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계산·인지… 마음도 진화한다[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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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4.12 09:04:03
  • 조회: 369
소나무를 보면 망막에는 위 아래가 뒤집힌 상이 맺히는데 제대로 선 소나무를 본다. 또 1년 동안 자동차 사고로 죽는 사람이 비행기 사고로 죽는 사람보다 더 많은데도 사람들은 비행기가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우리가 어떻게 사물을 지각하는지, 왜 그렇게 판단하고 행동하는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세계적인 인지과학자인 스티븐 핑커 교수는 이런 인지과정이 일어나는 마음은 진화의 결과라는 주장을 이 책을 통해 제기하고 있다.
지금까지 마음의 작동방식에 대한 심리학의 모형으로 수압 모형, 전화교환기 모형, 컴퓨터 모형 등이 사용되어 왔다. 좌절이 역치(감각세포에 흥분을 일으킬 수 있는 최소 자극의 크기)를 넘어서면 공격행동을 한다는 식의 수압모형적인 설명과 교환원이 잭을 꽂아 연결해주던 교환기처럼 특정 자극이 주어지면 그 자극과 연합된 특정 반응이 나타난다는 행동주의자들의 설명이 심리현상을 설명하는 설명틀로 한때 사용되었다.
그러나 1950년대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정보처리이론이 심리현상에 대한 설명틀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정보처리이론은 읽기, 쓰기, 이동하기와 같은 기본적인 몇 가지 기능만을 가진 기계로도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튜링기계에 근간을 둔 이론으로, 사람의 마음을 표상과 계산의 결과로 본다. 그러니까 특정 대상이 눈앞에 없거나 외양이 달라져도 마음 속에 비교적 영속적인 표상이 있기 때문에 추리와 같은 심리적인 조작, 즉 계산을 통해 대상이 무엇인지 재인식하고 결과를 예상할 수 있다고 본다. 요약하면 정보처리 이론에서는 마음의 작용을 계산이라고 본다. 그러나 마음이 컴퓨터라고 보는 것은 아니다. 아울러 이런 계산들은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모듈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본다. 그러니까 3차원적 지각을 하는 모듈, 색채를 지각하는 모듈 등의 독립적인 모듈들로 마음이 구성되어 있다고 본다. 이런 계산주의는 심리학의 설명틀로 별 저항없이 수용되고 있다.
핑커 교수가 대다수 심리학자와 구분되는 점은 이런 모듈들이 자연선택된 것이라고 보는 점이다. 이 생각은 투비와 코스미디스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이는데, 핑커 교수는 역설계라는 개념을 이용해서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특정 기능을 할 기계를 설계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그러나 설계도를 모르는 상태에서 기계를 보고 그 기계가 무엇인지, 작동원리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은 아주 어렵다. 이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기계가 기능하는 것을 보고 역으로 구조나 작동원리를 추정하는 수밖에 없다. 이를 역설계라 하는데, 핑커 교수는 마음의 작동원리를 찾아내는 작업은 역설계 과정과 같은 것이라고 본다.
핑커 교수는 다윈의 진화론, 특히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 담긴 생각을 확장시켜 역설계 작업을 시도했다. 즉 환경 속에서 유기체의 생존과 종족 보존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적합한 모듈들이 자연선택을 통해 누적된 총합이 현재 우리 마음의 작동원리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인류는 지구상에 산 기간의 거의 대부분을 수렵과 채취로 살았기 때문에 자연선택을 통해 생득적으로 획득된 모듈들을 현재에 적용하면 오류나 실수처럼 보이는 행동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메이크업이 좋은 예이다. 우리는 표면의 진하기의 변화를 통해 물체의 구조를 파악한다. 물체의 표면이 내 시선 방향에서 많이 기울어질수록 진하기의 변화가 심하다. 이 모듈을 역설계하면 진하기 변화가 심하면 표면의 기울기가 가파른 것으로 보게 된다. 실제로 화장을 하면 얼굴이 작아 보인다. 메이크업을 했다는 것을 알아도 그렇게 보인다. 그래서 진하기 계산은 모듈이다. 핑커 교수는 이런 진화적인 설명이 지각이나 인과판단, 위험판단과 같은 사고 과정뿐만 아니라 이타행동이나 다른 사람들에 의해 유발되는 정서에도 작용된다고 주장한다.
핑커 교수의 진화론적 설명에 대해 아직은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자연선택의 구체적인 기제를 밝히지 않은 채 설명개념으로 진화를 너무 많이 사용한다고 비판한다. 또 진화론적 설명은 검증가능하지 않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진화심리학자들은 10만년 전에 획득된 처리 방식과 현재의 상태가 달라서 사람들이 어떠어떠한 오류를 범한다고 설명하는데, 이 가정을 검증할 방법이 없다. 또 핑커 교수가 중요하게 사용한 설명의 근거가 약한 경우도 있다.
이 책은 한번 읽고 버릴 책이 아니다. 저자의 주장이 새롭기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에게 곰곰이 생각해볼 거리를 주기 때문이다. 한 예로 최근 널리 연구되는 인지신경과학 연구에서는 주로 특정 인지행위를 행할 때 뇌의 어느 부위가 활성화되는가를 찾아보고 있다. 그러나 핑커 교수의 주장은 더욱 궁극적으로 어떻게 그 인지 행위가 일어나는지를 밝혀야 한다는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내 마음의 작동 원리를 밝혀내야 하는 것을 일깨워 주기에 이 책은 시간을 들여 꼼꼼히 읽을 가치가 있다.
경향신문 기사·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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