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여행·식사·쇼핑… 외로움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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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6.12.07 09:18:45
  • 조회: 309
“혼자 일본 여행 가려는데 도쿄의 지하철을 편히 이용할 비법을 알려주세요.”
최근 한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한 여고생의 질문이다. “혼자인 게 걱정도 되지만 친구에게 비싼 여행경비 들이라고 하긴 싫고, 패키지로 여행 가서 인파에 묻히고 싶지도 않다”는 게 그가 혼자 여행하려는 이유다. “혼자서는 위험하다”고 만류하는 글도 있지만 “나(여성)도 비슷한 나이에 혼자 인도여행을 다녀왔다”거나 “힘들겠지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는 등 격려 글과 실용적 답변이 상당수였다.
이밖에 ▲여자 혼자 중국 여행하기 ▲당구장 가서 혼자 당구 연습하기 ▲초등 4년생이 혼자 집에서 할 만한 요리 ▲혼자 가기 좋은 산행 코스 등 질문에도 친절하고 상세한 답글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네티즌들이 혼자 뭔가를 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는 방증이다.
모 개그 프로그램에서 ‘혼자 놀기의 진수’가 잇따라 등장했던 3~4년 전만 해도 ‘혼자’는 웃음거리였지만 현재 혼자는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혼자 지내기는 ‘남들이 놀아주지 않아서’ 쓸쓸히 고독을 ○○○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해서’ 하는 주체적 자기계발 활동으로 변화해가고 있다.
많은 네티즌들이 온라인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혼자만의 미디어, 블로그를 구축하고 있다. ‘초등학교 동창 찾기’처럼 누군가와의 관계를 유지·재생하는 수단으로 쓰였던 인터넷은 나만의 공간을 구축하는 수단으로 의미가 바뀌어가고 있다. 네티즌들은 하루에 몇 시간씩 컴퓨터 앞에 혼자 앉아 자신이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블로그에 올리며 만족한다. 이는 네티즌들간 소통과정이기도 하므로 혼자 놀기뿐 아니라 ‘혼자 논 성과를 자랑’하는 것이기도 하다.
포장마차에서 혼자 한잔 하거나 혼자 끼니를 해결하는 등 오프라인의 ‘혼자’도 어색하지 않다. 혼자만의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은 대체로 업무에 시달린 직장인들로 보인다. 서울 신림동의 한 분식집에서 만난 회사원 유모씨(31)는 “일 때문이 아니면 굳이 늦은 저녁시간까지 남 신경쓰며 지내기보다는 혼자 밥 먹고 만다”고 말했다. 회사원 박모씨(29·여)는 “주말엔 혼자 영화도 보고, 백화점에서 혼자 쇼핑도 한다”며 “일에 치여 살다보면 나 스스로를 위해 시간을 보내는 게 소중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은 지극히 흔하다. 중소 여행사인 우리테마투어 이승원 사장은 “8년째 매주 40명의 여행객을 모집하는데 이 가운데 반드시 2~5명 정도는 혼자 오는 손님들”이라며 “솔로 여행객들은 40대 이하 여성들이 대부분으로 ‘남 신경 안쓰고 조용히 즐기려고’ 혼자 떠나왔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혼자 노는 분위기가 자연스러워진 가운데 가족과 동떨어져 혼자 지내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1인 가구는 3백17만6백75가구로 전체 가구수의 19.8%를 차지했다. 가정집 5곳 가운데 1곳은 혼자 사는 집인 셈이다. 특히 1인 가구 비율은 1995년 12.7%, 2000년 15.5%에 이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마스타카드도 지난 8월 ‘아시아의 미래 소비자 트렌드’ 보고서를 통해 비슷한 예측을 내놨다. 보고서는 “한국의 ‘젊은 싱글족’ 인구는 2004년부터 연평균 0.3%씩 증가할 것”이며 “2014년엔 고소득 전문직종 종사자로 결혼을 하지 않는 20~35세 인구가 6백60만명에 달한다”고 전망했다. 국내 기업들은 ‘구매력 있는 젊은 싱글들에게 팔라’는 교리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CJ는 1인 가구수의 증가를 염두에 두고 혼자 먹기에 적합한 인스턴트 음식을 출시해 대성공을 거둔 것으로 전해진다. 2000년 2백억원 수준이던 햇반의 매출은 현재 4배 이상 급증했다. 이밖에 소형 TV와 냉장고, 3평형대 이동식 에어컨 등 혼자 쓰기 적합한 가전제품들이 시장에 널려 있다.
‘혼자’ 대상 마케팅은 업계의 주요 공략 포인트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혼자 음식 해먹기 편한 미니오븐이 전년대비 40%의 매출 신장을 보이는 등 싱글족을 대상으로 한 상품이 잘 팔리고 있다”며 “혼자 사용하기 적합한 상품들을 계속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쇼핑 업체 옥션도 “30대 싱글 여성을 상대로 한 살사댄스복 등 취미활동 용품 매출이 전년 대비 150% 증가세”라며 “이에 따라 1인용 미니 가전용품의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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