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뜰정보] 불법복제 ‘위험한 서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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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4.03 09:04:33
  • 조회: 278
직장인 한모씨(35)는 얼마전 인터넷에 접속했다가 난데없이 날아온 고발장에 깜짝 놀랐다. 평소 즐겨 찾던 P2P 서비스인 ㅍ사이트에 접속하자마자 “저작권 침해로 고발 예정”이라는 쪽지가 뜬 것이다. 그것은 출판사를 대신한 한 법무법인이 보낸 편지였다. 저작자와 상의 없이 저작물을 불법으로 복제, 배포해 금전적인 손해를 입혔기 때문에 손해배상 소송에 합의하지 않으면 형사고발해 처벌을 받게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한씨가 인터넷으로 다운받은 영화와 무협지 등 소설을 아무 생각 없이 P2P 사이트에 공개한 결과였다.
출근하자마자 직장 동료들에게 이 사실을 말하자 대부분 한번씩은 고발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P2P라는 ‘어둠의 경로’로 파일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동료들은 한씨에게 “작정하고 상업적으로 파일을 유포한 게 아니라 단순 실수니까 법무법인에 연락하지 말고 가만히 지켜보라”고 조언했다. 다행히 한씨가 적발된 ‘불법복제물’은 상업적으로 팔리는 콘텐츠가 아니라 네티즌이 임의로 만든 콘텐츠가 상업용과 이름이 같아 고발당했기 때문에 유야무야 넘어갔다.
한번 호되게 데였지만 한씨는 여전히 ‘어둠의 경로’를 선호하고 있다. 10여년 전 대학생 때부터 붙은 ‘습관’이다.
아침에 출근할 때 듣는 MP3 어학파일은 ㄷ사이트에서 다운받은 것이다. 제값을 주고 사려면 수십만원이 들지만 단순히 마우스 클릭 몇 번만 하면 구할 수 있어 아무런 죄책감 없이 사용하고 있다.
회사에 출근해 컴퓨터를 켜면 바로 메신저와 P2P 프로그램을 작동시킨다. 업무중에 ‘멀티태스킹’으로 각종 파일을 다운받기 위해서다. 주로 사용하는 것은 ㄷ, ㅍ, ㅌ, ㅍ 사이트다. 이 중 P2P 서비스인 ㄷ은 금칙어가 설정되지 않아 보고 싶은 콘텐츠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다른 프로그램들은 유료이거나 속도가 빠른 대신에 금칙어가 많아 원하는 파일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한씨는 주문형비디오(VOD) 등에 돈을 쓰는 것은 왠지 아깝지만 파일공유 업체에 내는 사용료는 쉽게 지불하는 편이다.
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해 개봉 예정인 영화 정보를 보고 인터넷으로 검색해 다운로드를 걸어놓으면 업무 준비가 끝난다. 저녁쯤 돼서 다운받은 파일을 USB나 웹하드에 올려놓고 집에 와서 PC로 옮긴다. 얼마 전에는 PC화면으로 영화를 보기가 답답해서 디빅스 플레이어를 30만원 들여서 구입했다. 다운받은 파일을 디빅스에 옮겨 TV로 연결해 아내와 함께 영화를 즐긴다. 최근에 본 영화는 ‘300’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일루셔니스트’ ‘김관장대 김관장대 김관장’ 등이다. 웬만한 외화는 극장에서 보지 않고 인터넷으로 해결한다. 한국영화는 가능하면 극장에 가서 보는 터라 나름대로 한국영화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도 가끔 한다.
TV 드라마는 매주 찔끔찔끔 보기가 아쉬워서 완결된 작품을 인터넷으로 한꺼번에 다운받아 보고 있다. ‘연예시대’나 ‘내 이름은 김삼순’ 같은 드라마는 아예 DVD로 구워 소장하고 있다.
공DVD 값도 많이 내렸다. 10년 전에는 공CD가 2000~3000원 했는데 요즘은 200~300원이면 살 수 있다. CD 6장가량이 들어가는 공DVD도 1000원 정도면 살 수 있다. DVD 2~3장이면 웬만한 미니시리즈를 고화질(풀HD)로 저장해 소장할 수 있다.
한씨는 음란물을 포함해 한달 평균 100여편의 영화를 다운 받는다. MP3 음악파일과 각종 어학강좌, 드라마, 고가의 소프트웨어 등을 포함하면 한달에 300만~400만원 어치를 인터넷에서 ‘공짜’로 다운받아 쓰고 있다. 예전에는 동영상을 구할 때마다 매번 CD나 DVD로 구워 보관했지만 요즘은 그만뒀다. 인터넷 환경이 좋아져 마음만 먹으면 보고 싶은 동영상을 쉽게 구할 수 있어 DVD로 굽는 것도 귀찮아졌기 때문이다. 대신에 디빅스의 하드디스크를 100GB에서 300GB로 늘렸다.
물론 한씨도 불법 동영상 등을 사용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점은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특정 사이트에 가입해서 일일이 돈을 내고 보기에는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너무 크다는 생각이다. 웬만하면 제값을 내고 싶지만 금방 수만원을 넘어서는 데다 마우스 클릭 몇번만 하면 구할 수 있다는 유혹이 크기 때문이다.
불법복제와 저작권 침해가 생활화된 한씨지만 요즘 들어 걱정이 생겼다. 저작권 관리가 강화될 조짐들이 여기저기 보이기 때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니, UCC(사용자제작콘텐츠) 가이드라인이니 하며 저작권 관련 규정들이 거론되는 걸 지켜보면서, 한씨는 아무래도 앞으로는 콘텐츠를 맘대로 다운받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6월 29일부터 개정 저작권법이 발효되면 한씨 자신의 저작권 침해 기록이 포털에 남을 지도 몰라 불안하다. 예전에야 수많은 ‘범법자’ 중 하나로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었다지만, 앞으로는 개별 행위 자체가 모니터링이 가능해지는 시스템이 구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회사에서 P2P 포트를 막아버렸다. 업무 시간에 너도나도 P2P를 실행시켜서 인터넷 속도가 저하되고 업무 능률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친구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업무시간에 불법 동영상을 다운받은 사람을 찾아내 정리해고시켰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6월말부터 개정된 저작권법이 시행되면 디지털저작권관리(DRM)도 일반화될 전망이다. 이제는 예전처럼 불법 콘텐츠를 구하기는 힘들 게 분명하다. 지난번 소송이야 유야무야 됐지만, 이미 불법 다운로드에 길들여질 대로 길들여진 한씨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씨는 “불법 복제물을 이용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건 알고 있다”면서도 “10여년 동안 길들여진 습관을 어떻게 하루아침에 바꾸겠는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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