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당당한 北女 … 보여줄게 많아요”[탈북여성 그룹 ‘달래음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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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6.12.12 09: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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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음악단은 지금 이름을 찾아가는 중이다. 지난 8월 데뷔와 동시에 큰 주목을 받았지만 관심의 초점은 그들이 탈북자 출신이라는 데로 모아졌다. 어딜 가든지 그들은 ‘달래음악단’이 아니라 ‘탈북자 여성그룹’이었다. 멤버들끼리 고심해서 만든 그룹명의 뜻을 설명하기 전에, 보여주고 싶은 재능을 펼치기 전에 그들은 탈북 경로와 남북에 있는 가족관계부터 밝혀야 했다.
한옥정, 강유은, 허수향, 이윤경, 임유경 등 북한 출신 여성 다섯명으로 구성된 달래음악단. 데뷔 넉달을 맞아 북에서 온 소녀들의 남한 연예계 정착기를 들어봤다.
▲우리가 떴나
달래음악단은 지난 11월16일 이북5도청에서 ‘청소년북한문화체험축제’라는 이름으로 콘서트를 가졌다. 300여명의 실향민과 탈북자, 중·고생들 앞에서 그들은 1시간50여분 동안 노래와 춤, 악기 연주 등을 보였고 반응은 뜨거웠다. 마지막 곡 ‘우리의 소원’을 부를 때는 다같이 목구멍이 뜨겁게 울었다. 인터넷 팬카페에는 2,500명이 넘는 회원이 그들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11월7일 수향의 생일에는 고등학교 남학생 팬으로부터 장갑과 귀고리 선물 등을 받기도 했다. 요즘 지하철을 타면 “달래다, 달래!”라며 (데뷔 당시에는 “탈북자다, 탈북자!”였다) 사인을 요청하는 초등학생 팬들 때문에 칸을 옮겨다니기도 한다. 입담 좋은 남한 연예인들도 부담스러워 한다는 버라이어티쇼에 고정 출연하고 있고, 얼마 전부터는 개그 프로그램의 고정 코너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
멤버들 중에서 가장 바쁜 옥정은 급기야 스케줄을 버텨내지 못하고 앓아 누워 방송 펑크까지 냈다. 유경은 “연예인은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산다는데 그 말이 ‘딱’ 맞다”며 싱글벙글 좋아했다. 데뷔 한 두달 만에 가요 순위 1위도 하는 요즘 연예계의 인기 속도로 보면 ‘떴다’고 말하기는 쑥스럽지만, 달래음악단은 외롭지 않게 연예계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물덤벙, 물덤벙! 모르는 게 힘, 우리는 우리식대로 간다
남한 연예계에서 가장 신기했던 것은 가수들의 ‘콘셉트’였다. 섹시 콘셉트, 청순 콘셉트 등 가수들마다 설정이 있다는 게 낯설었다. 따로 콘셉트를 잡을 필요 없이 정글 같은 연예계에서 그들의 생존 전략은 ‘존재의 의미’에 충실하는 것이다. 사투리도 안 고치고 다이어트도 안한다. 윤경은 “데뷔 전에는 말투 때문에 소심해져서 일부러 발음도 천천히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다 알아주니까 마음놓고 얘기 한다”고 말했다. 수향도 “중국사람이냐는 질문을 안 받아서 좋다”고 했다.
다른 여자 연예인들의 미모에 기죽은 적은 없느냐고 묻자 ‘난 아닌데 넌 그런 적 있어?’ 하는 눈빛으로 서로 멀뚱멀뚱 쳐다볼 뿐이다. 섹시한 가수들의 무대가 멋지기도 하지만 아직 민망스럽다. 유경은 그룹 리쌍의 무대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리쌍이 (‘쌍’인지 ‘썅’인지 발음을 어려워했다) 무대에 나와서 “우린 못생겼습니다. 그렇지만 우린 죽을 때까지 노래할 겁니다”라고 말하는데 그 당당함과 음악만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힘에 감동했단다.
달래들은 다른 연예인들과는 가는 길이 다르다며 “우린 우리가 가진 기량으로 승부하면 됩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아시안 게임에 출전하는 선수마냥 패기와 자신감이 높았다. 아코디언, 기타, 피아노, 장고춤, 검무, 부채춤, 기계체조 등등 그들은 이미 가진 게 많다.
‘립싱크’가 뭔지 아직도 잘 모른다. 처음에는 “얼굴도 잘난 이들이 실수도 안하고 어쩌면 저렇게 노래를 잘하나”했단다. 립싱크냐 라이브냐 고민한 적도 없고 고민할 계획도 없다. 정신없이 바쁜 스케줄도 가수가 버라이어티쇼에 나가서 웃기는 것도 그들은 이상할 것이 없다. 윤경은 “저희는 물덤벙 물덤벙해서(물에 빠져 허우적대듯 정신 없고 모르는 게 많다는 의미) 모든 게 처음이라 신기하고 재밌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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