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업뉴스] “아직 백수 … 비수같은 말에 대인기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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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6.12.29 09: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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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백수?” 연말 더 서럽고 더 암담한 ‘취업 재수생’
연말이 서러운 사람들 가운데 하나가 취업재수생들이다. 집에서는 ‘눈칫밥’을 먹고 흔한 송년 모임에도 나가지 못하고 기가 죽어 지낸다. 수백군데 취업원서를 넣었지만 끝내 실패해 결혼하는 여대생, 학력을 낮춰 취업했다 다시 공부를 시작한 늦깎이 취업준비생…. ‘취업대란’ 속에서 몸부림치는 청년들의 취업 백태를 소개한다.
소위 ‘명문대’를 나온 이모씨(29)는 요즘 송년회에 오라는 친구들의 전화가 두렵다. 근황을 물으면 딱히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대 출신이 취직도 못하고 빌빌댄다’는 주위의 시선도 따갑기 그지없다.
대학원 진학을 하려다 고배를 마시면서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다. 1년간의 준비를 더해 진학한 대학원에서도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친구들의 고시 합격 소식은 이씨를 더 우울하게 했다. ‘이제는 돈 좀 벌었으면’ 하는 부모님의 은근한 기대도 스트레스다.
이씨는 대학원 졸업논문을 포기하고 취직을 결심했다. 토익은 한번 본 적 없고 변변한 자격증 하나 없는데 일반 기업은 불가능해 보인다. 결국 공무원 시험을 보기로 했다. 목표는 7급이지만 9급이라도 상관없다. 이씨는 나이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에 노량진 학원가를 전전하고 있다.
졸업예정자 이모씨(24·여)도 마찬가지 사정이다. 올해도 취업운은 자신을 비켜갔다. 졸업을 1년 미뤘지만 졸업논문을 통과시키지 말아달라고 교수님을 찾아갈 참이다. 취업시장에서 기졸업자는 불리하다는 소식 때문이다.
이씨는 대기업 위주로 원서란 원서는 다 넣었다. 원서를 쓴 회사 이름도 다 기억하지 못할 정도다. 하지만 11월 말 종강파티 날은 씁쓸하기만 했다. 양 옆에는 삼성, SK 등 자신이 목표했던 기업에 버젓이 취업한 친구들이 앉았다. “면접 때 이렇게 하니 합격하더라” “원서 쓸 때가 까마득하더니…”란 친구들의 말들이 귀에 거슬렸다. 뒤늦게 눈치를 챈 친구들이 “취업은 인연이 맞아야 한다잖아. 너도 곧 합격할 거야”라고 이씨를 위로하지만 이미 속이 다 까맣게 탔다.
취업 5수생 최모씨(28·여)도 연말이 싫다. 아는 얼굴을 만나는 게 두렵다. 우연히 만난 선배의 “원서는 넣고 있냐?”라는 인사마저 비아냥으로 들린다. 가슴을 콕 찌르는 말이다.
최씨는 2002년 2월 서울의 명문대학을 졸업했지만 이렇다 할 직장을 얻지 못했다. 공무원 준비를 3년이나 했지만 내리 낙방했다.
그러던 2005년 농협에서 ‘고졸 이상 신입사원’을 뽑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최씨지만 급한 마음에 원서를 넣었다. 입사해서는 계산원에서 판매원까지 온갖 궂은 일도 했다. 그는 “비싼 등록금 내며 대학에서 공부한 것, 공무원 시험 준비했던 것 등이 아무 소용이 없게 됐다고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최씨는 1년3개월 만에 그만두고 공사시험준비를 위해 도서관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사기업은 나이 때문에 서류 통과도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공채는 다 떨어졌다. 원서를 40~50개는 넣은 것 같다. 고생고생해서 토익 900점을 넘겼더니 점수 인플레로 아무 소용이 없다. 요즘은 960점은 돼야 한단다. 내년엔 더 올라간다고들 한다. 한숨만 나올 따름이다.
최씨는 ‘생스(생활스터디)’를 한다. 혼자 하면 아무래도 게을러지고 생활리듬이 깨지기 때문이다. 5명이서 함께 서로 아침 출석 확인을 해주고 밥도 같이 먹는다. 하루종일 같이 생활하지만 살가운 대화는 별로 없다. 스터디원들은 15분 만에 후딱 밥을 먹고 다시 뿔뿔이 흩어져 도서관으로 들어간다. 어쩌다 커피 한잔을 하는 휴식 시간엔 공채정보가 대화의 주소재다. 아침 6시에 일어나 밤 10시에 집에 돌아오는 쳇바퀴 생활이 반복된다.
지방대생 김모씨(28·여)는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갖고 있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2명을 뽑는 복지관에 66명이 몰리는 판이다. 연이어 ‘물’을 먹던 김씨는 결국 올해 12월 결혼을 하기로 했다. 당당한 커리어우먼을 꿈꾸던 자신이 결혼으로 주저앉는 기분이 들어 한편으로 씁쓸하다.
김씨의 동생(24·여)도 언니를 보며 취업이 힘들다는 것을 실감해 2년째 휴학중이다. 그는 “서울 소재 대학을 졸업하면 해외연수 기회도 많지만 지방대생은 기회조차 드물어 취업시장에서 불리한 게 현실”이라며 “집에 부담주기 싫어서 휴학만 밥먹듯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과 친구의 눈도 마음 편히 마주치지 못하는 취업재수생들에게 겨울은 몸도, 마음도 춥기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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