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2007 문화계 이사람을 보라] 피아니스트 김선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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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1.09 08: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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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피아니스트 김선욱(18)의 이름 앞에 ‘기대주’라고 쓰는 것은 적절치 않을 성싶다. 2005년 클라라 하스킬 국제피아노콩쿠르 최연소 우승의 쾌거에 이어, 지난해 리즈국제콩쿠르에서 동양인 최초로 우승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한국의 피아니스트.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동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만난 그는 연말임에도 불구하고 연습에 여념이 없었다. 터틀넥 차림으로 피아노와 씨름하고 있는 그는 영락없는 이웃집 청년의 모습이었다. 그는 불쑥 나타난 한 소녀의 “사인해달라”는 청을 흔쾌히 들어줬고, “사진을 함께 찍어달라”는 추가 요구에도 친절함을 잃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김군은 그랜드피아노 앞에 앉더니 순식간에 건반을 훑어내렸다.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 1악장의 첫 부분이 연습실을 울렸다.
“베토벤, 브람스 같은 독일 작곡가들의 곡을 좋아해요. 청중에게 직설적으로 호소하는 라흐마니노프 유의 현대음악보다 훨씬 적은 음표를 가지고도 베토벤의 고전시대 음악은 완벽한 짜임새를 보여주죠. 배우는 학생 입장에도 고전음악이 더 적합한 것 같아요.”
김군은 지난해 9월 영국 리즈국제콩쿠르 우승 이후 눈에 띄게 행보가 빨라졌다. 올해부터 2년여간 그는 국내외의 클래식 음악팬들을 두루 만나게 된다. 당장 이달 하순 스위스 베른, 2월엔 독일 보훔 등지에서 순회 독주회가 있다. 5월에 라디오프랑스필하모닉(정명훈 지휘)의 내한공연, 11월엔 영국에서 런던필하모닉과의 협연이 예정돼 있다.
김군은 해외 유학 한 번 다녀오지 않은 국내파. 그는 아직 유학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했다. 굳이 유학을 통하지 않아도 국내에서 충분히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이다.
어릴 적 꿈이 오케스트라 지휘자였던 그는 지금 피아노 외 다른 것에 한눈 팔 생각이 없다고 강조한다. “항상 2%가 부족하다고 느낀다”는 그는 피아노를 더 잘 치고 싶은 욕심뿐이다. “주변에서 지휘자가 되기 위해 피아노를 배우는 걸로 오해하는 것 같아 부담돼요. 피아노에서 더 깊은 소리를 낼 줄 알아야 하고, 배울 게 아직 많기 때문에 지휘 얘기는 감히 하고 싶지 않아요. 2년 전쯤 ‘지휘 꿈을 일단 접는다’는 각오를 세웠더니 피아노 실력이 빨리 늘더군요.”
최근 음반사들로부터 녹음 제안이 들어오지만 김군은 아직 음반에 관심 없다. “훌륭한 음악가들도 평생 음반 한 장 내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설명이다. 그는 “무대에서 연주하는 게 훨씬 자유롭고 더 잘 표현할 수 있다”며 “행여 음반을 내더라도 스튜디오 녹음 말고 연주회 실황을 녹음하고 싶다”고 밝혔다.
요즘 즐겨 듣는 연주가들은 알프레드 브렌델, 다니엘 바렌보임 등. 하지만 김군은 “나중에 또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껏 50명도 넘는 연주가들을 좋아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좋아하는 사람이 바뀐다”는 설명이다.
3살 터울의 형이 피아노 치는 것을 보고 ‘나도 하겠다’고 나선 게 4살 때다. 이후 부모님은 김군이 뭘 하든 믿고 기다려줬다. 김군은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알아서’ 노력했다. “부모님은 내가 하고 싶어하는 걸 하게 놔두셨어요. 진학이나 콩쿠르의 원서 접수도 원하는 대로 혼자서 했죠. 단지 ‘준비는 잘되느냐’ 정도만 물으셨는데 그래서인지 ‘우리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하세요. 하지만 제가 뭔가 해낼 때까지 차분히 기다려주신 게 제일 큰 도움이 됐어요.”
다른 국제 콩쿠르에 지원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더 나가지는 않으려고요. 그동안 콩쿠르에 나간 건 상을 타기 위해서가 아니었어요. 단지 많은 사람들 앞에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연주해보고 싶었을 뿐이죠. 또 어딘가에 나서는 것보다 내실을 기해야죠. 당장 연주 일정도 빠듯해서 그럴 시간도 없어요.”
잇따른 연주 일정에 따른 피로가 누적됐는지 김군은 지난 며칠간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통원 치료 중이었다. 하지만 김군은 “쉬고 싶으냐고요? 그런 생각하면 안되죠. 내년에는 더 바쁠 텐데요. 더 정진해야죠”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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