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왜색’ 비하 극복 ‘문화’ 로 대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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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2.13 09:28:21
  • 조회: 352
일본 대중문화개방을 한 지도 올해로 10년째로 접어들었다. 1998년만해도 인터넷이 그다지 발달하지 않아 일본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접하는 것은 비디오 테이프로, 그것도 몇 번 복사되었는지 모를 화질 안 좋은 것들을 어렵사리 구해서 보았다. 대중문화개방이 되어서 일본말이 나오는 영화를 단지 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 그때까지 한국 사회에서 금기시되어 왔던 것에 대한 해방감에서 극장을 찾기도 했다. 그후 10년이 지난 지금, 애니메이션과 일본 드라마는 일본에서 방영이 끝난 후 몇 시간 뒤면 인터넷에서 다운 받을 수 있다. 최신의 것이 아니라면 케이블 방송을 통해서 접할 수도 있고 일본 영화 또한 다양하지는 않지만 끊임없이 극장가에서 개봉되고 있다. 때때로 일본 가수들의 공연도 직접 볼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이 이제는 낯설지 않은 풍경으로 한국 사회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대중문화개방 이전에 주로 걱정되던 것은 일본 대중 문화가 한국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와 저급한 일본 문화의 유입이 끼치는 영향이었다. 우선 시장에 대해서 살펴보면, 영화진흥위원회의 조사에 의하면 전체 영화시장에서 일본 영화는 2% 정도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음반 또한 전체 음반 산업의 저조함의 영향도 있겠지만, 1만 장 이상 팔린 앨범은 그다지 많지 않다.
TV 애니메이션은, 어떤 절차를 밟아서인지 알 수 없지만, 개방 전부터 이미 공중파에서 상영되고 있었기에 별도의 문제라고 생각되고, 극장용 애니메이션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 이외에는 그다지 흥행 성적이 좋지 않다. 저급한 일본 문화의 유입이라는 측면에서도 아직까지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10년 전 일본 대중 문화 개방 당시에는 상상도 못했던, 한류라고 하는 강력한 문화 열풍이 일본을 휩쓸게 되었고, 시장에 대한 염려와 문화적 영향을 한국이 아닌 일본 쪽에서 더욱 걱정하게 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일본에서는 한국 대중 문화 금지와 같은 조치는 없었으나 사실상 그와 비슷한 상태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가 낮았고 접근하기도 쉽지 않은 상태였다. 또한 한국과 한국인을 비하하는 일본인의 인식도 그러한 상황에 일조하고 있었다. 그러한 상황을 타개하고 일본인이 즐기는 주류 문화의 하나로 한류가 자리 잡은 것은 크나큰 의미가 있는 것일 것이다.
요즘 한류의 기세가 많이 꺾였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다. 문화 개방 이후 10년 간의 실적을 바탕으로 한·일 양국간에 어느 쪽이 어떤 분야의 문화상품을 더 팔고 더 샀는가를 비교하는 대차대조표를 만들어보는 것도 앞으로의 교류를 위해서 중요할 것이다. 필자는 그보다는 이 10년 간의 교류가 가져다 준 인식의 변화에 주목하고 싶다. 아직도 일본 문화의 유입과 그것을 즐기는 것 자체에 대해 비난하는 여론은 존재한다. 주로 일본의 만화, 애니메이션에 빠져 있는 청소년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많다. 하지만 문화적 기호(嗜好)로서 일본 대중 문화를 선택하는 것과 한·일간의 역사적·정치적 문제를 이성적으로 구별하는 문화 수용 능력이 이 10년간 어느 정도는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를 바탕으로 한·일 간의 문화교류는 한 단계 진전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앞으로 교류가 양적으로 증가하거나 축소한다는 측면이 아닌 질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지금까지의 대중 문화를 통한 한·일 간의 교류는 이문화 (異文化)를 즐기는 것으로서 어디까지나 타자(他者)적인 위치에서였다.
또한 한국의 문화 상품이 일본 시장을 장악하거나 ‘정복’하는 식의 표현이 많이 쓰여 왔다. 여기에는 마치 일본의 이익을 우리가 가져온다는 인식이 강하다. 문화산업의 흥행은 양국에 이익이 되고 문화 저변 확대에 기여한다. 따라서 이러한 라이벌 인식에서 벗어나 ‘문화 파트너’로서 한·일 간의 대중 문화의 교류를 이야기할 수는 없을까.
‘문화 파트너’로서의 교류는 단지 하나의 문화상품이 상대국에 팔리는 것이 아닌 상대국이 갖고 있는 문화 콘텐츠를 이용하여 자국의 문화영역을 넓히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서로의 문화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파트너로서, 서로의 문화 콘텐츠를 사용하여 자신의 문화 속으로 재생산하는 식으로 문화 선택과 문화 범주를 넓히는 긍정적인 역할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영화, 드라마, 대중가요에서 일본 원작을 나름대로 재해석한 것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측에서도 마찬가지로 한국의 영화, 드라마, 대중가요를 일본식으로 다시 만들어내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와 같은 상호적 문화 간의 관계 맺기를 통한 ‘문화 파트너’로서 한·일 간 문화 교류의 미래상을 그려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 한국에서는 일본 드라마와 일본 가요를 지상파 방송에서 보거나 들을 수는 없다. 관계 당국에서 국민 정서를 고려하여 앞으로 개방해 나아갈 것이므로 대중문화를 통한 한·일 간의 문화 교류는 이제부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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