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다윈에게 묻는다 “우파냐 좌파냐”[다윈의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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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2.28 09:2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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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뒤면 찰스 다윈이 태어난 지 200주년, ‘종의 기원’이 발간된 지 150주년이다. “원숭이가 내 할아버지란 말인가!”라고 발끈하던 사람은 줄었지만, ‘적자생존’을 근간으로 하는 다윈주의는 생물학을 넘어 사회학, 정치학, 경제학 등 각종 분야에서 여전히 논쟁 중이다.
1999년 미국 예일대 출판부에서 나와 학계와 대중을 도발했던 ‘Dawinism Today’ 시리즈가 ‘다윈의 대답’이란 제목 아래 4권의 책으로 나왔다. 현대 사회의 여러 가지 이슈들에 대한 다윈주의자들의 답변을 들어보자.
◇다윈주의 좌파는 있는가=피터 싱어 프린스턴대 석좌교수는 ‘그렇다’고 답한다. 전통적으로 다윈주의는 우파의 전유물이었다. 환경에 적응한 자가 살아남는다는 명제는 자유경쟁을 중시하는 우파의 입맛에 잘 맞았다. “강자는 약자를 넘어뜨릴 권리가 있다는 것을 윤리적으로 정당화하는 데 다윈의 이론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우파의 속셈이었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다윈주의는 좌도 우도 아니다. 사실(fact)은 가치(value)와 다르고,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에서 ‘윤리적 기초’를 찾는 건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수명이 길고 지능적인 많은 동물들이 보여주듯, ‘협동하려는 성향’이야말로 인간의 보편성이다. 인간 본성에 대한 냉정한 인식에서 출발한다면 ‘순수하고 공평무사한 이타주의’의 기초가 닦일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상식적인 다윈주의다.
◇농부는 도적보다 온유한가=BBC 라디오 과학프로그램을 제작했던 콜린 텃지는 ‘아니다’라고 답한다. 텃지는 책에서 농경의 기원에 대한 기존 학설에 의문을 제기한다.
기존 학자들은 1만여년 전 농업이 시작되면서 세련된 석기들이 제작되고 최초의 도시가 출현한 이른바 ‘신석기 혁명’을 지지했다. 그러나 저자는 적어도 4만년 전 후기 구석기 시대에 이미 파트 타임으로 농사를 짓는 ‘원시 농부’가 존재했고, 이들이 ‘풀타임 농부’가 되면서 끔찍한 학살극이 벌어졌다고 말한다.
사냥만 하는 포식자는 피식자의 개체수가 줄어들면 자신의 생존에 위협을 느끼기 때문에 대량 살육을 하지 않는다. 반면 농업을 겸하는 인류는 피식자가 사라질 때까지 사냥을 계속할 수 있다. 도적은 환경이 제공하는 것만 취했지만, 농부는 환경을 통제했다. ‘개발주의’의 시작이다. 결국 ‘농사에 의한 잉여생산→인구증가→더 많은 농사’의 악순환이 일어났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인간은 무딘 석기로 힘겹게 농사를 지으며 환경을 파괴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가설적이지만 흥미로운 다윈주의다.
◇남자 일, 여자 일은 따로 있는가=킹즐리 브라운 웨인 주립대 교수는 ‘그렇다’고 답한다. 웬만한 현대 여성은 일제히 발끈할 주장이다.
저자는 “우리의 가부장적 사회구조는 성차(性差)의 결과물이지 원인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유리 천장’으로 비유되는 여성의 낮은 고위직 진출 비율, 동일 직종 남성에 비해 적은 여성의 임금은 ‘자연 선택의 결과’라는 것이다. 여기엔 남성과 여성의 생식 전략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논거가 동원된다. 자신의 유전자를 널리 퍼트리기 위해 수컷은 가능하면 많은 암컷과 교미하려 들고, 임신·출산 등을 겪는 암컷은 양육에 더 많은 투자를 한다. 여성에게 수컷의 매력이란 “사회적 지위, 기술, 힘, 용기, 위업 등의 특성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남성은 위험 부담이 크지만 성취하면 보상이 큰 일을 기꺼이 떠맡아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많은 임금을 받는다. 그렇다면 현대 사회의 모든 인간이 ‘유전자 전파’라는 목적을 위해 움직인다는 말인가. 단순하고 너무 나간 다윈주의다.
◇의붓엄마는 친엄마보다 더 사악한가=인간행동에 대해 공동으로 연구 중인 마틴 데일리, 마고 윌슨은 ‘그렇다’고 답한다. 이혼, 재혼, 입양 등을 통한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생기는 현대 사회에서 역시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이다.
저자는 세계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신데렐라 이야기’에 주목한다. 이 동화에서 의붓엄마는 한결같이 나쁜 사람이다. 저자는 현대사회의 통계를 들어 “자식 학대는 친부모보다 의붓부모가 훨씬 많다”고 지적한다. 새로 무리의 우두머리가 된 숫사자는 씨 다른 새끼 사자를 하나씩 골라서 죽인다고 한다. 자신의 새끼를 번식시킬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물론 현대의 의붓부모는 아이를 죽이진 않고, 잘 양육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런 의붓부모의 투자조차 “미래에 유전적 부모로서 양육 기회를 잡기 위해 치르는 대가”이고 “자신을 매력적인 교제 파트너로 만들어줄 명성”을 쌓는 과정이다. 냉정한 다윈주의다.
마지막으로 시리즈 저자 중 가장 온건해 보이는 피터 싱어가 인용한 리처드 도킨스의 말을 떠올려보자. “우리는 유전자의 조종을 받는 기계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창조자들에게 등을 돌릴 힘을 가지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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