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야기] 아줌마 코스프레 ‘용인댁 소리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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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교차로협의회
  • 06.11.06 09:12:59
  • 조회: 425
“우리가 바로 장금이와 수라간 나인들이랍니다.”
노남숙(47), 원유송(53), 나상순(49), 최금섭(55)씨 등 4명의 주부로 이뤄진 ‘용인댁 소리애(愛)’팀이 빛깔 고운 한복에다 하얀 앞치마를 걸쳤다. 이들은 사단법인 아줌마가키우는아줌마연대(대표 장영숙)가 오는 28일 남이섬에서 여는 2006년 아줌마축제의 코스프레 행사에 드라마 ‘대장금’ 캐릭터로 출전한다.
“‘대장금’ 참 재미있게 봤어요. 음식 만드는 장면이 많이 나오고, 더구나 음식이 병을 치료하는 약재이기도 하잖아요. 드라마도 재미있지만 민간요법을 배울 수 있어서 더욱 좋았어요.”(노남숙)
“제가 한식 요리사로 오랫동안 일했어요. 그러다보니 ‘대장금’ 속의 요리에 관심이 많았어요. 어떤 드라마보다 오래 기억에 남아요.”(원유송)
이들은 원래 경기도립 국악당의 민요반 문하생들. 매주 화·목요일 두 번씩 경기 용인시 경기문화의전당에서 만나서 경기민요보유자 31호 임정난 선생의 전수조교인 이윤경씨로부터 경기민요를 배운다. 방아타령, 뱃노래, 한강수타령, 회심곡, 금강산타령, 한오백년, 십이잡가 중 선유가와 달거리 등 경기민요의 구성진 가락을 따라 부르다보면 세상의 온갖 시름이 사라진다. 젊은 사람들의 문화인 ‘코스프레’에 선뜻 출전을 결심한 것도 ‘대장금’ 캐릭터로 분장해서 축제 참가자들에게 민요를 들려주기 위해서다.
2004년 9월 경기국악당이 개원할 때부터 민요를 배웠던 노남숙씨는 “민요를 공부하면서 우리 역사, 문화에 대한 관심이 자꾸 생긴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멜로드라마보다 사극을 좋아한다. 요즘은 ‘주몽’과 ‘황진이’를 즐겨보는 편. 남편과 함께 ‘주몽’을 시청하고 앞으로 드라마가 어떻게 전개될지 점쳐보기도 한다. 그러나 권력을 위해 형제를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는 내용을 보면 생명을 너무 쉽게 다룬다는 생각이 들어 언짢을 때도 있다.
원유송씨는 현대판 대장금이다. 결혼한 뒤 30대 중반에 한식요리사 자격증을 딴 그는 신라호텔 한식당에서 6년, 삼성의료원 외식사업부에서 7년간 근무했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자택의 요리사로 4년간 일했다. 재계 대통령의 식탁을 책임졌던 그가 가장 자신 있게 내놓는 요리는 뜻밖에도 양배추 물김치. 소박한 건강식을 즐기는 이회장의 입맛에 맞춘 것이다. “2년전 일을 그만뒀지만 여전히 바빠서 드라마를 자주 보지는 못해요. 요즘은 민요와 함께 동초춤을 배우고 있거든요.” 동초춤은 바닥에 돗자리를 펴놓고 난초가 그려진 한삼을 손목에 끼고 추는 선비춤의 일종이다. 민요를 배운 뒤 가장 큰 보람은 95세가 되신 친정아버지 앞에서 노래를 불러드리는 것. 딸의 노랫가락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며 좋아하신다.
나상순씨는 양로원에 자원봉사를 다니다가 민요를 배우게 됐다. 원래 5년전 기타에 입문했던 그는 함께 기타를 배웠던 수강생들과 경기도의 고아원과 양로원에서 위문공연을 했다. 그러다보니 노인들이 좋아하는 민요를 배워야 할 필요가 생긴 것. “대중가요도 좋지만 민요는 구절구절 마음에 와닿는다”는 그는 “어둡던 노인들의 얼굴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조금씩 밝아질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민요공부하랴, 자원봉사하랴, 운동하랴 늘 바쁜 그가 꼭 챙겨보는 드라마는 ‘열아홉 순정’과 ‘소문난 칠공주’라고.
이제 9개월째 민요반에 나가고 있는 최금섭씨는 예전에 민요를 배우려고 시도했다가 천식 때문에 숨이 차서 포기한 적이 있다. 다시 붙잡은 만큼 애착도 강해 요즘은 민요수업이 있는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그는 서울 서초동의 한 예식장에서 20여년간 미용실과 드레스숍을 운영했으며 요즘은 용인의 집 바로 옆에 단체손님을 받는 펜션을 열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주말에 손님이 많아 바쁜 편인데 일 끝나고 집에 들어가서 드라마 ‘사랑과 야망’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미자(한고은 분)의 성격이 이해가 되요. 어떤 사람들은 에고이스트라고 손가락질할지 몰라도 그런 환경에서는 성격이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들은 취미생활이나 봉사, 생업 외에 남편과 자식들 뒷바라지도 놓을 수 없다. 노남숙씨는 딸만 셋인데 첫째가 여군장교, 둘째는 회사원, 셋째는 제약연구소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지난 추석때 군복을 입고 휴가나온 큰딸의 모습이 너무나 예뻐 눈물이 났다고. 원유송씨는 젊어보이는 외모와 달리 벌써 돌 지난 친손녀를 두고 있다. 나상순씨는 세 아들 중 맏아들이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있고, 둘째와 셋째는 헤어디자이너와 요리사라는 특이한 직업을 택했다. 최금섭씨는 간호사 딸과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다니는 아들 남매를 두고 있다. 이들 가족의 공통점이라면 아내 또는 엄마가 민요 배우는 것을 좋아하고 지지해준다는 것.
‘용인댁 소리애’팀은 생전 처음 해보는 코스프레도 자신 있다는 표정. 민요를 하는 사람들은 대개 숨겨진 끼가 있기 때문에 무대가 두렵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동안 갈고 닦은 민요실력으로 남이섬 아줌마 축제에서 수라간 나인 복장을 하고 ‘대장금’의 주제가인 ‘오나라’를 부를 예정이다. 초등학교 운동회 때의 가장행렬을 떠올리면서 서로의 매무새를 만져주는 이들의 얼굴에 소녀 같은 웃음이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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