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책보’를 푼다 ‘恨’도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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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2.12 08:48:39
  • 조회: 330
마지막 남은 ‘기청공민학교’
“공민학교를 아십니까?”
젊은 사람들에게 뜬금없는 질문을 하면 대부분 어디서 들은 듯은 하지만 그 뜻은 정확히 모른다고 대답할 것이다.
6·25 전쟁 이후 모든 국민이 생활고에 시달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던 시절 청소년들에게 초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던 곳이 공민학교이다. 1946년 공민학교 설치 요령에 근거해 정상교육을 받지 못한 청소년들에게 국민 생활에 필요한 보통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1980년대 중반 들어 대부분 사라졌지만 YWCA가 서울 관악구에서 운영하는 기청공민학교만이 22년간 유일하게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공민학교는 주경야독(晝耕夜讀)의 산실로 1962년에는 학생 수가 4만 여명에 달할 정도로 번창했다. 그러나 초등교육이 보편화된 1960년대 말부터는 정규학교로 편입되거나 없어지기도 했다. 1984년에 결국 공민학교 2곳이 없어지면서 기청공민학교 1개만 남게 됐다.
이 학교는 한때 학생 수가 줄어 위기를 맞았지만 1980년대 이후 배우지 못한 한을 풀려는 주부들이 젊은 학생들을 대체하면서 학생 숫자가 다시 늘었다. 현재는 학생 대부분이 40, 50대 주부이며 70대 할머니도 노익장을 과시하며 향학열을 불태우고 있다.
졸업반인 3학년에 재학 중인 이해연씨(70)는 가장 연장자이면서 성적도 좋고 적극적이어서 급우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컴퓨터 교실에서 몸이 아픈 급우에게 안부 메일을 보내는 이씨에게 상대방이 받아볼 수나 있겠느냐는 질문을 하자 “못 볼지도 모르지만 그건 상관없다. 그냥 내 마음을 글로 쓸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대답한다.
주부학생들은 대부분 책을 ‘책보’에 싸서 가지고 다닌다. 개구쟁이 시절 책보를 매고 등교하는 친구의 모습을 서까래 뒤에서 지켜보며 쌓여왔던 어린 감성의 응어리를 풀기 위함이다. 보자기에 싸인 책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늦깎이’ 공부의 무안함을 들키지 않기 위해 다시 가방 안에 넣는다.
과거 공민학교는 전쟁의 상흔에도 불구하고 천막과 창고에서 빈곤층 자녀나 전쟁고아들에게 배움의 터를 제공했다. 이제는 주부학생들에게 초등학교 정규 교육과 함께 ‘컴맹’ 탈출을 위한 컴퓨터 교육의 기회도 주는 등 못 배운 한을 풀 수 있는 ‘어른들의 대안학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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