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다양하고 현란… 새롭게 뜨는 남프랑스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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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2.21 09:25:20
  • 조회: 391
깎아지른 절벽에 계단식 밭이 특징인 루시옹 반열스 포도밭들. 화강암과 자갈, 잡초가 얽혀 매우 척박한 환경에서 빼어난 스위트 와인들을 생산해낸다.
전설 하나 이야기해야겠다. 프랑스 남쪽 랑그독 와인산지 ‘픽생 루’(‘성스러운 늑대 봉우리’라는 뜻)에 삼형제가 살았다. 이들은 한 여인을 사랑했다. 하여 전쟁에 나가 이긴 사람이 여인과 결혼하기로 약속하고 길을 떠났다. 3년 후 돌아오니 여인은 병에 걸려 죽고 없었다. 서로 쳐다만 봐도 가슴이 아팠던 형제들은 각각 인근 산봉우리에 떨어져 살면서 매년 3월19일이면 횃불을 밝혀 서로의 생사를 확인하며 여인을 추모했다. 지금도 같은 날, 석양이 질 무렵이면 이곳 와인양조가들은 불을 밝히고 늑대소리를 내며 형제들의 애틋한 사랑을 기억한다고 한다.
이곳이 바로 미네르부아, 코르비에르와 함께 랑그독 루시옹와인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픽생 루 산지다. 해발 658m. 송곳처럼 솟은 산 아래 쥐라기 석회질 토양을 보이며 암모나이트 등 화석이 발견되는 신비의 분지다. 인근에서 비가 내려도 이곳 분지만은 동그랗게 햇살이 쏟아질 정도로 자연의 특혜를 받은 ‘하늘과 통하는 문’으로 불린다. 낮에는 뙤약볕이 내리쬐고 밤에는 추운 미세기후를 보여 시라, 그르나슈, 무르베드르 품종이 잘 재배된다. 복합적이고 균형감이 빼어난 와인들을 만들어낸다.
이런 전설 같은 이야기는 남프랑스의 2700년 와인 역사만큼이나 곳곳에 숨어있다. 그 예로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산중에 은거한 채 오직 자신의 철학을 믿으며 이 지역 최고 와인을 생산하는 한 여인이 있다. 몽펠리에 지역 ‘도메인 페르 호즈’의 마를렌 소리아가 그 열정의 주인공. 그녀는 “난 내가 좋아하는 와인을 생산해 낼 따름”이라면서 “세상 사람들의 평은 모른다”고 잘라 말한다. 하지만 그녀의 와인은 지극히 절제되고 섬세하면서 타닌이 조화를 이뤄 와인에서 ‘양조자의 혼’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단 한 모금에 말해준다. 저명한 미국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별 5개를 준 랑그독 1등 와인이다.
포도밭과 양조장을 직접 방문하여 확인하면서 이렇게 지주처럼 이곳 와인을 지탱하고 있는 몇몇 와이너리를 만났다. 영국 와인전문지에 의해 2006년 최고의 와인으로 선정된 ‘도무스 막시무스’와 벨벳처럼 여성적이고 매력적인 와인을 선보인 ‘샤토 카브작’의 벨베즈는 놀라운 미각의 응집력을 보여줬다. ‘심장이 쏠려’서 미네르부아 지역을 선택했다는 카브작의 오너 미셸 파브르는 “와인은 식사와 함께 즐거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며 “쉽게 마시는 것으로 그냥 즐겨달라”고 한국 독자들을 위해 조언을 해줬다. 그리고 “알면 그때 공부를 시작하라”며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을 찾아보는 즐거움을 느껴봤으면 좋겠다”고 살짝 귀띔했다.
이렇듯 랑그독 루시옹 와인의 힘은 새롭게 부상하는 신세대 양조가들의 집념과 열정, 그리고 다양성에 있다. 대대로 물려내려 오던 나쁜 품종들은 모두 뽑아내고 현대적인 양조방법을 도입, 일부에서는 보르도 그랑크뤼 와인에 버금가는 명품들을 생산해내고 있다. 이 와인들은 수확 전에 모두 팔려 창고에 저장할 와인이 없을 정도다. 따라서 품종의 제한을 받지 않는 뱅드 페이 독 와인들의 급부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복합적인 아로마와 균형감은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매해 ‘Sold out’을 외칠 정도로 호평을 받고 있다. 이 곳의 좋은 와인들은 5년 정도 지난 후 최적의 시음기를 보이며 일부 뱅드 페이 독은 10년도 거뜬히 넘길 수 있는 힘을 지녔다.
랑그독 루시옹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와인 재배지다. 과다경작으로 지난 10년간 15만ha에 달하는 포도나무밭을 갈아엎었음에도 ‘농부와 노동자용 막와인’이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힘들었다. 그간 한국시장에서의 평가 또한 저렴한 테이블급 와인으로 인식되어 온 게 사실이다. 소비자들은 카리냥, 무르베드르 등 토착품종이 내는 ‘익숙하지 않은 향기’들을 불편해 했다. 그러나 이제 달리 봐도 좋을 듯하다. ‘와인포럼’에 등장한 1300여병의 와인을 테이스팅하며 30개국 기자와 수입업체들은 수년 사이 비약적인 발전을 보인 이곳 와인의 품질과 다양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레드, 로제, 화이트, 스파클링, 그리고 달콤한 후식 와인 뱅두나튜렐까지 다양한 맛의 스펙트럼은 흡사 태양의 빛처럼 음식과 현란한 매칭을 보여줬다.
“햇볕이 다르기 때문이야.” “그건 테루아(기후, 땅 등 주변환경)의 차이지.” “포도가 좋아야 해.” 프랑스인들이 자기 와인의 특별함을 강조하며 늘 쓰는 말이다. 포도밭 주변에 작은 경사가 있는 산도 있어야 하고, 그 산에 소나무, 참나무 등 나무들과 잡초, 향신료 그리고 땅속의 벌레까지 어우러져 그 지역의 특색이 드러나는 매혹의 와인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곳 남프랑스 와인은 꽃과 과일의 아로마가 어우러진 ‘들꽃 같은 와인’이다. 때론 전설이 담기고, 때론 태양처럼 뜨겁고, 때론 양조자들의 열정처럼 화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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