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뜰정보] ‘인생과 경영’山에서 다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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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6.12.04 09:19:01
  • 조회: 289
운동복의 진화는 최근 들어 놀랄 만한 발전속도를 보여왔다. 더 가볍게, 더 편하게 만들기 위한 경쟁은 반도체업계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업계에서는 신소재 성공여부를 판가름하는 가늠대를 마라톤복과 등산복에 둔다. 한눈팔지 않고 33년 산악인생과 나란히 등산용품만을 생산해내는 동진레저 강태선 사장(57). 그는 끊임없이 신소재 등산복을 개발해온 자타가 인정하는 등산복 전문가다. 그의 성공은 경영인이기에 앞서 산악인이었기에 가능했다.
“저는 힘들 때마다 산에 갑니다. 제가 산에 가면 다들 알지요. 뭔가 고민이 있구나 할 정도지요. 산을 오르며 육체적, 정신적 고통과 힘을 겨루다 등반에 성공하면 막힌 생각도 함께 뚫립니다. 해결방안이 떠오르고 자신감을 얻게 되지요.”
산에서 경영을 배우고, 산을 내려와 패션을 만드는 사람이다. 그가 산에서 익히고 찾아낸 것들을 하나하나 담아낸 것이 등산용품 전문브랜드 ‘블랙야크’다. 그의 방에는 다양한 크기의 야크 모형이 진열돼 있다. 우리나라 산양과 염소를 섞어 놓은 듯한 생김새로 3,000m 이상의 고산 지대에 사는 야크는 히말라야 산악지대 사람들에겐 자식보다 귀한 존재다. 털과 고기, 젖은 물론 짐을 나르는 운반수단이다. 강사장이 첫 히말라야 등반 때 설원에서 본 야크는, 그의 마음에 오래 머물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든든한 방패막이 같은 옷을 만들겠다는 염원이 담긴 브랜드로 탄생했다.
동진산악으로 출발, 블랙야크까지 33년을 이어온 스포츠 전문 브랜드지만 의외로 공식적으로 후원하는 산악인은 없다. 엄홍길씨가 10대 소년일 때부터 강사장과 인연을 맺을 만큼 그는 1세대 산악인이면서 등산용품 전문 회사를 경영하는 산악인들의 선배이자 오랜 후견인으로 그 역할을 다해 왔다. 강사장은 얼핏 지나가는 말로 “엄홍길이한테는 강남 아파트 한 채 값은 들어갔지”로만 표현한다. 강사장이 산악회원들과 산악 훈련을 도봉산에서 했는데 마침 산 아래 밥집 아들이 엄홍길씨였다고 한다. 장비를 모두 그 집에 맡기다 보니 엄씨도 자연스럽게 함께 산행을 하게 되었고 그 후, 1978년 엄씨와 함께 거봉산악회를 창립하는 것으로 발전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서울시 산악연맹회장이기도 한 그는 몽블랑(4,807m), 시샤팡마(8,027m), 안나푸르나(8,091m), 칸첸중가(8,586m), 엘부르즈(5,642m)를 비롯해 2003년 서울·티베트 합동에베레스트(8,848m) 원정대 등 수차례 대장을 맡았으며 2004년엔 체육훈장 백마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산사람답게 사업도, 이벤트도 대범하게 벌인다. 최근 블랙야크 고객을 대상으로한 이벤트에서 10명을 뽑아 히말라야 에베레스트를 다녀왔다. 직접 인솔자로 나서 자신이 만든 등산용품을 구입해준 구매자들에 대한 고마움을 에베레스트 등반으로 전했다. 모두 에베레스트 초행길인 등산 초보자들을 인솔하고 에베레스트 3,800m까지 다녀온 것은 산악인이라해도 보통 모험이 아니다.
그의 두둑한 배짱은 블랙야크를 중국 최고의 명품브랜드로 만들어 냈다. 98년, 그는 베이징에 중국 1호 등산용품 전문점을 냈다. 중국 최초의 등산용품 전문브랜드로서 위험은 있었지만 이제 새로운 프리미엄을 창출해내고 있다.
“요즈음 중국에서 블랙야크는 등반가들에겐 선망의 브랜드예요. 당시 수입브랜드는 물론 중국브랜드를 통틀어 1호 등산용품 전문점이었죠. 불과 6~7년 사이지만 현재 80개 이상의 세계 유수 브랜드들이 중국에 진출해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내 1호 브랜드라는 프리미엄은 계속 유지되고 있습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에베레스트 정상에서의 성화 마지막 주자를 저희 중국지사의 중국인 직원이 맡았습니다. 에베레스트 구간의 다른 주자들의 옷과 장비도 모두 협찬해주기로 했지요.”
80년 계엄령과 90년대 초 국립공원내 취사 금지 등으로 인해 어려움도 많았고 많은 회사가 문을 닫았지만 그는 금강산관광과 IMF를 계기로 회사를 성장시켰다. 금강산 관광이 마침 가을에 시작되었고 효도관광 성격이 짙어 당시 등산화 모양만 갖춰도 다 팔릴 정도로 등산화가 동이 났었다고 한다. 또 IMF 때는 “실직한 남편들 기를 세워주려 함께 산행을 하던 아줌마들이 이제는 등반객으로 군을 이루며 여성 등산 용품 시장을 키워가고 있다”며 “등산복의 패션화를 아줌마 부대가 이끌었다”고 한다.
사실 등산복에서 여성복이 별도로 분류된 것은 불과 수년전이다. 그 전엔 남성복 작은 사이즈가 여성복을 대체했다고 한다. 기능성을 중시한 디자인과 소재로 만들어진 등산복, 특히 바지는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활동성이 강조된 등산복 바지는 다른 운동복보다 가격도 저렴해 스키, 골프 웨어로는 물론 가까운 외출시에도 즐겨 입기 때문에 디자인과 색상이 많아지고 스트리트 웨어로서도 서서히 자리잡아 가고 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이미 기술은 브랜드마다 평준화되고 있다.
연구소 내에 소재개발팀과 디자인팀을 두고 있을 만큼 소재와 새로운 공법 개발에 역점을 두는 강사장의 요즘 화두는 ‘재미있는 등반을 위한 옷’ 생산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산행치마, 산행잠옷 등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산악인이 만들어낼 재미있는 등반을 위한 옷, 어떤 형태로 ‘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즐겁게 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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