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山을 품다, ‘무욕의 삶’으로[‘히말라야, 40일간의 낮과 밤’ 책 낸 김홍성씨 ]

    이 게시글을 알리기 tweet

  • 글쓴이 : 출처 : 한국고용정보원 자료제공(www.work.go.kr)
  • 06.11.08 10:36:49
  • 조회: 397
8년여간 히말라야로 긴 ‘소풍’을 다녀온 부부가 한 권의 책을 냈다. 그러나 아내는 책이 나오기 직전 하늘나라로 혼자서 ‘소풍’을 떠나 버렸다. 홀로 남은 남편은 설산에서 ‘자고 깨는 짧은 꿈과, 나고 죽는 긴 꿈’을 함께 했던 아내를 추억하며 말을 잊었다. 너무 아프고, 아파서 술로 마음을 달래며 하루하루를 산다.
‘히말라야, 40일간의 낮과 밤’(세상의 아침)의 저자인 시인 김홍성씨(53)와 그의 아내 정명경씨(39). 두 사람은 초모룽마(에베레스트산)의 남쪽 기슭 쿰부 지역과 안나푸르나 지역을 트레킹하면서 겪은 얘기를 이 책에 담았다. 형식은 트레킹 입문서지만 읽다보면 삶과 죽음, 인간과 자연에 대한 명상서를 연상케 한다.
‘푸른 룽다 펄럭이는 날/내 마음도 나부끼네/하늘 높이 새들은 날고/흰 구름은 흘러가네/사랑하는 나의 여인아/잠시 나를 보내주오/순한 미소 지으면서/나의 배낭 꾸려주오//기다리는 그대가 있어/돌아오는 나도 있네….’
칼라 보노프의 노래 ‘더 워터 이즈 와이드(The water is wide)’에 김시인이 가사를 붙이고 부인 정씨가 즐겨 부른 ‘푸른 룽다(룽다는 불경을 새겨 내건 깃발)’. 네팔 카트만두의 여행자거리 타멜에서 ‘소풍’이라는 한식당을 경영하던 부부가 지인들이 찾아올 때마다 들려줬던 노래다.
그곳에서 두 부부의 삶은 노래처럼 아름다웠다. 90년대 중반 남편은 잡지사 기자로, 아내는 카피라이터로 일하다가 홀린 듯 이끌려간 히말라야에서 부부는 ‘무욕의 삶’이 무엇인지를 배웠다. 정치적 상황이 혼란스러웠던 네팔에서 식당 문을 연 날보다 닫은 날이 더 많았지만 현지 종업원들을 해고할 수 없어 식구처럼 의지하며 살았다. 그러다가 틈만 나면 배낭을 꾸려 초모룽마 자락의 마을과 험한 산길을 누볐다.
‘도시의 해질녘은 왠지 알 수 없는 그리움과 슬픔이 몸 세포 하나하나를 적셨다. …산에서 맞는 해질녘은 달랐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 휴식과 위안을 주었고 내일에 대한 희망을 주었다.’-본문 중 정명경씨의 글
부부가 한국으로 돌아온 건 지난해 3월. 연로하신 김시인의 부친을 대신하여 경기도 포천의 과수원을 가꾸기 위해서였다. 부부는 산비탈을 오르내리며 어린 묘목을 심고 거름을 주면서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갔다. 그러나 과수원에 복숭아꽃과 살구꽃 둘러피던 5월, 아내 정씨에게 간암 말기 판정이 내려졌다.
절망 속에서도 부부는 씩씩했다. 트레킹 다닐 때 쓰던 배낭을 메고 전철을 타고 간병동을 오갔다. 침대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으면 지나던 간호사들이 “마치 소풍 온 부부같다”고 했다.
결국 올해 7월초 아내는 세상을 떴다. 죽기 3일전 출간된 김시인의 시집 ‘나팔꽃 피는 창가에서’를 품에 안은 채….
“가슴 아프다는 말이 너무 자주 쓰여서 상투적인 말이 됐지만 아내가 심어놓고 간 채소와 푸성귀, 옥수수들이 흘낏 스치기만 해도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비록 아내는 세상을 떠났지만 함께 떠돌았던 히말라야의 산속에서 본 별무리, 노을 지는 룸비니 들판의 보리수 아래서 오랫동안 포옹했던 순간은 가슴 속에 화인(火印)처럼 남았다고 김시인은 말했다.
  • 이글은 실명인증이 완료된 회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 목록으로
  • 글수정
  • 글삭제
  • tweet tweet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글쓴이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