정은 그의 유목민 같은 삶을 닮았다. 1년의 절반은 프랑스, 절반은 한국에서 지내지만, 해외 공연이 겹치면 이조차 불안정하다. 프랑스, 한국 어디에도 나윤선 소유의 집은 없다. 가방 하나에 짐을 챙겨 훌쩍 떠나면 끝이다. 노래하는 그곳이 나윤선의 화려한 집이다.
다음은 고집쟁이라는 지적에 대해. “(한국이) 내 집인데도 손님처럼 왔다가는 게 죄송해서 따라 부를 수 있는 음반 하나 만들고 싶었다”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정작 ‘메모리 레인’에는 대중이 쉽게 따라 할 만한 노래가 없다. ‘나윤선의 팝 프로젝트’ 소식이 전해지자 일각에서는 “상업성에 물드는 것 아니냐”는 걱정 섞인 시선을 보냈지만, 이는 결국 기우로 판명났다.
‘사의 찬미’ ‘세노야 세노야’ 등이 그나마 익숙한 노래지만, 미니멀하고 정적인 편곡으로 완전히 새롭게 태어났다. 작곡자들 중 가요팬들에게 익숙한 이름은 조동익, 하림, 김광민 정도인데 이들이 기존 한국 가수들에게 제공했던 곡들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곡이 달라졌다기보다는 나윤선이 곡을 다르게 해석했기 때문이다. 청중에게 ‘미끼’를 던질 요량이었으면 1~2곡 정도는 귀에 익숙한 곡을 넣었을 법한데, 어느 누구의 권유도 이 고집불통의 재즈 가수에겐 별 소용이 없었다.
“대중적인 곡이 없다고요? 모든 곡이 타이틀곡이에요. 위험하다고 주변 사람들이 말렸지만, 새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대중 음악 시장이 문제 아닌가요.”
하긴 이런 고집이 없었으면 27살에 혈혈단신 프랑스로 건너가 음악을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게다. 솔직히 나윤선의 목소리에는 빌리 할리데이, 엘라 핏제랄드같이 한 번 들으면 잊기 힘든 개성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런 ‘개성 없는 개성’은 역으로 어떤 장르의 음악도 소화할 수 있는 자산이 됐다. 어느 곳에나 스며들어 새로운 형태를 이루는 물 같은 목소리라고 할까. 이제 프랑스 재즈 평단에서는 신인 뮤지션의 노래를 두고 “나윤선의 목소리를 닮은”이라는 수식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경향신문 기사·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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