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 “소시민·좌절·바보 제 캐릭터 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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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6.11.28 09:2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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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너무 고달파 다 벗었다. 그런데 벗고 나니 삶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뮤지컬 ‘풀몬티’는 웃으면서도 눈물나는 작품이다. 불경기와 실직, 가정 파탄의 시대적·사회적 현실 속에서 좌절에 빠지는 소시민들의 모습이 우리의 그것과 너무 닮아있다. 익살스럽고 우스꽝스러운 여섯 남자들의 생존을 위한 스트립쇼는 고달픈 현실 속의 청량제와 같다.
개그맨 정준하가 이 스트립쇼에 동참한다. 오는 25일부터 서울 연강홀에서 올려지는 이 작품에서 ‘데이브’ 역할로 뮤지컬 신고식을 치르게 된 것이다. 직장을 잃고 그 상실감으로 부부 간의 사랑마저 잃어버린 희망 없는 데이브. 영국의 동명 영화가 원작인 작품에서 정준하는 순진하다 못해 바보 같은 역할로 출연한다. TV와 영화에서 보여줬던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는 “오락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도, 최근 시작한 시트콤 ‘거침 없이 하이킥’에서도 죄다 바보로만 나와서 말들이 많은데 저는 불만이라기보다 도리어 편해요. 맞춤 양복 같다고나 할까. 제가 이 얼굴에 송혜교씨와 멜로할 것도 아니고…” 하면서 웃어버린다.
바보 이미지 때문에 영화 ‘가문의 부활’ 때 한 퍼머 머리도 못 풀고 있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타이틀 사진을 찍을 때 멋지게 머리 풀고 갔더니 같이 출연하는 탤런트 나문희 선배가 그를 따라 일부러 퍼머하고 오는 바람에 그 즉시 미용실로 가서 원상복귀했다.
“실제 성격은 털털하고 사회성 좋다는 소리 많이 들어요. 남의 부탁 거절 못하고 주위에 사람들도 많고. 흠이라면 개인생활을 갖기가 힘들다는 점이죠. 이제 결혼도 해야 하는데….”
첫 뮤지컬이지만 2000년부터 3년 동안 대학로에서 개그콘서트를 한 경험이 있어 춤과 노래는 그리 낯설지 않다. “사실 정말 힘든 건 따로 있어요. 제가 밥 먹는 것, 글쓰는 것, 운동하는 것 등 전부 왼쪽으로 하는 전형적인 왼손잡이거든요. 뮤지컬 내내 동료들과 안무를 맞추면서 오른쪽으로 춤추는 습관을 들이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네요.”
연습 시간도 부족하다. 오락 프로그램과 드라마에 고정 출연하고 연말부터는 영화 촬영을 시작한다. 방송 연기와 달리 오버하는 듯 한 뮤지컬 연기도 익숙하지가 않다.
“브로드웨이 대작인 데다 뮤지컬이 처음인 만큼 걱정이 앞섭니다. 만약 ‘정준하 별로더라’라는 평가가 나오면 다른 연예인들이 이쪽에 진출하기 힘들어 질 테니 말이죠. 그래서 더욱 책임감 있게 공연에 임하려고 해요.”
1주일 중 다른 촬영이 없는 이틀은 12시간 이상 연습하고 그 외에 틈틈이 개인적으로 상대 배우를 따로 만나 맞춰본다. 술 마실 시간조차 없다는 그는 2주 만에 6㎏이 빠졌다.
1994년 개그맨 이휘재의 매니저로서 연예계에 발을 디딘 그에게도 ‘데이브’처럼 시련이 있었다. 매니저 생활 중 우연히 그의 재능을 눈여겨 본 프로듀서의 눈에 띄어 시작한 개그맨이었지만 공채 출신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차별을 많이 받았다.
“당시 제게 못되게 굴고 힘들게 했던 선배들을 보면서 오히려 ‘난 그러지 말자’며 다짐했어요. 그게 제 나름대로의 철학을 유지하며 방송생활을 하도록 도와준 버팀목인 듯해요. 주위의 핀잔을 무릅쓰고 개그·드라마·영화 등에서 바보 캐릭터를 고수하는 것도 ‘정준하’ 하면 떠오르는 트레이드 마크를 쌓기 위한 것이었어요. 요즘 개그맨들은 수명이 너무 짧아 몇 개월 뒤면 보이지 아니하잖아요.”
‘몽땅 벗는다’는 풀몬티의 의미처럼 주인공들의 스트립쇼는 공연의 최대 하이라이트다. 원작 영화처럼 벗어야 하지만 실제 무대에서 죄다 벗는다는 게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역광’이다.
“다 벗기는 하는데 아마도 다 볼 수는 없을 겁니다. 관객들에게 빛이 반사돼 눈을 못 뜨게 하거든요. 그래도 제 몸매가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와서 확인하는 것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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