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돼지꿈 꾸셨나요?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1.08 08:39:18
  • 조회: 413
새해 돼지 꿈 꾸셨습니까?
행복한 돼지는 하루 중 82%를 잠을 자거나 졸거나 쉬면서 보낸다고 합니다. 단지 18%의 시간만 해야 할 일을 찾아 다니거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보냅니다. 우리에게 보이는 돼지는 먹거나 아니면 자는 것이 대부분일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돼지는 우둔함의 대명사로 비유되곤 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호기심 많고 조심스러운 동물이지요.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잠을 자지 않을 때는 항상 할 일을 찾아 다닙니다.
여가의 즐거움을 찾고 시테크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책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요즘, 최소한의 노동과 최대한의 여가를 즐기는 돼지야말로 ‘행복의 기술’을 터득한 동물이라고 칭한다면 지나친 돼지 예찬론일까요?
잘 먹고, 잘 자고, 튼튼한 돼지. 그렇지만 돼지는 ‘돼지꿈=대박’이라는 통념에도 불구하고 살아서도 죽어서도 귀한 대접 한번 못받습니다. 탐욕스럽고, 더럽고, 게으른 성격을 비유할 때 대표적인 동물로 거론되곤 하지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속담에도 돼지에게 우호적인 것은 없습니다. ‘돼지목에 진주목걸이’나 ‘돼지 우리에 주석 자물쇠’ ‘돼지 발톱에 봉숭아 물’ 등 모두 격에 맞지 않음을 이를 때 자주 쓰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신화나 꿈 속의 돼지는 다릅니다. 돼지꿈은 길몽으로 해석되고 설화에서 돼지는 상서로운 징조로 나타납니다. 민속에서는 재산이나 복의 근원이며, 제례에서는 신성한 동물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오랜 세월 구전된 설화에서부터 우리가 매일 차려내는 식탁에 이르기까지, 항상 우리 가까이에 있으면서 극과 극의 상반된 잣대로 비유되는 동물이 돼지 말고 또 있을까요?
‘돼지 우리=더러운 곳’이라는 이미지가 일반화되어 있지만 돼지는 본래 깨끗한 것을 좋아하는 동물입니다. 똥과 오줌을 한 곳에만 누고, 잠자리에는 지푸라기를 깔아 쾌적하게 만드는 것이 돼지의 본래 습성입니다. 사람들이 돼지우리를 깨끗하게 치워주지 않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더러운 곳에서 살고 있을 뿐이지요. 그렇게 더러운 곳에서도 병들지 않고 건강한 것이 돼지입니다. 또 돼지는 무엇이든 먹을 수 있는 잡식동물이지요. 그러면서도 ‘먹는다’는 원초적인 본능 외엔 별다른 욕심이 없는, 그야말로 ‘착한’ 동물입니다.
달라이라마는 ‘행복의 기술’에서 ‘탐욕의 반대는 무욕이 아니라 만족’이라고 했습니다. ‘만약 우리가 큰 만족감을 갖고 있다면 어떤 것을 소유하는가는 문제가 안되며 어떤 경우에도 변함없이 만족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정호승 시인은 그의 시 ‘빈 손은 사람의 생명을 구한다’에서 ‘내가 누군가의 손을 잡기 위해서는 내 손이 빈손이 되어야 한다’며 ‘내 손에 다른 무엇이 가득 들어 있는 한 남의 손을 잡을 수 없다’고 텅 빈 손의 위대함을 노래했습니다.
요즘 세간에 불고 있는 ‘황금돼지 바람’은 그동안 사람들의 삶이 많이 고단하고 어두웠다는 것에 대한 방증입니다. 어떻게든 황금돼지해에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우스개가 떠돌고, 올해 최고의 상품은 출산 관련 산업이 될 거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어찌보면 가당찮은 얘기일 수도 있지요.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돼지가 갖는 풍요와 여유로움에서 비롯된 설렘입니다.
캐나다우편공사는 1월5일부터 돼지해를 맞아 ‘활짝 웃는 돼지’ 도안이 들어간 국내외용 기념우표를 발행한다고 하네요. 중국 설화에서 옥황상제가 12간지 동물들을 상대로 낸 달리기 경주에서, 꼴찌로 들어오면서도 환하게 웃으며 기뻐하는 돼지의 모습이 인쇄되어 있다고 합니다.
정해년(丁亥年)입니다. 올해는 ‘웃는 돼지꿈 꾸세요’라는 천진스러운 덕담으로 시작하면 어떨까요? 그 돼지꿈 속에는 복을 바라는 마음뿐 아니라, 늘 만족감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돼지의 습성까지 함께 담겼으면 좋겠습니다.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글수정
  • 글삭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