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독거노인 주치의 ‘후암동 허준’[조익환 원장]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7.01.02 09:42:04
  • 조회: 414
모두가 쉬는 휴일. 하지만 서울 후암동에 있는 우리가정의원에는 불이 켜져 있다. 겨울철에는 아픈 사람이 많기 때문에 ‘빨간 날’에도 문을 열어야 한다는 게 이 병원 조익환 원장(46)의 원칙.
그래서 ‘빨간 날’이면 전 용산구에서 환자들이 모인다.
조원장은 평일에는 독거노인을 무료로 진료한다.
조원장은 ‘독거노인주치의맺기 운동본부’를 통해 용산구와 동대문구 일대 독거노인 10여명을 매달 한번씩 방문하고 있다. 이들의 주치의이자 친구가 된 지 벌써 3년째다. 간호사 지정희씨(38)도 그의 마음을 이해하고 함께 봉사하고 있다.
조원장이 직접 가는 것은 매달 1회이지만, 학생 봉사단과 기타 단체들과의 모임 등을 통해 적어도 1주일에 1번 이상 독거노인들을 돌보고 있다.
인근 식당과 연계해 매주 토요일 반찬을 배달해주는 일도 그의 몫이다. 조원장은 이 외에도 이주노동자, 교도소에도 진료봉사를 다닌다.
지난 2006년 12월 20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용산구에 사는 할머니 세명을 방문했다. 조원장의 한쪽 손에는 약상자가, 다른 한 손에는 과일과 떡국용 떡이 들려 있다. 올해 마지막 진료이기 때문에 할머니들의 신년 떡국거리까지 챙긴 것이다. 지나가는 후암동 주민들이 조원장을 향해 반갑게 인사했다.
조원장은 할머니들에겐 ‘의사선생님’이면서 ‘해결사’이기도 하다. 건강검진은 당연하고 고민상담과 민원까지 해결해 준다. 김모 할머니(87)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건강보험공단 우편물을 내밀자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다. 수면제가 부족하다고 투정하자 하루 한 알만 복용하라고 친절한 엄포를 놓았다. 백모 할머니(81)는 조원장에게 시신기증과 장례절차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조원장은 큰아들처럼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백할머니는 “보건소 의사들은 한번 오고 말던데 원장님은 정말 다르다”며 고마워했다. 김할머니는 매실 원액과 요구르트를 조원장 손에 꼭 쥐어줬다.
5년전 학회에서 우연히 본 홍보책자를 통해 접한 독거노인 주치의 활동. 조원장에겐 이젠 빼놓을 수 없는 일상의 한 부분이다.
“처음 3개월을 했는데 이 일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서 그만두려 했어요. 개인적인 봉사가 노인문제의 구조적 해결에 얼마나 기여할까 하는 회의가 들었던 것이지요. 그러다 ‘오늘 왜 안 오느냐’는 할머니의 전화를 받고 이분들이 정말로 필요한 것은 진료보다도 관심과 사랑임을 깨달았어요.”
그는 죽음을 앞둔 노인들을 보면서 자신과 가족들의 미래를 그려보게 됐다. 자연스레 양가 부모에 대한 효심도, 생에 대한 겸허함도 자라났다. 그는 “봉사하면서 내가 더 많이 배운다”며 웃었다.
독거노인 진료봉사에는 사실 한계도 많다. 와상 노인의 경우 요양소로 보내야지 한 달마다 진료는 의미가 없다.
그때마다 회의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노인들의 반가워하는 얼굴을 보면서 회의를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고 다잡곤 한다.
그는 고령화시대에 정부가 좀더 적극적으로 노인들을 위한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갈 곳 없고 필수적 생활조차 어려운 노인들이 가서 머물 요양원과 같은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복잡한 입소 절차도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원장은 앞으로도 독거노인들이 있는 한 꾸준히 주치의 봉사를 할 계획이다. “의사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들이 많은데 나부터 나서면 조금씩 바뀌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독거노인주치의맺기운동본부는 2000년 3월부터 거동이 불편해 병원이나 보건소 이용이 힘든 65세 이상 저소득층 독거노인들과 의사들을 1대 1로 연결해 무료 방문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500여명의 의사들이 주치의 봉사를 하고 있다.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글수정
  • 글삭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