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살사 그리고 살사 그리고 탱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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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경향신문 자료제공(www.khan.co.kr)
  • 06.11.15 09:22:47
  • 조회: 342
‘헉, 이런 세계가 있었어. 이거 장난이 아니네.’
그들은 한결같이 말했다. 평생 내린 결정 중에 가장 잘한 일은 춤을 배우기 시작한 거라고. 얼핏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찮아(?) 보이는 춤에 저토록 큰 의미를 부여하다니….
과거 이땅에서의 춤은 두 가지였다. 음산한 카바레 붉은 조명등 아래서 추는 ‘제비족’의 그것과, 도통 대중화되지 못하는 무용가들의 몸짓…. ‘춤은 육체로 쓰는 시(詩)’라고 했지만 우리에게는 그저 박제에 불과한 그 무엇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춤이 세상 밖으로 외출했다.
주말 저녁이면 ‘춤추러 간다’는 선남선녀들이 늘어나고 있다. 가을이 무르익은 지난 주말 밤, 춤 동호회의 발표회와 파티가 유독 많았다. 살사나 스윙, 탱고나 밸리댄스. 주말마다 열리는 댄스 파티에는 무대 의상을 화려하게 차려 입었거나 판탈롱 바지와 배꼽 티셔츠로 몸매를 자랑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청바지에 셔츠, 점잖은 양복이나 원피스 차림의 평범남, 평범녀들로 넘쳐났다. 춤추는 틈틈이 흔쾌히 인터뷰에 응하면서도 직업이나 이름을 밝히지는 않는다. 그곳에선 모두 닉네임으로 통했다.
밀롱가(탱고바)에 가봤다. 그들이 말하는 춤의 매력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그들을 미치게 만든 탱고가 뭔지 직접 보고 싶었다. 그러나 취재에 응한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이 “말로 설명할 수 없다. 스스로 느껴봐야 한다”였다.
탱고 안무가가 기자의 손을 잡고 거울 앞으로 가서 하나, 둘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안무가의 말에 따라 눈을 감았다. 머릿속이 캄캄해지면서 미세한 감각이 모두 일어났다. 하나, 둘, 셋, 넷…. 춤을 글로 설명하지 말라는 말이 조금은 이해됐다. 춤을 배운다는 것은 ‘몸으로 말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 했다.
초등학교 시절 포크댄스를 하면서 부끄러운 듯 잡았던 짝꿍의 손, 처음 가본 나이트클럽에서 무대에 이끌려가 추었던 블루스, 그리고 어느 여름날 해변에서 추었던 막춤까지…. 알고 보면 ‘몸으로 말하는 법’을 몰라 뒤로 빼고, 부끄러워 했던 기억들이다.
춤은 생각을 비우게 하고 감각을 되살아나게 한다고 했다. 춤을 통해 몸 안의 감각이 꽃처럼 피어나고, 그 감각이 육체의 언어로 표현되는 것이라 했다.
살사와 탱고. 당대에 춤꾼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두 춤을 주마간산 격으로 섭렵하면서 춤에 대해서 재인식하게 됐다. 춤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교감이자, 기다림 혹은 약속이라는 것을. 그리고 험한 세상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훌륭한 매개체라는 것을.
결국 살사나 탱고가 주는 매력을 장황하게 글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는 결론이었다. 다만 독자들에게 이렇게 외치고 싶어졌다. ‘자, 들어가 봅시다. 살사의 세계로. 자, 빠져 봅시다. 탱고의 매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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