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뮤지컬 기형적 성장에 주연배우 기근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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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4.02 08:5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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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배우에게 좋은 역할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나친 쏠림현상은 우려를 낳게 한다. 방송과 영화시장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이 이제 막 싹튼 뮤지컬 시장에서도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톱스타 편중 현상은 이미 기형적인 뮤지컬 시장의 성장과 맞물려 있다. 청강문화산업대 뮤지컬과 이유리 교수는 “최근 1년새 뮤지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제작편수는 늘어났지만 주역을 맡을 만한 배우는 한정돼 있어 배우 쏠림현상이 심화됐다”고 말했다. 대학과 사설아카데미 교육, 오디션 등을 통해 배우 발굴은 계속되고 있지만 극의 중심이 되어 끌고나갈 만한 역량을 가진 주연급은 적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배우 조승우가 ‘지킬 앤 하이드’ ‘헤드윅’ 등에서 매진 사례를 보이며 뮤지컬에서도 스타의 ‘티켓 파워’가 증명됐다. 조승우 외에도 몇몇 톱스타들도 캐스팅 소식만으로 매진을 기록하거나 기본예매율 50%를 넘기는 일이 잦다보니 스타에 대한 의존도가 자연스레 커졌다.
스타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제작환경도 달라졌다. CJ 엔터테인먼트 공연사업부 김병석 부장은 “과거에는 배우들이 한 작품에 올인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더블캐스팅(한 역을 두 명이 맡는 것)’ ‘트리플캐스팅(한 역을 세 명이 맡는 것)’을 요구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아르코예술극장의 수석공연기획자 조형준씨는 “예전에는 배우들이 작품 하나만 보고 결정하는 일이 많았지만, 지금은 배우들도 소속사가 있어서 배우와 기획자 사이에 다른 사람들이 관계한다”고 말했다. 워낙 한사람에게 몰리는 작품수가 많다보니 제작사들도 ‘우리 작품’에만 집중해주기를 바라기 힘들다.
출연료도 쑥쑥 올라가고 있다. 방송이나 영화계와 달리 공연계는 오랫동안 ‘정’으로 출연하고, 나누는 문화가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에는 출연료로 인한 제작비 고민이 많아지고 있다. 공연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배우들이 달라진 몸값을 기대하고 오는 경우가 많은데, 제작사의 실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아 사정하기도 하고 너무 기대치가 다르면 캐스팅 자체를 포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유리 교수는 “최근 제작사들이 높아진 배우 개런티를 맞추느라 힘들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배우난(亂)이 작품의 질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아르코예술극장의 조형준 기획자는 “늘 보는 사람들끼리 맞추다 보면 객관성을 잃고 ‘자기최면’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톱스타들이 한꺼번에 캐스팅돼 화제를 모았던 뮤지컬 ‘하루’의 경우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전체적으로 산만했다. 기대이하다”라는 혹평을 들었다. 몇년째 주연을 바꿔가며 장기공연에 돌입한 공연 중에는 “가벼운 쇼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듣는 것들도 많다. 그동안 방송·영화계에서는 스타급 감독과 출연진을 모아놓고도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에서 실패하거나 높은 시청률 때문에 과도한 늘리기 편성을 했다가 극을 망치는 경우가 꾸준히 지적돼 왔었다. 뮤지컬계도 자칫 이같은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이유리 교수는 “지금의 뮤지컬 시장은 몇해 전 영화산업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과도기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지적하면서 “다양한 성장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영화시장이 가진 문제점들의 전철을 그대로 밟아나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병석 부장도 “당장의 흥행에만 신경쓸 게 아니라 창작물 비중을 40% 이상 늘리는 등 체계적 지원을 통해 질적인 성장을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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